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주 전 일요일에 자기가 다니던 교회 안에서 사살된 틸러 라는 낙태 전문의사의 사건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낙태 문제는 생명옹호자들(Pro Life)과 선택옹호자들(Pro Choice) 사이의 메워질 수 없는 간극(間隙)이다. 임신기간 중 마지막 제3기라도 낙태수술을 해주고 한 건당 5,000불을 받곤 했었다는 틸러의 살인범으로 체포된 자가 극단적인 생명옹호자였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각 주마다 법이 달라 어떤 주에서는 낙태가 허용되고 대부분의 주에서는 불법이던 것이 연방대법원에서 1973년에 7대 2로 결정된 로우 대 웨이드 사건으로 낙태가 전국적으로 합법화되었다.
그 사건은 텍사스 주 달라스 군에서 시작된 것이다. 당시에 텍사스 주에는 자기의 생명을 구할 목적 아니라면 낙태를 하고자하는 여자는 범죄자로 처벌하는 형법이 있었다.
그런데 노마 맥코비 라는 미혼모가 세 번째로 임신 중 자기 건강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긴급명령을 연방 지방법원에 청원했었던 바 있었다.
법원은 텍사스 낙태금지법이 연방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판시하면서도 긴급명령 발급은 거절했다.(맥코비의 본명이 사용되는 대신 그가 제인 로우 라는 이름을 쓴 이유는 민감한 형사 사건에 있어서 남자면 존 도우(John Doe), 여자면 제인 로우(Jane Roe)라고 가명으로 사건 명칭을 부르는 관행 때문이었다.
또 하나 사족(蛇足)을 달자면 이 사건은 낙태권 주창자들이 집단 소송으로 시작한 것인데 맥코비를 제일 첫 번째 원고로 영입한 것이다. 로우 대 웨이드에서 웨이드는 달라스 군 검사장이었다.)
로우 대 웨이드 건에 대한 판결문에서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사적자유권(Privacy)을 주요 이유의 하나로 들었다. 그러나 미 연방 헌법 자체에는 프라이버시란 단어 자체도 등장하지 않으며 낙태권이란 개념은 더더구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리스월드란 사건(1965년)의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프라이버시가 헌법 개정 제1조로부터 제10조를 일컫는 ‘권리장전’의 농담(濃淡)의 언저리(penumbras)에 함축되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헌법 개정 제14조에 의해 각 주에도 권리장전이 적용된다는 판례(1920년) 때문에 프라이버시는 어느 주에 사는 사람에게도 적용되고 그 같은 사적권리 가운데는 결혼의 자유와 아이 수태 및 교육의 자유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제인 로우를 대표하는 원고 쪽에서는 여자에게 언제건 어떤 이유에서건 임신중절을 할 권리가 절대적으로 있다고 주장한 데 비해 텍사스 주의 주장은 태아도 헌법 개정 14조에 나와 있는 ‘인간’이니까 보호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이 위태롭지 않은 경우의 낙태는 모두 불법이라는 입장이었다. 대법원은 태아를 엄마 자궁 바깥에서 살 수 있는 시점 이전에는 사람으로 간주하기를 거절하면서 임신 중반 전후까지는 낙태할 수 있는 권리가 여자에게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낙태를 합법화한 대법원의 결정을 뒤엎기 위해 기울여온 꾸준한 노력은 레이건과 부시 아버지 대통령의 도합 12년 임기와 부시 아들의 8년 임기를 가능케 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었다.
왜냐하면 대법원 판사의 공석을 메우는 첫 단계는 대통령의 임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원의 인준이 있어야 되는데 상원의 다수당이 민주당일 때에는 제대로 보수주의자들의 뜻이 반영되는 것만도 아니다. 레이건이 임명했던 로버트 보크 연방 공소법원 판사가 인준 받는데 실패한 예와 조지 W. 부시가 임명했던 해리엣 마이어스 여사가 중도하차를 할 수밖에 없었던 예를 생각해보면 된다.
소냐 소토마요 판사에게 로우 대 웨이드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물어 그것을 리트머스 테스트로 사용하려고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노력하겠지만 그는 과거의 지명자들이 했던 것처럼 앞으로 자기가 다루게 될지도 모르는 사건에 대해서는 논평을 할 수 없노라고 사양할 것이다.
보수와 진보가 4대 4로 중간입장이 케네디 판사가 캐스팅 보트(vote)를 쥐고 있는 현 대법원의 구성 때문에 양쪽 진영에서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주변 단체들의 모금활동은 불꽃을 튀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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