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크리스마스에 고국에 가서 지난 4월 말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입국하게 되었다. CIQ를 통과하기 전 우리 부부가 줄을 서서 보니 출입국 관리직원 중 50~60대로 보이는 한국인이 있어 내심 그 사람에게 입국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을 듯한 감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후 그 한국인 자리로 배정을 받아 자주 겪는 질문은 피하게 되어 다행이구나 싶었는데 그런 바람도 잠시 참으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실 입국장에서 출입국 관리들이 권총을 옆에 차고 큰 소리를 지르고 노려보거나 쓸데없는 질문과 불친절한 태도는 공항을 출입해본 여행객은 다 느꼈을 것이다. 이곳이 과연 선진 미국인가? 옛 영화에 나오는 나치가 유대인을 줄 세우는 그런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생각을 항상 하는 곳이다. 그날 입국 심사하는 직원 명찰은 ‘KIM’, 그야말로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성씨요, 내 이름 역시 ‘Kim’이다. 생김새도 중년과 노년에 접어드는 한국인이지만 미국국적을 가진 이민국 소속 미국인 관리이다.
첫 번째 문제가 시작되었다. “안녕 하세요” 하며 여권을 내밀자 아무 대꾸도 없이 유창한 영어로 한국에 무슨 일로 갔느냐, 몇 개월 만에 오느냐 하며 여권을 훑어보며 당신은 영주권을 가지고 이곳에서 살지 왜 이렇게 많이 들락날락 거리냐, 미국에 살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등 20여 분간을 괴롭히더니 컴퓨터에 무슨 기록을 열심히 적어 넣고 세관신고서에 커다란 원을 그려놓고 통과시켜 주었다.
두 번째 문제, 세관 검색대에서 신고서를 보더니 다른 라인으로 가라고 해서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좀 전에 있었던 KIM 씨와의 일은 시작에 불과하고 다음 세관원이 똑같은 질문을 속사포처럼 심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영어가 서투르니 통역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서 30분 후 항공사 여직원이 와서 질의응답을 한 결과 “당신은 출입국이 많아 영주권이 필요 없으니 반납하거나 자기가 취소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여기서 사업을 했고, 자녀가 여기에서 살고, 매년 세금보고 하고, 현재 무역업을 하기 때문에 자주 해외에 가는데 왜 취소가 되느냐고 항의를 하려니 통역하는 한국 직원이 “그냥 필요하다고만 하라. 이미 앞 검사관이 무슨 내용인지 기록해놓아서 그것을 보고 말하는 것 같다” 라고 하며 “그는 여기에서 살 것”이라고 통역을 해 주어서 겨우 통과가 되었다. 그 후 지인과 만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 같은 한국인이 불법도 아닌 것을 가지고 문제를 만들어 교민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자주 하게 되었고 변호사와 상담 후 영주권 반납 여부를 고민하다 다음 출입국 시에는 재입국 사증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세 번째 문제, 나의 출입국 사건을 알고 있었던 분들 중 한분에게서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그분은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는데 작은 아들이 콜롬비아 출신 아내를 맞아 미국과 콜롬비아를 오가며 활발한 사업을 하고 있는 중견 사업가이다. 그의 아내가 Mother’s Day에 자녀들과 어머니, 즉 시어머니 댁으로 휴가를 갔다 덜레스 공항으로 들어오던 중 3시간을 잡아 놓고 온갖 조사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를 괴롭힌 사람은 ‘Korean, Mr. Kim’이라는 놀랄만한 사실과, 훼어팩스에 사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이런 일을 당한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또 나올 것인가에 걱정을 안 할 수 없게 되었다.
그의 며느리는 자기는 시민권이 나와 있지만 그것이 중요한지 몰라 아직 찾지 않았고, 나의 남편과 아이들은 미국 시민권자 임을 강조해도 수많은 질문을 하며 괴롭힌 아주 나쁜 사람이 ‘Korean, Mr. Kim’이라고 불평을 했다고 한다. 그 분은 며느리에게 “그 사람은 이미 한국인이 아닌 미국사람이고 미국 공무원이다. 한국 사람을 욕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며느리는 “No, He is Korean. Mom!”이라며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나는 재입국 비자를 신청해서 대기 상태에 있고, 그분 며느리는 이민국에 가서 이미 발급 되었던 시민권을 찾았다고 한다.
나는 그분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미국에 오셔서 그곳까지 올라 출세를 하는데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나요. 미국인의 긍지로 본인의 업무를 잘 수행하고 계시지만 한국인의 모습을 바꾸기가 어려울 것 같으니 성씨 KIM 을 케네디나 부시로 바꾸시면 적어도 ‘나쁜 한국인’ 이라는 오해는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덜레스 공항에 매일 입국하는 수많은 영주권자와 방문객에게 계속해서 미국의 첫 번째 인상을 ‘나쁜 한국인’이 있다는 것으로 남게 한다는 것은 절대 용서하기가 어렵네요. 당신이 하시는 모습은 한국 교민들에게 치명적인 나쁜 인상으로 남게 된다는 것도 참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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