오랫동안 유럽의 변방이던 미국이 세계 최강의 나라가 된 것은 세계 제1차 대전 이후다. 뒤늦게 전쟁에 참여했지만 이로써 승패를 가른 미국은 정치적 주도권을 잡은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최대 채권국으로 부상했다. 제2차 대전으로 유럽이 폐허가 되고 냉전 끝에 소련이 무너지면서 미국은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라는 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도약은 장기간에 걸쳐 다져진 튼튼한 바탕이 있기에 가능했다. 1851년 영국에서는 왕실 요트 경주 대회가 열렸다.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른 이후 300년 가까이 세계의 바다를 제패한 영국의 승리는 기정사실처럼 보였지만 우승은 신흥국 미국에게 돌아갔다.
이보다 많은 영국인들을 경악시킨 것은 같은 때 런던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열린 산업 박람회 결과였다. 여기 출품된 미국 제품의 성능이 산업혁명의 선두주자인 영국을 앞지른 것이다. 기계로 부품을 대량생산해 조립하는 ‘미국 시스템’은 값싸고 신속하게 우수한 제품을 양산해 냈다.
영국은 크리미아 전쟁 군수품을 만들기 위해 미국 기계를 수입해다 썼으며 새뮤얼 콜트도 런던에 권총 공장을 차리면서 코네티컷에서 만든 기계를 이용했다.
세계 산업 리더십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 후 100년 이상 미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산업을 선도했다.
미국이 이처럼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양질의 교육을 통한 우수한 노동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19세기 중반 매서추세츠 교육위원회의 행정가이자 개혁가인 호레이스 만은 교육이야말로 나라의 부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다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교육의 목표를 정확함과 근면함을 심어주는 것으로 삼았다. 그 결과 매서추세츠 주민의 문자 해득률은 세계 최고인 95%에 달했으며 다른 주들도 이를 본받았다. 미국이 강국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아직도 세계 최강국이다.
그러나 이것이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강국을 가능케 한 기반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등 교육은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이고 자동차를 비롯한 기간산업은 무너지고 있다.
이보다 더 분명히 미국의 쇠퇴를 예고하는 것은 미래를 주도할 재생 에너지 분야인 소위 ‘녹색 산업’에서의 느린 걸음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연방 의회가 뒤늦게 재생 에너지 지원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녹색 에너지 수퍼파워’를 기치로 내걸고 이미 수십억 달러를 이에 투자했다.
올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풍력 발전기 시장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풍력 발전량은 지난 4년간 매년 두 배로 뛰었다. 중국 발전소들은 누가 가장 빨리 태양열 발전소를 짓는가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단길’ 주변 고비 사막은 중국 풍력과 태양열 발전의 메카다. 동굴 벽화로 유명한 돈황 인근에는 하나가 16개 석탄 발전소 생산량에 맞먹는 전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초대형 풍력 발전소가 세워지고 있다. 이런 규모 프로젝트가 중국 전역에 걸쳐 6개가 진행 중이다. 중국은 또 최대 전기 자동차 생산국을 목표로 공산당원도 아닌 전기 차 전문가 완강을 과학기술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가 태어난 텐진은 중국 배터리 생산의 중심지다.
에너지는 모든 산업의 젖줄이다. 화석 에너지는 언젠가 고갈될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대체 에너지 주도국이 세계를 리드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녹색 에너지로 한국 경제를 도약시키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의 높은 교육열과 양질의 제품 생산,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등을 보노라면 꼭 19세기 중반 미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일어서지 않았듯 하루아침에 망하지도 않았다. 대국이 일어서는 데나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한번 대세가 결정되면 방향을 바꾸기는 지극히 어렵다. 교육과 녹색 에너지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없는 한 미국은 머지않아 수퍼파워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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