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장애, 자살 이어질 수 있어
정신적 안정감 찾는 게 중요
가정폭력은 부부 뿐만이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같은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제2의 가정폭력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그 만큼 높아진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부부간의 불화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그리고 슬기롭게 해결해 내는 것이다. 자녀가 보는 앞에서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리 서로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도 이를 아이들 앞에서 표출하는 순간, 자녀들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방황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한 가정의 예를 보자.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가정폭력으로 인해 피해가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돌아가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 또한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궁금해 문의를 드립니다. 결혼한 후 얼마 안 돼 시작한 남편의 의처증은 해가 지나면서 점점 더 그 정도가 심해져서 언젠가부터 트집이 잡히면 손찌검이 시작되었고 정신적, 신체적인 학대가 계속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오던 저는 심한 폭력에 신체적, 정신적인 상처를 입고 곧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저보다는 어린 아들을 위해 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나오기로 했습니다.
마음에 특히 걸리는 것은 8세 어린 아들이 아무 것도 묻지는 않지만 벌써 많은 것을 아는 눈치입니다. 아빠에게 전화하고 싶다든지 그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요즘 특히 의기소침하고, 게임에 몰두하거나 가만히 방에 앉아 있고, 친척 어른들과 제가 얘기를 하려면 자기도 급하게 방으로 들어와 눈치를 보는 등 불안한 모습이 보여 마음이 아픕니다.
아들에게서 그런 행동을 보이지만 저 역시 지금의 마음상태로는 혼자도 추스르기도 어려워 그냥 지켜보아 오기만 했습니다. 아이에게 미칠 나쁜 영향이 걱정됩니다”
가정폭력에 대한 상담의뢰가 들어올 때처럼 마음이 아플 때가 없습니다.
험한 세상 속에서 가장 안전하고 기쁨이 넘쳐야 할 가정에서 폭력이 일어날 때는 구성원에게 많은 고통과 상처를 남기게 마련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밝혀진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가정의 10% 이상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한국에서는 훨씬 더 심한 무려 34% 이상의 가정이 일년에 한 차례 이상의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하니 미주에서도 아마 10%를 훨씬 웃도는 한인 가정들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들이 경험하는 심리적인 충격과 불안함은 아드님에게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다행히 어린이는 대부분의 경우 정신적으로 매우 유연하고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 어른보다 뛰어납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잘 견딜 수 있지만 오히려 부모님의 당황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대할 때는 자녀들이 정신적으로 심한 압박을 느끼고 혼돈이 경험하게 되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단은 어머니가 마음을 강하게 가지고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이 케이스에서 가장 큰 우려가 되는 것은 어머님이 자신의 어려움 때문에 자녀를 세심하게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자녀가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어려움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신체적인 고통이나 행동적인 장애로 호소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통 등의 신체적인 통증을 호소한다든지 학교 수업 중 예전보다 심하게 집중을 못하거나 친구들과 심한 다툼을 하는 행동적인 장애를 보인다든지, 수면이나 식사에 있어 너무 많아지거나 너무 적어진다든지 하는 큰 변화가 보일 때는 많은 관심을 보이며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가정폭력이란 가정 안에서 일어나고 문제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피해자는 가정폭력에 대한 죄책감이 생기게 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에게 있어 부모는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방어막이기 때문에 가정폭력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자녀는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고 이 상처는 자아 존중감의 저하, 불행, 무력감, 거부감, 죄의식, 분노 등의 격한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두통, 복통, 천식, 야뇨증, 불면증, 말더듬이나 우울증, 학교 공포증, 약물 남용 등의 행동 장애와 학습장애를 보이고 극심한 경우에는 자살로 이어지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 자녀의 학습 자세와 학교생활은 그만큼 어려워질 것입니다.
첫 번째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한 전학을 하지 않는 것 입니다.
자녀에게 생활의 환경이 변화하면서 친숙했던 학교와 친구들을 동시에 모두 잃게 한다면 그만큼 충격이 더 하게 됩니다. 전학이 불가피하다면 다니던 학교나 교회를 한동안 있으면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작별인사를 할 기회를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가능하면 예전부터 해오던 것들을 계속해서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엄마와 예전처럼 영화를 함께 보러 간다든지, 예전처럼 주말에는 함께 도서관에 간다든지 하는 것은 갑작스러운 변화로 경험하게 되는 충격을 완화 시켜주고 학교생활에 계속해서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 한 가지 이런 상황에서 자녀가 학교생활에 지장이 적도록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상담 전문인과의 연결입니다. 학생들에게 어렵고 충격적인 일이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학교들이 전문인을 채용하고 있으니 이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어머님이 학교 측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권합니다.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
(714)293-0123, www.drjustincho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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