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이 동족인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각에도 방어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 남북 간의 무력충돌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동족상잔의 재연을 누가 만들고, 누가 재미를 보고, 누가 저지해야 할 책임이 있는지를 살펴가면서 재미동포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짚어보려고 한다.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에는 지금같이 전쟁공포에 시달리지 않았다.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거쳐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한 시기였다. 2008년 미 대선 유세기간, 힐러리와 오바마도 부시의 대북강경책이 북으로 하여금 핵보유를 키웠다고 혹독한 비판을 한데서 충분히 밝혀졌듯이 북핵이 불거진 것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산물이다.
오바마는 어떤 적대국 지도자와도 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며 세계도처를 누비면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많은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전임자와 차별화에서 ‘새로운 변화’를 실감하면서 우리 민족은 지대한 기대와 희망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걸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의 시꺼먼 먹구름이 한반도를 뒤덮어 한 치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에 처해있다. 북한에만은 화해의 손짓이나 대화가 없다. 이것이 바로 문제고 의문이다. 미 사회과학원 동북아협력국장 리온 시걸이 핵과학 잡지에 ‘북한 징벌로는 안 돼’(Punishing N. Korea Won’t Work)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5/28/09)을 통해 지적한 바와 같이 북미 대화를 한, 일이 원치 않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집권하기도 전에 청와대 안보팀이 화급히 워싱턴에 날아와 대북특사 파견과 북미 대화를 간곡하게 만류했다는 사실에서 충분히 서울 정부의 대북 자세를 읽을 수 있다.
2008년 말, ‘6자회담’ 2단계 마무리가 실패한 것도 당초 합의에 없던 검증의정서 문서화를 한일이 공동전선을 형성해 완강하게 밀고나가자 곧 막후로 사라질 부시 정부가 손을 들어준 데에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한일 반북 연합전선은 오바마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프가니스탄에 사람, 물자, 돈을 대겠다는 발표를 하고 최신예 미제 무기도 사겠다며 알아서 기자 빚더미에 올라앉은 오바마가 이들의 요구를 거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다.
더구나 금년 하반기에 있을 중의원 선거에서 친미우익인 현 아소 정권의 재집권을 위해서도 오바마가 북핵 꽃놀이패를 사용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이는 마치 부시 정권이 한국에 친미우익보수 집권을 위해 북핵문제를 질질 끌며 꽃놀이패로 사용했던 전철을 오바마가 되풀이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실은 자민당 아소 정권의 인기가 재일동포 탄압과 대북강경책 일변도에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솔직히 어느 나라라가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바라겠는가? 우리 민족 이외엔 아무도 없다. 우리 민족의 고통과 비극을 깔고 앉아 재미를 보는 사람은 누굴까? 전쟁으로 큰 재미를 봤던 일본이 가장 기뻐하고 무기장사들도 시치미를 떼고 몰래 손뼉을 친다. 그런데 안보를 들먹이며 이들과 짝짝꿍 한통속이 돼서 위기 조성을 애국으로 포장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세력이 있다.
이들은 동족과는 등을 돌리고 외세와의 동맹을 금과옥조라며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이 보이는 게 특징이다. 진정한 안보란 민족의 평화에서 찾아야지 동맹이나 첨단무기에서 찾는 것은 결코 단기적이지 장기적인 안목이라 볼 수 없다.
오바마 정부가 진정으로 동북아안보평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북일 관계정상화를 위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북한의 조급하고 절박한 북미대화를 미국이 외면함으로써 불거진 사태를 제재로 풀겠다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우려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이 종전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북한의 공포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뿐 아니라 실제 미국을 신뢰할 실질적 조치를 미국이 취해야 한다. 반세기 이상 지속되고 있는 대북봉쇄를 점진적으로 풀겠다든가 한반도 전쟁종결과 같은 통 큰 일괄 제안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위층 특사도 고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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