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 아시아선수 최초로 선발 출장 66분간 활약
영광의 우승컵을 치켜드는 바르셀로나 캡틴 카를로스 푸욜.
승부에 쐐기를 박은 추가골을 터뜨린 리오넬 메시(오른쪽)과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2-0으로 맨U 꺾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스페인 클럽 최초로 정규리그와 리그컵까지 합쳐 3관왕 위업
세계 축구 ‘꿈의 무대’인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U)가 FC바르셀로나에 0-2로 완패, 대회 2연패와 역사적인 ‘쿼드러플(4관왕)’의 꿈을 접어야 했다. 맨U의 박지성은 이날 선발로 출장 66분을 뛰어 아시아선수로 챔피언스리그 결승무대에 나선 최초의 선수가 되는 새 역사를 썼으나 팀 패배로 기쁨이 반감되고 말았다.
27일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픽스테디엄에서 펼쳐진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는 전반 10분 사무엘 에토오가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기선을 제압한 뒤 후반 25분 리오넬 메시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헤딩 추가골을 터뜨려 맨U를 2-0으로 완파하고 지난 2005-06년 시즌 이후 3년만에 유럽 정상에 복귀했다. 대회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리그컵(코파 델레이) 우승을 합쳐 스페인 클럽으로는 사상 최초로 ‘트레블(3관왕)’의 위업까지 완성해냈다. 반면 프리미어리그와 FA컵, FIFA 클럽월드컵 우승에 이어 ‘쿼드러플’과 타이틀 2연패에 도전했던 맨U는 바르셀로나의 타이트한 경기운영에 말려 예상 밖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맥없이 주저앉아 대회 4번째 결승에서 첫 패전의 고배를 마셨다.
경기 시작과 함께 주도권을 잡은 팀은 맨U였다. 예상대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최전방에 세우고 웨인 루니와 박지성을 좌우에 포진시킨 4-3-3 포메이션으로 나선 맨U는 경기시작 30초만에 상대 문전 32미터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키커 호날두의 위력적인 킥을 바르셀로나 골키퍼 빅터 발데스가 간신히 몸으로 막자 쇄도하던 박지성이 리바운드 볼을 바로 슛으로 때렸으나 수비수 제라르 피케가 몸을 날리며 발로 볼을 블락해내 첫 득점찬스를 놓쳤다. 호날두는 7분과 8분에도 잇달아 위협적인 중거리슛을 쏘며 초반 맨U의 분위기를 주도했고 이때까지만 해도 바르셀로나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해 일방적으로 몰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올 시즌 무려 97골을 합작한 공포의 삼각편대 메시(37골)-사무엘 에토오(34골)-티에리 앙리(26골)가 포진한 바르셀로나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전반 10분 전광석화같은 역습으로 맨U의 철벽수비벽을 가볍게 허물고 선취골을 터뜨렸다. 맨U 진영 중간지점에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오른쪽으로 내준 볼을 잡은 에토오는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 네마냐 비디치를 원 모션으로 간단히 제치고 오른발 토킥으로 맨U 골네트를 출렁였다. 볼은 맨U 골키퍼 에드윈 반 데 사르의 왼팔에 맞았으나 워낙 근거리여서 반 데 사르도 어쩔 수 없었다.
초반 9분여동안 일방적인 공세를 퍼붓던 맨U는 이 골 한 방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뒤 순식간에 경기 주도권을 뺏겼다. 17분 문전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라이언 긱스가 왼발로 찼으나 크로스바를 넘어간 뒤론 이렇다할 찬스를 전혀 만들지 못한 채 바르셀로나에 완전히 밀리는 모습이었다. 패싱이나 돌파, 공간활용 등 생기넘치는 맨U축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이니에스타와 사비가 중원을 장악한 바르셀로나는 정교한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고 전방의 메시와 앙리의 돌파가 활기를 띄면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무기력하게 밀리다가 전반을 마친 맨U는 후반 시작과 함께 미드필더 안데르손을 빼고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를 투입했으나 사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바르셀로나의 공세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후반 3분 앙리가 오른쪽을 돌파, 리오 퍼디낸드를 가볍게 따돌리고 오른발슛을 했으나 반 데 사르의 선방에 걸렸고 7분에는 사비의 프리킥이 맨U 골포스트를 때리는 등 계속 맨U 골문을 위협했다.
반격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맨U는 후반 21분 박지성을 빼고 마지막 스트라이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까지 투입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오히려 4분 뒤인 25분 사비의 그림같은 크로스를 받은 메시가 정확한 헤딩슛으로 반 데 사르의 키를 넘겨 맨U 골네트를 출렁이는 쐐기골을 터뜨리며 리드를 2-0으로 벌리자 승부도 사실상 결정되고 말았다. 이후 맨U는 안간힘을 다했으나 전혀 특유의 날카로움을 느낄 수 없는 무딘 공격이었고 오히려 바르셀로나의 계속된 공세에 잇달아 실점위기를 모면하다 종료휘슬 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동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