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아 소토마요 연방순회법원 판사가 연방 대법원 판사로 지명된 후 대법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가 홀어머니 아래 성장한 후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일류대학과 법대(프린스턴과 예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오바마의 전기와 흡사하대서만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상원의 인준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는 게 공론인 듯하다.
첫째 결격적인 흠이라도 발견되기 전에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선택이 존중되어온 전통이 있다.
둘째는 1789년부터 현재까지 도합 111명의 대법원 판사들이 존재해왔는데 그중 109명이 남자들이었다는 사실과 미국 유권자나 변호사들 중 절반이 여자들이라는 사실과의 괴리 때문이다. 샌드라 데이 오코너(레이건이 임명했고 3, 4년 전 남편의 치매 치료를 위해 사직)와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클린턴 임명)에 이어 세 번 째로 대법원 판사에 임명이 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일 것이다.
셋째 부모가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소토마요 판사는 히스패닉이 미국 최대의 소수민족이라는 사실로부터 큰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대거 민주당을 지지했기 때문에 지난 대선과 의회 선거에 참패한 공화당으로서는 40명 상원의원들이 히스패닉 계 최초의 대법원 판사 지명을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일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 58명만으로도 인준이 가능한 상황에서 섣불리 소토마요를 다루었다가는 공화당이 멸문지화를 당할 판국이다.
어떤 논객의 말처럼 소토마요가 이라크의 아브 그라브 감옥에서 죄수들을 고문하고 있는 사진이라도 있기 전에는 그의 인준은 떼 논 당상이라는 결론이다.
그러나 보수논객들 중에는 공화당 법사위 위원들이 청문회에서 그의 과거 발언 두엇은 따져본 후에나 찬표를 던지라고 주문한다.
그 하나는 어떤 세미나에서 소토마요가 공소법원의 역할은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정책입안은 삼권분립 체제 아래서 입법부의 고유사항이라는 전통과 소토마요의 사법철학이 어떻게 조화될 것인가를 규명해보아야 된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소토마요가 한 연설 가운데서 경험이 풍부한 라틴계 여성(Latina)은 (여자나 소수민족으로서의 경험이 없는) 백인 남성보다 더 나은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오바마가 소토마요 지명을 발표하면서 소수민족 출신에다가 가난한 배경을 극복해온 그의 경험에 기초되었을 감정이입(empathy)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오바마가 상원 초년병 시절 로버츠 현 대법원장과 얼리토 판사에 대한 청문회 및 상원 토의에서 그들이 약자보다는 강자 편에 서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인준을 반대한다고 했던 것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엄격히 따지자면 판사는 자기 앞에 나타나는 사람의 인종, 사회배경과 빈부귀천을 전혀 무시하고 법대로, 헌법대로 판결해야 된다. 판사의 선서도 그와 비슷하게 되어 있고 법의 여신이 눈가리개를 두르고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편견과 기호를 마음속으로부터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터이니까 공평무사한 판결을 이상으로 삼고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 사법제도의 근본 제약이다.
연방지방법원 판사(부시 아버지 임명)로, 그리고 공소법원 판사(클린턴 임명)로 소토마요는 400여 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썼지만 보수나 진보세력에서 가장 초점을 맞출 분야는 ‘로우 대 웨이드’(1973년)란 대법원 판례에 대한 그의 견해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그 판결에서 여성들에게 낙태할 권리가 헌법상에 보장되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 후 1년에도 100만 이상의 태아가 낙태되고 있어 낙태를 살인으로 보는 보수주의자들과 낙태는 여성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 사이의 거리는 좁혀질 수 없는 간격이다.
소토마요가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진보세력들이 우려하지만 백악관은 그가 로우 사건을 번복시키는데 가담할 사람이 아니라고 안심시킨다는 보도가 있다.
연방판사 후보자들에게 리트머스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은 다음에 더 자세히 살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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