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세계 비핵화가 가능할까? 내 생각은 부정적이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상호간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역시 원수처럼 생각하는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 핵무기를 최후의 방벽으로 쥐고 있을 것이다. 이란과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거나 이미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이 변덕스런 지도자를 둔 나라들은 모두 핵을 가지려 한다. 거대한 테러 집단들도 핵무기를 구입하려 한다. 시리아는 이미 핵보유국에 가입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할 기술을 가진 나라는 수 없이 많다. 이것이 현실이다. 먼 훗날은 몰라도 우리 세대에서는 세계 비핵화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내달 열리는 미 소 정상회담의 주 논제가 핵문제라는데 비핵화의 강한 의지가 피력되기를 바란다.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의 사상을 대표하는 말이 ‘사티아그라하’(Satyagraha)이다. 본래 이 말은 마하트마 간디의 사상을 나타내는 용어였다. 인도 말로 ‘사티아’는 진리 혹은 사랑, ‘그라하’는 힘이란 뜻이다. 그래서 킹 박사는 ‘Love-force’(사랑의 힘)라고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킹 목사의 유명한 강연 중에 ‘강한 정신과 부드러운 마음‘(A tough mind and a tender heart)이 있다. 이 강연은 정의와 사랑의 관계를 분석한 내용인데 평화와 정의사회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였다.
노동자를 하나의 ‘일손’으로 보는 한 노사 분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인간을 ‘숫자’(Number)로 보는 한 민주주의는 꽃필 수 없다고 킹 박사는 말한다. 인간을 사회 구성의 ‘비인격적인 톱니바퀴’(Impersonal cogs)로 보는 한 갈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세계와 한국인이 뼈저리게 경험하였듯이 독재자들은 국민을 하나의 생산 기재로, 나라를 하나의 공장처럼 보며 사람을 비인간화(Depersonalize) 하였다. 그런 생각이 인간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변하지 않는 한 자유도 평화도 민주주의도 대단합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을 쉬운 일상용어로 말하면 ‘남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이다. 나와 내 생각을 옳게 여기는 것은 자유이다. 그렇다고 남의 생각이나 존재를 멸시하거나 억압하는 배타주의는 상생의 원리를 파괴한다.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의 철학은 약자의 잠꼬대가 아니라 인류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를 제시한 것이다.
성서는 청조의 목적을 “생육하고 번성하라”(창세기 1:22)고 선포하였다. 대립과 분열이 아니라 공존공영이 창조자의 뜻임을 밝힌 것이다. 서로 도와 영원히 발전하라는 것이 신의 뜻이다. 그러기 위하여 인간이 지킬 것은 남을 존중하고 최고의 가치를 물질이 아니라 인간에게 두어 사람을 아끼고 사람을 높여주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평등 박애 자유의 정신을 널리 펴는 것이다. 전쟁이 사라질 수 있는 길도 이 단순한 진리에 있다. 좁쌀 만한 우라늄 농축이라고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좁은 한반도에서 핵은 무기가 아니라 원자로 사고만 나도 엄청난 재해를 가져온다. 시카고 의대의 맥칼리 박사(Michael McCally)가 구소련의 병원들을 방문하고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의 피해자들을 조사하였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핵 피해자들의 처참한 모습은 눈 뜨고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한 반도의 비핵화는 너와 나를 가릴 것 없이 절대적이다.
PARADE 지는 룻 시버드(Ruth Sivard) 교수의 저서 ‘세계의 군사비’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전재 보도하였다. 1) 2차 대전 후 세계는 핵무기 개발을 위하여 4조 달러를 투입했다. 2) 지금까지 세계가 비축한 핵무기는 1만 6천 메가톤으로 전 인류를 열두 번 죽일 수 있는 화력이다. 3) 아직도 이 지구에는 인구의 4분의 1이 굶주린 채 잠들고 있는데 세계의 연간 군사비는 8천억 달러이다. 4) 세계 전체로 따지면 43명 중 1명이 군인이고 1천 3십 명 중 1명이 의사이다. 지구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쟁문화가 평화의 문화로, 증오의 수레바퀴가 사랑의 수레바퀴로 바뀌어야 한다. 대화와 협상은 인내가 필요하고 힘 있는 쪽에서는 밀어붙이고 싶은 유혹을 받지만 지금의 대화는 동네 싸움이 아니라 인류의 존망이 걸려있기에 답답하고 화나도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남을 빠지게 하려고 구멍을 파면 판자가 먼저 빠진다. 이것이 세상의 원칙이다.
제발 싸우지 말자. 주먹은 거두고 말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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