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목사 (금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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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투탕카문
2. 신들의 전쟁
3. 아케나텐
4. 모세와 요시야
5. 전쟁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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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들의 전쟁
고대 이집트는 인간도 신의 반열. 파라오는 ‘신의 아들’
신들의 관계 기본은 갈등. 인간 전쟁을 신의 전쟁으로 묘사
고대 이집트의 신들은 많다.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들의 관계는 어땠을까? 평화공존 했을까? 아니다. 역사 속에 드러난 이집트 신들의 관계의 기본은 갈등이다. 우선 인간전쟁이 신들의 전쟁으로 묘사되었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심하면 파라오가 바뀔 때마다 신들의 위상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말하자면 신들은 인간 전쟁을 대리전의 양상으로 이끌며 서로 싸웠다.
재미있다. 인간사회처럼 신들 사회도 전쟁이 있다. 사랑하다가 미워하며, 연합하다가 헤어진다. 하늘 저편에 번쩍이는 번개와 산천을 뒤흔드는 천둥처럼 신들은 무서운 속도로 싸웠다. 이긴 자가 졌고, 패했던 자가 칠전팔기 했다. 한층 더 흥미로운 게 있다. 신들의 전쟁에 인간이 끼어들었다. 지상에 살던 인간이 공중으로 뛰어오른 게 아니다. 이 땅에서 인간은 신적 성격의 전쟁을 실시했다. 저들의 군장과 깃발에 신들이 드높았다.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개시했고, 신의 이름으로 파괴했다. 신의 이름을 부르다 죽어갔고, 신의 이름으로 땅에 묻히거나 골짜기에 버려졌다. 아니다. 사실대로 말해 보자. 참 하나님 아닌 모든 신들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작품 아닌가! 허구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 신들의 전쟁을 구성, 제작하고 연출했다. 신적 전쟁이란 결국 인간의 전쟁이다. 정치적 의도로 제작된 신들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구실이었다.
생각해 보자. 여러 신을 섬기는 사람들은 “모든” 신을 다 섬길 의무가 없다.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처럼, 사고 싶은 것만 사면 그만이다. 모든 신들은 상징으로 그친다. 그러니 인간이 몸에 장식품을 달듯, 어떤 신들이나 선택의 대상이다. 그러나 사실이 그런가?
고대 이집트는 인간도 신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파라오는 “신의 아들”이다. 백성은 파라오를 여러 신들 중의 하나로 여겼다. 그러나 여기 주목할 것이 있다. 다른 신들과 달리 파라오는 정치적 인격이다. 나무나 쇠로 만든 신들은 가만히 있지만 파라오는 통치한다. 그의 결정에 따라 백성들은 세금을 내야 한다. 군대징집을 당해야 한다. 딸들을 시녀로 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파라오는 이미 여러 신들 중의 하나가 아니다. 적어도 파라오에 관한 한 백성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로마도 다신 사회다. 초기 기독교가 생성되고 발전하는 데 다신사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기독교도 여러 종교 중의 하나로 인정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여기도 인간이 신들의 전쟁에 끼어들었다는 데 있다. 인간 황제가 신이 되었다. 초기에는 죽은 황제를 신격화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점점 살아있는 황제가 신으로 승격되기 시작했다. 이집트를 닮은 것이다. 황제는 정치적 인격이다. 황제가 신이 되었다면 그는 이미 여러 신들 중의 하나가 아니다. 백성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황제를 섬겨야 한다. 황제의 정치-종교적 결단을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기독교는 그럴 수 없었다. 이것이 교회가 로마로부터 박해를 받게 된 근거다.
살아있는 통치자를 신격화한 점에서 일본은 이집트-로마의 맥과 대단히 유사하다. 하지만 문화-종교적 연결고리가 분명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까? 아니다. 인간성이 문제다. 참 하나님을 섬기지 않는 인간은 어떤 모양으로든지 인간이 신으로 군림한다. 오늘은 자본이 인간화 한 기묘한 신이다.
