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가히 카리스마적이다. 취임 100일이 지났으나 여전히 열화 같은 지지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니 오바마 천하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이 오바마 천하를 맞아 두 사람이 새삼 주목을 끈다. 그 하나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다. 또 다른 사람은 찰스 크라우트해머라는 논객이다.
한 때 ‘별들의 전쟁’에 나오는 ‘악의 제국’의 상징 다스베이더와 비교됐었다. 그 체니가 테러 용의자 물고문 공방에 적극 뛰어들었다. 언론은 이런 그를 두고 부시 전 대통령을 방어하는 ‘방위 총사령관’으로 빗대며 야유를 퍼부었다.
체니의 말에 그러나 사람들은 점차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진실성이 엿보여서다. 오히려 민주당이 수세에 몰렸다.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장은 자칫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힐 위기까지 맞고 있는 것이다.
크라우트해머는 워싱턴포스트에 정기적으로 글을 싣는 신디케이트 칼럼니스트다. 그 칼럼을 통해 해외정책에서, 경제, 교육개혁에 이르기까지 오바마 정책에 대해 철저한 비판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오바마 비판에 점차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매주 마다 가장 널리 읽히는 칼럼으로 랭크될 정도다. 그래서 크라우트해머는 오바마 천하를 맞아 가장 중요한 보수논객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 체니와 크라우트해머가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심 불안해한다. 오바마 시대에 미국민이 보이고 있는 정서다. 그 밑바닥 정서를 어느 정도 파고들고 있어서가 아닐까.
변화를 내걸었다. 그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사람들은 은연중 불안해하고 있다. 변화의 방향성을 잘 알지 못해서다.
크라우트해머는 그 방향을 미국의 유럽화로 지적했다. 오바마가 내건 변화의 핵심을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노선에 따르는 구조변화로 파악한 것. 그리고 철저한 메스를 가하고 있다.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게 유럽전문가 데니스 프레이저의 지적이다. 불과 80년 전만해도 문학에서, 예술, 과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족적을 남긴 사람의 이름은 거의 다가 유럽인의 이름이었다. 오늘 날에는 그러나 찾아볼 길이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답을 그는 세속주의와 사회주의(복지국가)에서 찾았다. 종교는 삶에 있어 위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 위대한 질문을 추구한 결과 남겨지는 것이 위대한 업적이다.서구가, 서방이 예술에서, 문학, 경제, 과학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토대는 바로 종교, 다시 말해 기독교에 있다. 그 종교를 상실했다. 세속주의 물결이 유럽의 교회를 초토화시킨 것이다.
그 결과는 생명력의 상실이다. 인간은 우연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다. 선과 악이라는 것도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둘러댄 말장난에 불과하다.
종교를 상실할 때 창작능력도 기운다. 기독교국 러시아는 당시 유럽에서 후진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스토예프스키에서 체호프,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에 이르는 위대한 영혼을 배출했다.
기독교가 탄압을 받으면서 러시아는 문화적 황무지로 돌변한다. 공산주의가 가져온 병폐다. 꼭 공산주의가 아니라도 종교가 죽어가면서 인간의 창작능력은 쇠퇴한다. 신(神)을 믿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은 닥치는 대로 믿거나,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됐다.
마르크시즘, 파시즘, 나치주의 등 온갖 폭력성의 이즘을 수용한다. 동시에 페미니즘, 환경주의, 사화주의 등 비폭력성의 이즘도 받아들인다. 종교를 상실한 유럽에서 보여 온 현상으로, 각종 인본주의적 이즘이 종교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유럽은 생명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로윤리가 약해지고, 출산율은 재앙적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즐거운 나날을 보내자는 찰나주의에 빠져든다. 그리고 책임은 회피한다. 유럽식 모델은 유화적인 외교정책에, 만성적으로 경직된 경제체제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크라우트해머의 지적이기도 하다.
‘아메리카의 유럽화’에 맞선 ‘아메리카의 정체성 유지’- 오바마 시대를 맞아 거대한 문화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현재의 전황은 ‘유럽화’ 쪽에 극히 유리한 가운데.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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