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이 ‘난적’ 사우디아라비아와 팽팽한 접전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7차전 홈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쳤으나 끝내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3차 예선(3승3무)과 최종예선(4승3무)을 합쳐 13경기 연속 무패(7승6무)를 이어갔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역대 상대전적에서는 4승6무6패로 여전히 밀렸다.
하지만 한국은 4승3무(승점 15)를 기록, 오는 17일 이란과 최종예선 8차전 경기에 상관없이 조 1위를 확정했다.
한국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기면서 북한(3승2무2패.승점 11.골 득실+2)은 사우디아라비아(3승2무2패.승점 11.골 득실 0)와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며 조 2위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오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으로 치러지는 최종예선 8차전에서 이겨야 사상 처음으로 남북한 동시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역사를 이루게 된다.
본선행 티켓 확보를 위해선 무조건 이겨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패기와 홈 팬들 앞에서 시원한 승리를 보여주겠다는 태극전사들의 날카로운 공방이 이어진 90분 혈투였다.
전반 시작 5분 만에 중원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세인 술라이마니의 프리킥이 골대 정면으로 향하면서 위기를 맞은 한국은 연이은 역습에서 박주영(AS모나코)의 과감한 중거리포를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주전 수비진인 이영표(도르트문트)와 오범석(사마라)이 경고누적으로 빠지면서 조직력에 허점을 노출한 포백(4-back)은 초반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나세르 알 카타니(알 힐랄)와 모함메드 하우사위(알 이티하드)의 날카로운 돌파에 진땀을 흘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반 13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한국 수비수 맞고 흐르자 나시르 알 삼라니(알 사밥)가 강한 오른발 터닝슛을 날렸다. 다행히 볼은 이운재(수원) 정면으로 향했고, 멋진 펀칭으로 위기를 넘겼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 39분 조원희(위건)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 구석에서 도사리고 있던 기성용(서울)이 강력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날렸지만 아쉽게 골키퍼 손끝에 걸리고 말았다.
전반 41분에도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서 내준 크로스를 이근호(이와타)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재치있게 오른발 슛을 한 게 오른쪽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후반에도 공방은 이어졌다.
먼저 기회를 잡은 것은 한국. 전반 11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중원에서 내준 패스를 오버래핑에 나선 김동진(제니트)이 왼발 크로스, 골대 앞에 있던 박주영이 번쩍 솟구쳐 헤딩슛을 시도한 게 크로스바를 살짝 넘으며 안타까움에 땅을 쳤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후반 15분 역습 상황에서 알삼라니가 단독 기회를 얻었지만 이운재의 선방에 막혀 무산됐다.
한국은 후반 20분 박지성이 이근호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논스톱 왼발슛을 시도한 게 빗맞았고, 10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도 골 기회를 얻는 듯했지만 문전 혼전 가운데 수비수와 공격수가 엉키면서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34분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드필더 무하메드 아티프가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해 수적 우위 속에서 공세를 퍼부었지만 육탄방어에 막히면서 끝내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대표팀은 11일 오전부터 휴가를 얻어 13일 오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다시 모여 이란전에 대비한 훈련을 시작한다.
한편 A조에서는 본선행을 이미 확정한 호주가 3위 바레인(승점 7)을 상대로 치른 최종예선 7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두면서 5승2무(승점 17)로 조 1위를 유지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호주는 후반 10분 마일 스테르조프스키의 결승골로 승기를 잡았고,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데이비드 카니의 추가골이 터지며 2-0으로 완승했다.
또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일본은 카타르와 최종예선 7차전에서 전반 2분 만에 상대 자책골로 앞서 갔지만 후반 8분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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