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3개월 동안 오바마 정부가 19개 대형은행의 자본건실성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했던 스트레스 테스트의 검진결과를 발표했다.
1930년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의 시작이 금융시장, 특히 은행의 부실자산에서 나왔기 때문에 은행의 자본구조가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위기상황에서 얼마나 튼튼하게 견딜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시험 검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가상되는 경제상황의 악화는 앞으로 2년 동안 GDP가 3.3% 마이너스 성장하고, 실업률이 10.3%로 폭등하며, 주택가가 지금까지 20% 폭락한 것에 더해 22% 더 떨어진다고 하는 가상 국민경제의 악화 시나리오이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검진결과는 부실자산의 손실이 내년까지 1921년 이후 가장 높은, 전체 융자의 9.1%에 달하는 6,000억 달러에 다다르고, 19개 은행 중 10개 은행에 746억 달러의 추가 공적자본이 소요된다는 진단이다.
이 결과는 지금의 금융·재정시장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주며, 정부와 연방준비은행이 퍼붓고 있는 공적자본이 얼마나 더 필요하지를 가늠케 해주는 자료가 된다.
그러나 검진 자체 및 그 결과와 관련해서 경제정책철학 상의 몇 가지 문제점을 거론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첫째, 오바마 정부가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는 목적이 부실자산을 엄청나게 안고 있는 은행에 대하여 정부가 얼마나 더 공적자본 공급을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므로 공적자본의 투입만으로 은행 구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점이다.
지금까지 연방준비은행이 신용증대를 위하여 1조2,000억 달러의 엄청난 액수를 풀었고, 페니메와 프레디맥이 모기지 융자의 활성화를 위하여 막대한 공적자금을 공급받았지만, 아직 모기지 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풀리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천문학적 숫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은행을 구제하는 것보다는 파산할 은행은 파산하도록 내버려두어 은행구조를 정리하자는 ‘자유시장주의’(Liberalism)와, 오히려 정부가 부실은행을 접수하여 은행구조를 재조정하자는 ‘간섭주의’(Interventionism)등의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둘째, 스트레스 테스트는 대형은행의 부실자본 필요성에 집중하다보니, 금융시장의 근본적인 골칫거리인 ‘유독자산’(Toxic Assets)에 관한 해결책을 간과하고 있다는 문제점이다.
물론 얼마 전에 게이트너 재무장관이 유독자산 처분을 위한 ‘공적-사적 투자프로그램’(Public-Private Program)을 내놓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금융재정시장가에 추측만 무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근본적인 문제로 오바마 정부가 전통적인 금융재정시장에 친밀한 스트레스 테스트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열심히 부르짖던 ‘금융재정시장 개혁’이라는 근본 해결책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문제점이다.
지금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금융재정시장 구제정책이 성공하게 된다면 상업은행들과 월 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더욱 대형화되고 금융재정시장에 개혁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지금 겪고 있는 2차대전 후 최대의 금융재정위기보다 더 거대한 위기가 재발하게 될 불씨를 잉태하게 된다는 논의이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로서 금융시장의 규모가 실물국민경제시장의 여러 배가 된다. 20여 년 전만 해도 2배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4배~6배가 넘는다는 계산이다. 더구나 금융재정시장의 상품이 금융자금 관리자들의 제한이 없는 창조력(?)으로 각종각색의 금융파생상품(Derivatives)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파생상품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파생상품은 복잡한 금융재정시장의 활성화와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남용’(Abuse)되고 ‘과용’(Excess)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단점이 있어서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금융재정위기를 불러올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 문제점이다. 금융파생상품의 남용과 과용을 차단하고, ‘존중’(Respect)되고 ‘적절’(Adequate)하게 활용되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금융재정시장 개혁의 방향이다.
백 순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글로벌 소사이어티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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