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는 지난달 26일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로 알려진 범세계적 차원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이하 PSI로 명기)에 대한 전면 참여를 발표했다. 한국은 그동안 PSI 전면 참여의 원칙을 정해 놓고도 북한이 ‘선전포고’ 운운하며 반발함에 따라 미루어 왔었는데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적 행동은 자연스럽게 PSI 전면 참여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번 PSI 참여 발표는 북한이 지난달 25일 제2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마치 이번 조치가 북한만을 겨냥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PSI의 출범배경과 목적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기회에 PSI가 지향하는 근본 목표와 그동안의 성과를 따져보고 한국의 PSI 전면 참여가 갖는 의의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주도로 2003년 5월말 발표된 PSI는 9.11테러 사태 이후 일부 국가들에 의한 핵무기 보유 추구 강화와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들에 의한 핵무기 보유 열망 등으로 범세계적으로 핵확산 위험이 증대되었을 뿐 아니라 수출 통제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핵확산 금지 조치들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출발한 것이다.
PSI는 범세계적 차원에서 ‘확산 우려가 있는 대량살상무기(WMD) 및 운반수단과 선적 및 이동의 저지’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행수단으로 과거와 달리 물리적 힘의 행사 가능성까지 포함한 ‘차단(interdiction)’ 개념을 도입한 새로운 WMD 확산방지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PSI의 출범 이후 6년이 지나는 동안 전 세계 95개국이 참여와 지지를 발표했으며 아시아 및 중동지역에서 핵무기 및 미사일관련 물품의 확산을 지연시키는 데 공헌한 것으로 평가된다.
PSI에 의한 WMD 차단의 가장 잘 알려진 성공사례는 2003년 10월 지중해 공해상에서 발생한 독일 선적 ‘BBC 차이나’호 사건으로 이 배는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적재하고 리비아로 항해 중 관련국들의 협력으로 물건을 운반하지 못한 바 있다. 또한 북한과 관련해서도 지난 2007년 6월 의혹 물품을 적재한 시리아 국적의 항공기가 북한으로의 왕복비행이 사전에 차단된 바 있다.
PSI가 ‘물리적 힘의 행사’ 가능성이 담긴 ‘차단’을 통해 WMD 확산을 저지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다양한 쟁점들과 오해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제기된 가장 큰 오해중의 하나는 PSI가 의혹 선박을 항해의 자유가 인정되는 공해를 포함, 아무 곳에서나 검색하고 차단할 수 있다고 알려진 점이다.
그러나 PSI는 국제법과 관련국의 국내법 틀 안에서 시행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PSI는 영해·내수·영공 등 참여국이 관할하는 영역에서 의혹선박을 차단할 수 있다. 남북충돌이라는 오해가 생긴 이유는 의혹 선박의 차단이 마치 공해상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착각했기 때문이다.
PSI와 관련한 또 다른 오해는 PSI가 북한과 이란·시리아 등 이른바 ‘불량국가’로 알려진 특정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PSI는 ‘누구(who)’가 아니라 ‘무엇(what)’을 대상으로 하는 개념이다.
즉, 특정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WMD 및 운반수단(미사일)을 대상으로 하며 불법적으로 이들을 거래하는 국가나 단체·개인은 그 누구라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정부가 PSI 정식 참여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선박이 우리의 지정된 영해 지역을 통항할 수 있도록 보장한 남북해운합의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PSI가 특정국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 주는 것이다.
오늘날 핵무기를 포함한 WMD 확산방지는 인권문제의 경우처럼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 중의 하나이다. 아직도 전 세계에는 관리되지 않는 핵물질이 많이 떠돌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PSI의 참여를 통해 WMD 확산을 저지하는 이유는 바로 WMD가 테러단체 혹은 사용할 의도가 있는 국가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PSI 운영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근본 목적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뒤따를 때 범세계적 차원에서 PSI 전면 참여를 통한 우리의 WMD 확산방지에 대한 공헌도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이서항/ 한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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