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객원논설위원·목회학박사 )
얼마 전 비디오를 보다가 족필 화가 이윤정씨를 보게 됐다. 족필 화가란 발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말한다. 또 구필화가도 있는데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다. 리히텐슈타인공화국에 본부를 둔 세계구족화가협회는 75개 회원국에 720여명의 구족화가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활동하고 있다. 이윤정씨는 왼쪽 발의 엄지발가락 사이에 붓을 넣어 그림을 그린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1급 지체장애인이 된 이윤정씨는 지금 나이가 37(한국나이)살이다. 그녀는 목과 온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오른쪽 발도 말을 안 듣는다. 다행하게도 왼쪽 발은 말을 들어 그 발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비디오를 통해 보여준 그녀의 그림 그리는 솜씨는 대단했다. 그녀가 그린 그림은 천사가 그린 그림 같았다. 그녀의 세상 때 묻지 않은 혼과 마음이 그대로 그림 속에 들어있는 것 같았다. 37년 동안 살아온 그녀에게 그녀의 아버지(72)와 어머니(65세)는 손과 발과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녀는 휠체어에 타고 다니지만 항상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림을 그릴 때에도 어머니에게 색깔을 말하고 어머니가 색깔을 찾아 판에 짜 주면 그것을 발가락 사이에 끼워진 붓으로 찍어 색칠을 한다. 발가락으로 색칠을 칠하는 행동이 조금도 어색하지가 않다. 손으로 칠하는 것과 같이 정확하게 색을 칠한다. 그림 색깔이 그렇게 부드럽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윤정씨는 왼발로 그림도 그리지만 왼발 엄지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기도 친다. 그녀는 인터넷 홈페이지(www.everyung.com)를 만들어 놓고 채팅도 하며 이메일도 보낸다. 그녀의 팬들이 이메일로 편지를 보내면 그녀는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쳐서 답신도 한다. 처음 채팅을 할 때에는 너무 오자가 많아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잘 치고 있다. 세계구족화가협회 회원인 이윤정씨는 2006년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특선을 비롯해 1997년부터 여러 번의 입선작을 내놓았다. 그리고 2002년부터 2008년까지 7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회의원회관 전시를 비롯해 수많은 초대전에 작품이 전시됐다. 2005년도엔 일본 후쿠오카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한중일 국제작품교류전에 그녀의 작품이 초대받기도 했다.
이윤정씨는 그림만 그려 온 것이 아니다. 1998년 5월 초등학교 검정고시, 8월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1999년 8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드디어 2001년엔 한국방송통신대학 교육과에 입학해 2005년 2월 졸업했다. 졸업 시 그녀는 성적우수상과, 평생학습상 및 보육교사 1급자격증을 취득했고 2008년엔 평생교육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윤정씨는 그녀의 수기 중에서 이렇게 자신을 말하고 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위로 두 오빠가 있고 나는 고명딸이다. 정상으로 태어났다면 부모님께 많은 즐거움을 안겨드릴 수
있었을 그런 딸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항상 부모님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너무 큰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나를 7살 때까지 업고 장사를 하셨지만 내가 점점 무거워지자 집에 혼자 두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나는 어린 시절을 줄곧 외롭게 보냈다.
항상 사람이 그리운 나머지 글씨 보단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됐다. 하지만 철이 들어가면서 손도 아닌 발로 그림 그려서 무얼 어찌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생겼다.” “나의 유년기는 어찌 보면 질긴 외로움의 연속이었으며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답답함이 항상 존재했고 또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그런 어느 날 입이나 발로 그림 그리는 세계구족화가협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내게 너무나 큰 놀라움이었고 또한 희망이었다. 구족화가협회에 들어가기 위해 흘려야 할 피눈물은 그 동안 흘렸던 것보다 더욱 많았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반드시 길이 있었다.”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한다. 마라톤에서는 빨리 뛰는 것만으로는 끝까지 완주하기 힘들다. 오히려 성급히 먹는 밥이 체하듯 처음부터 너무 앞서가려는 사람은 중도에서 쓰러지게 마련이다. 사람의 삶 또한 그와 같은 맥락에서 쉽게 좌절하지 않고 오뚜기처럼 일어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진정으로 값진 삶을 산다 할 수 있겠다. 비록 마라톤에서 1등은 못하더라도 완주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윤정씨는 “미래는 하루하루 그려지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지금 현재 좌절하여 쓰러질 것만 같은가. 이윤정씨를 생각하며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