일제가 한반도를 식민통치했을 때, 교회는 일제에 협력할 수가 없었다. 독일의 고백교회와 모양은 다르지만, 한국교회는 반일 내지 항일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본 황제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회는 당연히 항일이다. 일제는 한반도를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적으로 합병하는 데까지 몰아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회가 문제였다. 바른 기독교는 다신교 사회에 순응할 수 없다. 게다가 살아 숨 쉬는 사람이 신이 된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 루터 당시의 종교개혁을 생각해 본다. 결국 “신학”이나 “이념” 문제였다면 내부에서 싸울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톨릭이 내세운 바, 신격화 된 인간 문제는 어떻게 타협과 토론으로 해 볼 여지가 없다. 떨치고 나와야 했다. 이것이 종교개혁이다. 면죄부 사건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다. 본질보다는 파생된 문제 한 조각에 불과했다. 종교개혁의 본질은 유일신 신앙과 다신 신앙의 문제였다.
오늘 시대에 뉴에이지가 수면에 떠올랐다. 뉴에이지는 서양문화에 동양문화가 침투해서 난 결과물이다. 이질적인 문화가 결합한 괴물 형태다. 이집트 신으로 보면 몸은 사람인데 머리가 양(아문, 크눔, 베스)이나, 매(몬투, 라), 악어(소벡), 비비(토트) 그런 여러 종류의 동물이다. 이것저것 섞여 있다. 실로 “혼돈하며 공허한”(창 1:2) 창조 이전의 무질서다.
뉴에이지의 기본 정서는 “사람이 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불교의 “해탈”과 흡사한 논리다. 그러나 기독교는 선이 분명하다. 하나님은 창조주, 인간을 피조물이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이 품는 정서는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가 표현한 바, “공포와 전율”이다. 칼 바르트(K. Barth)가 설명한 것처럼, 하나님은 “절대타자”시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영원히 건널 수 없는 강물이 흐른다. 오직 참 신이시며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만 그 브리지가 되신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존재와 사역이 “비밀”이다. 예수님을 알면 하나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예수님을 닮는 것이 하나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사는 소망이 있지만, 결코 예수님처럼 되지 못한다.
신들의 전쟁. 그렇다. 이 세상을 가만 보면 영적 전쟁터다. 인간의 전쟁은 아니다. 대리전이다. 인간은 불쌍하게 사용될 뿐이다. 어리고 유약한 투탕카문이 아이(Ay)와 호렘헵(Horemheb) 같은 실권자 신하들의 손아귀에 놀아났던 것처럼.
그렇지만 우리의 하나님께서 다른 신들과 칼과 창을 사용하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다른 신들은 “거짓”이며 “우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다. 다른 사람 누구의 피를 흘리는 싸움이 아니다. 도리어 생명의 전쟁이다. 살리자는 운동이다. 결국 그 전쟁터는 우리 내면이다. 우리는 어떤 신을 섬겨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세겜 들판에 운집한 이스라엘처럼,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여호와를 경외하며 성실과 진정으로 그를 섬길 것이라. 너희 열조가 강 저편과 애굽에서 섬기던 신들을 제하여 버리고 여호와만 섬기라. 만일 여호와를 섬기는 것이 너희에게 좋지 않게 보이거든 너희 열조가 강 저편에서 섬기던 신이든지 혹 너희의 거하는 땅 아모리 사람의 신이든지 너희 섬길 자를 오늘날 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수 24:14-16). 영적 결단이다. 누구를 섬길 것인가? 하나님이다. “백성이 대답하여 가로되, 여호와를 버리고 다른 신들 섬기는 일을 우리가 결단코 하지 아니하오리니, 이는 우리 하나님 여호와 그가 우리와 우리 열조를 인도하여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나오게 하시고, 우리 목전에서 그 큰 이적을 행하시고, 우리가 행한 모든 길에서, 우리의 지난 모든 백성 중에서 우리를 보호하셨음이며, 여호와께서 또 모든 백성 곧 이 땅에 거하던 아모리 사람을 우리 앞에서 쫓아내셨음이라. 그러므로 우리도 여호와를 섬기리니, 그는 우리 하나님이심이니이다”(수 24:16-18). 어떻게 섬겨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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