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치의 혀가 칼날보다 무섭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론에 밀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검찰이 피의자를 소환심문 하는 제도에서 탈피해야하며, 검찰의 주장을 중간수사발표라는 명목 아래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재판 전에 검찰이 언론에 공개하는 내용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증되지 않은 검찰의 주장이 사실인양 연일 톱기사로, 프라임타임 뉴스로 피의자를 죄인으로 보도하는 결과 때문에 대중은 발표된 내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현대의 미디어가 바로 사람 잡는 세치 혀의 구실을 하고 있음이다. 있지도 않은 광우병으로 온 국민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실례를 보더라도 언론의 파워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파워를 이용해서 피의자를 압박하여 헌법에 보장된 묵비권(대한민국헌법 제12조 2항) 마저 포기하고 검찰에 끌려나와 죄인 취급을 당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모든 이는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무죄로 추정 되어야하는 법 이론이나 헌법에 보장된 권리는 허구에 불과하다. 언론은 사실만을 보도해야하는 원칙에 비추어볼 때 검찰의 주장은 보도할 가치가 없는 내용이다. 검증된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한 보도(Sensationalism)에 혈안이 되어 경쟁적으로 보도 한다.
일리노이 주 주지사 브라고예비치(Blagojevich)는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그의 후임 상원의원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일리노이 주지사 자신에게 선거후원금을 가장 많이 내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을 상원의원으로 천거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일리노이 주 의회의 탄핵을 받고 주지사직에서 퇴출당했다. 지금은 뇌물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수사는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 브라고예비치 주지사는 언론재판에 희생될 리가 없다는 말을 하고 있음이다.
여론몰이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거나 죽음으로 몰고 가는 행위는 한국인의 고질적 국민성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그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여론몰이에 희생되어 귀양길에 오르거나 사약을 받지 않았던가. 이러한 행위는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도 볼 수 있다. 소위 ‘왕따’가 그것이다.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왕따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있었음을 부언한다.
브라고예비치 주지사가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매관매직하려 했다는 말은 검찰의 주장일뿐, 사실 그리했는지는 검증된 바가 없다. 그가 그런 말을 했다 하더라도 농담조로 했을 수도 있고, 그 말 자체만으로 처벌이 가능한지도 재판을 받아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백만 불을 뇌물로 수수했다는 말은 검찰의 주장일 뿐,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 그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돈이 합의하에 투자 되었을 수도 있고, 친구사이에 순수한 우정에 의한 증여일 수도 있고, 본인이 모르는 가운데 가족이 받았을 수도 있다. 재판을 받아봐야 알 수 있는 사건이다. 문제는 재판이 있기 전에, 기소도 되기 전에, 이미 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재판했고 유죄판결을 내렸으며 사형선고까지 내렸음이다.
변호인단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어찌하여 검찰이 사건 내용을 언론에 발표하는 행위를 법원 명령으로 차단하지 못했는지 말이다. 그리고 정부의 이러한 행위는 위헌적 행위라는 주장을 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법 이론은 변호사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의한 법정 공방으로 발전한다. 재판은 공개재판이라야 하지만 수사는 비공개로 진행되어야 한다.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있을 때까지 무죄라는 법 이론은 허구일 뿐, 검찰이 일단 겨냥한 사람은 언론재판에 희생될 수밖에 없는 현제도는 개혁되어야 한다. 개혁의 시발점은 사법부의 허가 없이 시행하는 피의자 심문을 불법화하는 일이다. 불법적으로 얻어진 증거는 ‘악과실론’(Fruits of poisonous tree doctrine)에 의해서 재판에 사용될 수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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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탁
변호사.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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