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워싱턴 지역 촛불 추모의 밤 기도문
아파하는 사람과 함께 아파하시는 하나님. 여기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조국 때문에 아파하고, 정의 때문에 아파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나쁜 사람들에 항거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여, 유령처럼 대한민국을 감싸고 있는 지역주의 망령을 타파하기 위하여, 정의로운 조국을 만들어 보기 위하여 몸부림치던 그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죽음이 그리 두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목숨 앞에서 공포와 비굴함으로 떨지만, 그 분은 목숨을 던짐으로 자신이 평생 추구해왔던 정의와 평화와 진정한 민주화를 다시 이 땅에 소생시키게 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몸을 죽일 수는 있지만, 내 영혼을 죽일 수는 없다고 믿었기에 육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으로 정의와 평화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살아나게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모든 인간들이 그렇게도 열망하는 돈을 보장하는 길을 마다하고, 한 생명의 인권을 더 소중한 것으로 믿었기에 가난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갔던 바보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유령처럼 대한민국을 감싸고 있는 지역주의 망령을 부수기 위해 실패가 훤히 보이는 길임에도 낙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던 바보였습니다. 정치적 출세가 보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당 야합은 정의롭지 못한 길이라고 외치며 출세의 길을 거부하였던 바보였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 앞에서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며 함께 울어주고 아파하며 그들을 위해 몸부림치던 그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날아가는 파리도 떨어뜨릴만한 무서운 권력을 가진 전두환 씨 앞에서 모두가 고개 숙이고 있을 때에 어디서 난 용기일까요? 삿대질을 하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러대던 그 용감스런 모습이 가슴 아리게 다가옵니다.
그분이 그렇게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이제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분이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모두의 가슴에서 사라져가던 그분이었는데, 모두에게 손가락질까지 당하며 다 죽어가던 그 분이 이렇게 죽음으로 다시 살아나다니 이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준 부활이라는 것 아닌가요?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그 분이 추구했던 정의와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에 대한 열망이 다시 살아 꿈틀거리고 있으니 이게 부활이 아닌가요?
하나님, 한 가지 묻겠습니다. 대답해 주세요.
하나님도 김진홍 목사라는 분 아시지요? 저는 그분의 명성과 지위에 감히 신발끈도 맬 수 없는 목사이지만, 전 그 분 때문에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비판하지 말고 서로 존중하라고 가르치셨는데, 그게 말처럼 싶지가 않으니 용서해 주옵소서! 하나님도 이미 들으셔서 다 아시잖아요? 야고보서 3장의 말씀을 인용해서 ‘능력이 없으면 지도자가 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게 죽음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목사의 말인지요? 하나님께서 제게 가르쳐준 야고보서 다시 잘 읽어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혀는 온 몸을 더럽히고 세상살이의 수레바퀴에 불을 질러 망쳐 버리는 악의 덩어리입니다. 혀 거기에는 사람을 죽이는 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우리는 같은 혀로 주님이신 아버지를 찬양하기도 하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사람들을 저주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렇게 위험스러운 혀를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지 말라! 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나쁜 목사들 때문입니다. 나쁜 장로들 때문입니다. 나쁜 그리스도인들 때문입니다.
쟌 칼빈이라는 분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복음에 가장 큰 적들은 로마의 교황도, 이단도, 유혹하는 자들도 독재자들도 아닌 바로 나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광기어린 성장제일주의에 빠져버린 한국교회가 만들어 낸 나쁜 그리스도인들 때문입니다. ‘먹으면 죽는다’는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처럼 된다’는 달콤한 메시지에 무분별하게 아멘! 하며, 보암직 하고 먹음직 한 것들을 무분별하게 따먹는 나쁜 그리스도인들 때문에 그 분이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혼은 우리 가슴속에 지금 촛불처럼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주여! 이 어둠을 밝히우는 촛불처럼, 우리 모두가 하나의 촛불이 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죽음으로 부활의 세계를 열었던 것처럼, 그 분의 죽음이 조국의 정의와 통일을 여는 씨앗이 되게 하소서!
적지만, 마지막까지 바알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입 맞추지 않은 ‘남은 자’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 역사를 통치하여 나가시는 하나님!
우리로 하여금 ‘남은 자’가 되게 하소서!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내려 주소서! 대한 민국위에 하나님의 은총을 내려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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