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민주평통이 금년 1월에서 3월까지 미 전국에 거주하는 한인을 상대로 실시한 ‘미주동포 통일의식구조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일촉즉발의 위기인 가운데 발표된 이번 여론조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동포들이 강하게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판에 밖은 듯 천편일률적으로 동포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대북강경주의자, 남북대결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절대 다수 동포들의 민족관과 통일의식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북핵을 빙자한 ‘속도조절’이라는 제동에도 불구하고 부단히 남북화해협력 틀 위에서 평화번영의 노정에 진입했었건만,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남북관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됐음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이번 여론조사에서 남북관계 경색은 잘못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36%이고, 경색 책임에서는 한, 미, 북 모두가 책임이 있다는 대답이 49%로 나타났다. 이것은 동포들의 조속한 남북관계 회복을 희망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봐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어느 일방에게만 경색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책임 하에 관계개선을 주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분명 이것은 6.15, 10.4 선언 뿐 아니라 ‘9.19 공동선언’의 준수까지 동포들이 염두에 두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 또 ‘현대 경제연구원’이 5월 초에 실시한 국내동포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긴장완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획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대답이 82.5%로 나타나 남북관계 회복을 압도적으로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94%의 재미동포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80%가 북한이 한민족으로 포용해서 함께 살아야 할 조국이라고 답했다. 통일 방식에서는 흡수통일 보다는 단계적 통일(평화공존체제)을 55%나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체재방어 수단 37.5%, 미국 등 강대국에 대한 대항수단 18%로 나타났다. 그런데 북핵이 남한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동포가 겨우 4%를 나타내고 있음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2007년 7월 미사일 시험발사와 10월 핵실험에 따른 서울 정부의 시민 대피훈련 CNN 생중계 보도를 연상케 한다. 당시 대피훈련을 취재하던 CNN 기자가 “이상하게도 시민들에게선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고 오히려 침착하다”는 보도를 하면서 기자 자신도 놀랐다는 표정을 지은 것이 이번 여론조사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해 10월, 북의 핵실험 다음날 실시된 ‘사회동향연구소’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북에 대한 선제공격이 결정되는 경우, ‘한국은 미국에 중단 요구’ 74.9%, ‘지지해야’가 19.7%로 나타나 압도적 국민들이 미국의 북침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처럼 국내외동포들의 민족평화번영의 한결같은 염원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남북관계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왜일까? ‘북한의 버릇을 고친다’는 이름으로 역사적인 두 정상선언을 집어던지고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마냥 대화를 중단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들 한다. 이제 오바마 시대가 열리면서 많은 동포들이 한반도 평화, 북핵문제, 그리고 북미관계 등에서 커다란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래서 동포들이 그의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음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미 오바마는 약속대로 적대관계국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유독 북한에겐 아니다. 왜일까? 한, 일 반북연합전선의 제동에 걸린 것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미국에 불리하다는 것을 오마마 정부가 절감하고 있기에 조만간 북미 대화가 예상된다고들 한다. 일본의 친미 우익 자민당 집권 연장을 지원하고 반북한일연합 전선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오바마 정부가 늦어도 일본의 중의원 선거를 전후해서 ‘동북아 안보평화’라는 구상 밑에 제반 북미 및 한반도문제들의 일괄타결(Package Deal)을 위한 북미회담이 시작될 가능성도 많아 보인다.
세계경제 쓰나미가 지구촌을 휩쓸자마자 대만과 중국은 ‘3통실현’으로 경제통일을 이뤘고 5월16일에는 양국민 8천명이 금문도 부근의 푸젠성에 모여 대규모 민간교류행사를 치렀다. 그런데 한반도에는 전쟁의 시꺼먼 먹구름이 뒤덮여 한 치의 앞을 예견할 수도 없는 지경에 도달했으며 개성공단의 운명이 기로에 서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5월 초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75.3%가 공단의 존속을 희망했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교류의 확대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이 경제불황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이 있다. ‘남은 북으로, 북은 남으로’ 이미 만들어진 이정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민족의 불협화음 속에서 평화와 번영을 꿈꾼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것은 진리에 가까운 말이다. 이번에 ‘LA 평통’의 통일의식 조사는 특히 북한동포를 보는 부정적 시각 논객들에게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지적하고 싶다.
이흥로 / 클락스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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