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그저 늦된 아이일까, 아니면 설마 자폐증일까?”
‘자폐증’(autism) 하면 드문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폐아동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5년간 노스 LA카운티에서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프로그램을 통해 자폐아동을 치료해 온 린다 이씨는 “CDC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자폐환자는 150명 중 1명 꼴”이라며 “자폐증을 가진 한인 아동들도 많지만 빨리 발견하지 못해 늦게 치료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인 부모들은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 아이가 자폐증이 정말로 맞느냐는 질문을 계속 할 정도라고 한다.
모든 병이 그렇듯 자폐증 역시 빨리 진단해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7~8세에 발견하는 것보다 3~4세에 발견하는 것이 더 좋고, 이상적이긴 하지만 3~4세보다는 2세에 발견하는 것이 더 아이의 증상을 호전시키고 학교나 사회생활을 보통아이처럼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린다 이 행동 치료사의 도움말을 통해 자폐증에 대해 알아본다.
3세 이전 증상 나타나… 최근 증가추세, 빨리 진단해 치료하는 게 중요
■자폐증이란?
자폐증은 그 원인이 완전히 규명되지 못한 전반적인 발달장애 질환이다. 진단을 빨리 내리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 그저 말이나 행동발달이 늦는 아이 정도로 인식해 진단이 늦게 내려지는 경우도 생긴다.
대개 3세 이전부터 증상이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말하는 자폐증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s, ASDs)로 분류되는 여러 가지 심각한 발달문제 중의 하나다. ASDs에는 자폐증을 비롯해 비전형적 자폐증(atypical autism)을 포함한 전반적 발달장애-기타 특정 지어지지 않은 경우(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not otherwise specified, PDD-NOS),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 등이 속한다. PDD-NOS의 경우 2세까지는 멀쩡하게 자라다가 그 이후부터는 배웠던 말을 잊어버리고, 이전 했던 행동을 하지 못하고 점점 아기 상태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속하기도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언어 능력도 있고 대개 천재들이 많다. 사람들과 교류할 때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행동에 문제들이 많고 보통 아이보다 좀 이상한 점을 보일 때, 또 다른 아이처럼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 아동기 붕괴성 장애(childhood disintegrative disorder)가 전반적인 발달장애 범주에 속한다.
자폐증을 갖고 있지만 마라톤 선수로 유명한 배형진군의 실화를 다룬 영화 ‘말아톤’의 한 장면.
■자폐증의 증상
언어 표현이나 이해 능력이 떨어지며 학습능력, 주의력 등에 이상을 보인다. 엄마에게 집착하거나, 엄마와 마주 보면서도 웃거나 눈을 맞추는 반응이 전혀 없거나 타인과 놀이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거나 똑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등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이해에 있어서 보통 아이와는 다른 행동과 관심을 보인다.
증상은 크게 사회적 기능(social skills), 언어, 행동에서 문제점이 나타난다. 사회적인 행동이나 대화 등 사회적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주요 문제 중 하나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거나, 눈을 맞추기를 꺼려하거나 또래 친구들과 놀 줄 모르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혼자 노는 경향이 있다.
또한 ‘말’ 즉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큰 문제다. 언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다른 아이들 보다 말을 늦게 시작한다. 비정상적인 톤이나 리듬으로 말하며 이전에 배웠던 단어나 문장을 다시 말하지 못한다. 단어나 어구를 반복해서 말하기도 한다. 또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말은 해도 자폐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
행동문제에 있어서는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몸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는 등 동작을 반복한다. 빛이나 사운드,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 등에 민감하다. 선풍기 같은 물체가 도는 것을 1시간 이상 하염없이 보고 있는 등 행동을 하기도 한다.
부모가 그만 하던 것을 멈추라고 하거나 숙제해야 한다고 하거나 이제 자야 한다거나 등의 지시를 내리거나 샤핑몰에서 계속 물장난하고 있던 아이에게 이제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면 바로 행동과잉 문제가 나타난다. 대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기다리지 못하며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해도 30초 정도밖에 앉아 있지 못한다. 공격적이거나 자기 자신을 때리거나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다든지 이상행동을 한다.
자폐아동과 함께 임상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 <이 앤 어소시에이츠 제공>
■늦된 아이? 자폐증?
자폐증이 있는 아이는 대개 2세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이후에 나타난다. 말이 늦는 것이 특징이지만 말을 하는데도 자폐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이 있는 자녀가 있는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자폐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1세 이전은 약 50%, 대개는 80~90%가 24개월 때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아에 따라 18~24개월까지는 정상 아동처럼 배우다가 그 이후부터는 새로운 언어나 사회적 행동 등을 배우는 학습능력이 멈추거나 이전에 배운 것들도 잊어버리는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국어, 영어 같이 이중언어에 노출되는 한인인 경우 자신의 아이가 말이 그저 늦는 것인지, 아니면 자폐인지 판별하기가 더 어렵다.
