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파’보다 ‘실속형’이 우세
다이아 반지보다 금가락지 선호
‘일생의 단 한번인 결혼’이라는 생각은 예비 부부들의 지갑을 절로 열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결혼식 관련 산업은 불황에 대한 내성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불황의 강도가 워낙 세다보니 본격적인 결혼시즌에 접어들었음에도 웨딩업체들의 수입이 예전 같지 않다.
결혼대행업체인 ‘복신전통혼례청’의 홍은출 사장은 예전에는 양가 부모는 물론 신랑, 신부 모두가 한복을 맞추었던 반면 요즘은 경비를 줄이기 위해 신랑, 신부가 한복을 마련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홍 사장은 이어 “불황 탓인지, 바뀐 사고 탓인지 2세들이 거의 폐백을 안하려든다”며 “우리 것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가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매장을 찾는 예비커플10팀중 2팀 정도가 한인들이고 나머지 7~8쌍은 어느 한쪽이 외국인인데 오히려 외국인 2세들이 한복을 더 많이 찾을 뿐 아니라 전통혼례를 고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또 한복의 경우 미국이 아무래도 한국보다 비싸다는 편견 탓에 한국에 주문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한국에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엔 한인들이 많은 LA에서 구입하려든다고 한다. 그러나 ‘타지 주문’ 한복은 몸에 잘 맞지않고 오히려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안다는 홍 사장은 “북가주의 한인 인구가 LA에 비해 적어 한복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남가주나 한국이 싸고 좋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며 “원단부터가 차별화 되어 있는 복신한복은 모든 제품이 완성되는데 일주일이면 충분하고 그리 비싸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가격대는 기성제품이 300~ 500불, 맞춤은 600불, 폐백과 신부화장은 900불부터 시작된다
결혼 사진은 불황을 별로 타지 않는다. ‘인생 최대의 순간’을 간직해주는 ‘기억장치’인 결혼사진을 생략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불황은 이같은 공식마저 깨어버렸다. 비디오 촬영을 생략하는 커플들이 늘어나고 있고 예산이 부족하다며 끈질긴 가격흥정을 벌이는 고객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웨딩비디오 스튜디오의 김용갑 사장은 일생의 한번뿐인 결혼의 ‘예술작품’이라 할만한 웨딩사진을 경비때문에 망치게 할 수 없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패키지 상품의 조건은 그대로 둔 채 가격대만 한단계씩 낮췄다고 한다. 또 풀패키지 가격 3,000불에 1,500불을 따로 지불되어야 하는 비디오 촬영까지 포함해주고 있다. 평균적으론 2,000~2,500불 정도면 모든 촬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2009년도 결혼예물 설문조사에 의하면 예비 부부들은 ‘불황 심리’를 반영하듯 금반지를 선호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중 과반수 이상이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대체할 수 있는 결혼예물로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금반지를 꼽았다. 거품 낀 ‘낭만’보다 ‘실속’을 따지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언제든지 ‘현금 전환’이 가능한 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실속파’ 신세대커플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기로는 금도 다이아몬드와 다를 바 없으니 변치 않는 사랑의 증표로 모자랄 게 없다고 주장한다.
헤어 메이크업의 경우 250~300불 선이면 해결된다. 그러나 한국과는 달리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경향이 있다는 헤어&메이크업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나파밸리나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경우 음식값만 1인당 100불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한 결혼 업체 관계자는 비용을 절감하려면 교회를 빌려 예식을 올리고 친교실에서 캐더링으로 음식을 나누면 하객 1인당 20불 선으로 지출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초대 받는 사람들 역시 부담이 없어 좋다고 귀띔한다.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M양은 불황을 핑계삼아 결혼 경비를 절감할 수 있으니 경기침체기에 결혼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고 말했다. M양은 가전제품은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당분간 그대로 쓰기로 했으며 메이크업은 평소 화장을 잘하는 친구에게, 비디오 촬영은 가족에게 부탁해놓은 상태다. 신혼여행은 캘리포니아 주변의 가까운 곳, 그러나 둘만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준비하고 있다. M양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선물이니 결혼식은 최소한 검소하게 준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생각을 바꾸면 상황은 달라진다. 화려한 결혼은 모든 예비부부의 로망일 것이다. 그러나 결혼을 준비하다보면 ‘일생에 한번 뿐인데…’ 하는 생각에 처음 마음먹은 예산의 울타리를 벗어나곤 한다. 자칫 하다간 빚더미에 올라 앉아 새로운 삶을 출발할 수도 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형 혹은 과시형 혼수는 비생산적인 구시대의 잔재이다. 자신의 여건과 분위기, 그리고 둘만의 개성을 살린 알뜰한 혼수로 거품 없이 산뜻한 결혼준비를 해보자.
◇ 복신한복<문의 510-415-7211>
◇ 웨딩비디오 스튜디오<문의 650-962-8665>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