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 불황으로 달라진 결혼풍속도
* 수치로 본 결혼풍속도
* 불황극복 결혼준비 프로젝트
* 내 꽃신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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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취업대신 취집’
남자는 ‘능력 안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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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좋은 계절 5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5월의 신랑, 신부를 꿈꾼다.
그러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불황은 예비부부들의 결혼 플랜마저 헝클어 놓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을 미루는 예비 부부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그런가하면 다른 한편으론 결혼 정보업체를 찾는 젊은 여성이나 부모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결혼율과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속설이 있다. 이를 입증하듯 결혼 정보업체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도 IMF 직후였다고 한다. 경제상황이 불확실하고 힘겨울수록 든든한 바람벽이 되어줄 ‘조건 좋은 상대’를 만나려는 욕구 역시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조건에 맞는 짝을 고를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결혼 정보업체는 불황기에 오히려 문전성시를 이루곤 한다.
하지만 경제사정이 나쁘다고 이미 결혼을 약속한 예비 배우자를 교체할 수 없는‘가난한 연인’들은 결혼을 연기하는 것으로 불황이라는 장애물을 우회하고 있다.
6년을 연애한 A씨의 경우 지난 연말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해 승락을 얻어냈지만 당장 신혼살림을꾸릴 만큼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결혼식을 2년 뒤로 미룬 상태다. 여자친구를 2년이나 더 기다리게 해야한다니 미안하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모으면 부모님의 도움 없이 두 사람의 힘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가하면 오랜 연애 끝에 드디어 몇 달 후면 8월의 신부가 되는 J양은 든든한 양가 부모의 지원으로 ‘화려한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시댁에서 미리 마련해준 집은 두사람이 새로운 시작을 받쳐주는 듬직한 기반이다. 양가 부모 덕에 결혼준비를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직접적인 불황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한 구직 사이트 조사결과 ‘취직’대신‘취집’을 생각해 본적이 있다고 답한 여대생이 10명중 7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취집은 취직과 시집의 합성어로 취업이 힘든 여성들이 취직대신 결혼을 택하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미국 역시 남녀가 함께 일해야 살아갈 수 있는 특성상‘취집’을 선택하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많은 여성들이‘취집’을 하고 싶어하는 현상이 일고 있다.
그런 반면 갑자기 실직을 당한 미혼남성은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오래전 결정되었던 결혼을 미루고 있다.
당사자들과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결혼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결혼정보회사인 ‘선우’의 이순진 부사장은 작년 가을부터 최근까지 회원가입문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중 상당수는 결혼을 도피처 내지는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또 불황의 영향 탓에 결혼준비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며 예물이나 혼수품은 최대한 간소화 하고 신혼여행을 다음으로 미루거나 경비를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결혼해서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많이 늘어난 것도 최근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다.
그런가하면 작년부터 서서히 떨어져 현재 결혼 커플이 50%정도 줄었다는 웨딩비디오 스튜디오의 김용갑 사장은 결혼시즌이라 할만한 이달 5월부터 여름전까지 예약은 비어있는 반면 가을예약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내년쯤이면 경기가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다른 결혼정보회사인 ‘두리하나’의 정지선 사장 역시 “경기가 나쁘다보니 아무래도 둘이 사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서두르는 커플도 있지만 두리하나에 등록된 고객 중에도 갑자기 직장을 잃게 돼 결혼을 조금 늦추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장기 경제불황은 미래를 설계하며 행복한 꿈을 키워가야 할 결혼 준비시기에 예비부부들의 한숨 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권선주 기자> sj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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