자폐증이 있는 경우 말도 늦고 사회적 기능이나 학습능력 등이 또래보다 뒤쳐진다. 7세에 4세 아동의 행동을 하고, 4세에 2세 행동을 하는 등 나이가 들면서 점점 처지게 된다. 퍼즐 맞추기, 컴퓨터 문제 풀기는 잘 해도 말하기나 친구 사귀기 같은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쉬운 것을 배우기도 전에 어려운 것을 더 빨리 배우기도 한다.
한국에서 열린 ‘자폐 인식의 날’ 행사에서 자폐아들이 부모와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알리는 신호
-다른 아이들처럼 놀지 않는다. 자폐증이 있는 어린이나 성인인 경우 흉내 내는 놀이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엄마나 아빠인 척하거나 해적, 인기 캐릭터인 척하기 놀이 등을 하지 않는다.
-유아일 때는 장난감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물건이든 어떤 물체든지 관심이 없다.
-자동차가 지나가거나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반응이 없다. 보통 아이라면 “엄마, 저기 봐” 라든가 또는 손으로 가리킨다.
-부모가 “저기 좀 봐”하면 쳐다보지 않고 반응이 없다.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 혼자 있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개 보통 아이들은 안아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폐증 아이는 자기가 원할 때만 안기거나, 또 부모가 안아 주어도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아이들이 노는데 가서 어떻게 가서 놀고 얘기를 나눌지 모른다.
-반복하는 말, 행동이 있다.
-필요한 것을 요구할 때 표현력에 문제가 있다.
-평소 하던 것을 바꾸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힘겨워 한다.
-냄새, 맛, 보기, 느낌, 사운드 등에 비이상적인 행동을 보인다. 예를 들어 생일파티에서 잘 놀다가도 ‘해피 버스데이’ 노래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거나 소리를 지르고, 음식에서는 토마토 같은 것만 보면 소리를 내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ABA 프로그램 등 임상치료 상당수 호전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치료 프로그램
자폐증 아동으로 진단되면 여러 임상치료로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자폐증 임상치료 중 ABA 프로그램은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린다 이 행동치료사(behavior analyst)의 설명이다.
이씨는 “일주일에 30~40시간 자폐아동의 집에서 환경을 바꾸며 언어치료, 놀이치료, 행동치료 등을 하면서 말을 가르쳐주고, 노는 법을 가르친다”며 “말을 못하던 아이가 말을 시작할 때, 또 치료하던 아이가 드디어 친구를 사귀었다고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ABA 프로그램은 자폐 임상치료 중 하나로 UCLA 연구에 따르면 자폐 아동이 7세 이전에 ABA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30~40시간 임상치료를 받았을 경우 47%나 효과를 봤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씨는 “자폐증 자체는 고쳤다고 할 수 없지만 여기서 효과를 많이 보았다는 것은 보통아이와 자폐아를 비교했을 때 누가 자폐가 있는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보통아이처럼 학교생활도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때문에 일찍 발견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폐 아동에 따라 말을 못하는 경우 말을 가르쳐 주고, 행동 문제나 사회성 문제가 있다면 프로그램을 짜서 부족한 부분을 테라피해서 보통아이처럼 만들어 나간다는 것. 특히 프로그램을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어릴 때 일찍 발견해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치료 후 보통아이처럼 학교생활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 앤 어소시에이츠’의 린다 이 대표.
이씨는 한인으로는 유일하게 노스LA 카운티 지역에서 ABA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통해 ‘이앤 어소시에이츠’(Yi and Associates)를 엔시노와 팜데일에서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앤 어소시에이츠’는 반은 학교, 반은 테라피 센터다. 정부의 펀드를 받기 때문에 무료 프로그램과 정부 펀드가 지원되지 않는 경우를 위해 사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ABA 프로그램을 통해 자폐아동을 둔 부모를 가르치고, 자폐아동을 가르치며 팀웍을 이뤄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개 한인들은 내 아이는 늦된 아이일 것으로만 생각해 7세까지 방치하기가 쉽다”며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되도록 일찍 발견하는 것이 좋겠지만 늦게 발견하더라도 부모가 아이와 함께 희망을 갖고 긍정적인 태도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세에 미국에 부모와 함께 도미한 이씨는 UC버클리를 나와 칼스테이트LA에서 심리학과 ABA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노스LA 카운티에서는 중증 자폐아동을 치료해 왔으며 2000년에는 랭캐스터에서 자폐아동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프로그램인 D TT(discret trials training)/ ABA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문의 (818)789-4540, (661)224-9310
<정이온 객원기자>
자폐증, 드문 질환 아니다
CDC 산하 자폐증과 발달 장애 모니터링 네트웍(ADDM)에서 지난 2007년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8세 아동 150명 중 1명꼴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여러 주에서 조사한 결과 2000년에 6곳을 통합 조사한 1,000명 중 6.7명과 2002년 14곳을 조사한 1,000명 중 6.6 명을 평균 수치로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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