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일간지에 월스트릿에 상장된 6개 회사 CEO의 연말 상여금 액수가 발표 됐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이 회사들의 주가가 25%에서 69%가량 하락했고 2008년도 손실액도 5,600만달러에서 거의 20억달러에 달하는 불건전한 재무구조였는데도 CEO들에게 적게는 100만달러에서 400만달러의 보너스 지급이 이사회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기초 재정학 교과서에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여금은 주식이 상승 하고 수익이 생길 때 지급하는 것인데 이들이 책임지는 회사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가는 상황에서 상여금만 챙겨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사회에서 상여금 지불 정당성을 발표하는데 이해하기 힘든 구절도 있다. 예를 들면 ‘Euronet’사는 7억4,000만달러 적자인데 매상의 증가와 적절한 운영을 했다고 CEO에게 400만달러를 보너스로 지급하기로 했고 ‘Warner Music’사는 경제가 힘들 때 일을 잘했다고 300만달러, 그리고 다른 한 회사는 적자가 10억달러나 났는데도 현금사정이 향상됐다고 상여금을 150만달러 지급한다는 구차한 설명을 덧붙였다.
경제가 어려운 때가 아니더라도 CEO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이직을 방지하기 위하여 상여금을 후하게 지불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이전에 이 같은 상여금 지급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던 것은 주식시장이 태평성대를 구가 할 때였기 때문이다. 주식가격이 끝없이 상승하고 경제가 꾸준히 성장할 때에는 한 해의 손실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더니 이젠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는 주주들에게 눈치가 보여 이런 구차한 설명을 하는 모양이다. 이런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것도 투명경영의 한 단면일 수 있다.
근래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1930년대 시작된 ‘Bank of America’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이탈리아계 사람 지아니니가 ‘Bank of Italy’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은행이 뒷날 사업의 번창과 함께 ‘Bank of America’로 탈바꿈하기에 이른다. 메가급 증권 회사인 ‘메릴 린치’가 ‘Bank of America’ 에 합병되고 오랜 역사의 종말을 고했다.
재작년 말부터 불어오는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메릴 린치’는 연방 재무부 주도로 이 은행에 흡수 되었다. 합병되기 직전 CEO 존 테인은 작년 12월말로 회사 간부들에게 30억달러에서 40억달러에 달하는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합병 날자가 금년 1월말 경이었는데 서둘러서 지급했다고 하니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존 테인 CEO 직전에 스탠리 오닐이라는 흑인이 이 회사의 총수였다. 2008년에 엄청난 회사 손실로 CEO자리에서 밀려난 사람이었다. 그가 2006년을 마감하며 자신을 포함한 회사간부들에게 지급한 상여금과 연봉의 액수가 신문에 발표됐다. 그와 5명의 최고 간부에게 지불한 액수가 1억7,200만달러라고 한다.
CEO인 그의 몫이 4,800만달러, 수석 부사장인 다우 김이 3,700만달러, 그리고 나머지 3명의 부사장들이 각각 3,400만달러, 3,000만달러 그리고 2,300만달러 등이라고 했다. 이 엄청난 연봉을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오닐사장이 2만3,000달러이고 한국태생인 김씨는 1만8,000달러에 가깝다. 이런 사람들의 몇 시간 임금이 웬만한 사람들의 연봉이 된다.
한인 금융인의 성공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그들의 천문학적인 연봉이 소시민인 우리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연방 의회에서 CEO들의 연봉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그동안 기업에 무간섭 주의를 고수하던 정부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특히 정부의 혜택을 받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감시의 눈을 더 강화하는 것 같다.
경제 위기 때 행정부와 의회가 미국 경제회복을 위한 여러 가지 구제 방법을 도입한다. 계속 발표되고 실행되는 오바마 정부의 경제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 고급간부들의 상여금을 포함한 연봉의 적정선이 확립되는 일은 경제의 건강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이종혁/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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