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강요는 오히려 해
아이 능력과 재능 고려해야
대학 입시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 집 아이는 어떻게 준비해서 저런 명문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까?’하며 궁금해 한다. 기회가 된다면 그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거나, 만나서 질문의 공세를 서슴지 않는다.
‘SAT는 몇 점이나 맞았나요?’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여, ‘AP 과목은 몇 개나 들었지요?’ ‘공부 말고는 무얼 했나요’ ‘서머에는 무얼 특별히 했나요?’ 등등 알고 싶은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 원하는 답변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당장 자녀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려 서두른다.
설령 자세한 정보를 구하였다 해도, 그 학생의 방식과 선택한 프로그램이 우리 아이에게 적절한 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A 학생이 성공한 방식이 B에게는 전혀 맞지 않을 수 있다. 또 수학이 강한 학생이 있고, 언어가 강한 학생이 있다. 악기를 잘하면 좋겠지만, 악기 보다는 아트를 잘 하는 학생도 있다. 운동을 잘 하면 좋지만, 못해도 다른 영역이 많이 있다. 커뮤니티 서비스도 하면 좋지만,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아이들 교육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계획도 부족한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이나 벌어지는 상황에 열심히 대응하지만, 내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계획을 세우거나 이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험과 계획없이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나이가 되면 학교에 보내 주변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하나씩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한다.
악기 하나는 배워야 한다고 하니 가장 기초라고 생각하는 피아노를 익히게 하다가, 여자 아이는 발레나 아트도 배워야 하지 않는가 생각하여 또 하나 추가한다.
아이가 좋아한다면 둘 다 시키기도 한다. 운동도 필요하다고 하니 주변 아이 따라 테니스를 시킬까 하다, 여자 아이가 햇볕에 타는 게 싫다고 수영을 시켜본다. 그러다가 소독약 물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다가, 한국 여성이 골프를 잘 하는 것을 알고서 아이에게 이걸 시켜야 하겠다고 결심한다.
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말고도 이것저것 더 해야 하는가 라고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만 소위 좋은 대학교를 가는지, 요모조모 두루 잘 하는 사람을 정말 사회에서 원하는지 말이다. 어쩌면, 우리 아이가 이미 또래 아이들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고, 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처하기 바라기 때문에 조급한 것은 아닌가.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 장기적인 교육 설계 위에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눈앞의 비교와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지도 모른다.
사는 것 자체가 경쟁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장기적인 준비와 효과적인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
다섯 살 때부터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6학년이 되어서야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시켜보아 어느 것에 재능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필요하지만, 주변의 성공한 아이를 따라 우리 아이에게도 같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또 아이가 좋아하지 않고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만 두는 게 좋다.
연습도 하지 않는 아이를 레슨에 계속 보낼 필요는 없다.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개인 스포츠를 지속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중도에 그만 둘 것을 하느라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배울 것은 많다. 아이에게 재능도 있고, 흥미도 있는 것을 찾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특성에 맞는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을 찾아주어야 한다.
무엇을 하였는가도 중요하지만, 못지 않게 어떻게 하였는가도 중요하다. 한 가지든 여러 가지든, 목표를 세우고 이를 꾸준히 노력하면 경쟁력 있는 수준에 달할 수 있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늘 마음만 쓰다가 또 한 해를 보낸다. 성공한 아이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 아이도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올해는 남의 자녀를 부러워하는 마음으로 그칠 게 아니라,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한 가지든 두 가지든 매일 실행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기 바란다. 말하자면, 취미 차원이 아니라 특기 수준이 되어야만 아이의 재능이 학교나 사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기를 갖든 두루두루 잘 하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먼저, 지난 두 해 동안 자녀들의 기록을 영역별로 정리해 본다. 그 다음, 공부는 어느 영역을 잘 하는지, 공부는 별로지만 손재주가 있는지, 음악성은 있는지, 그림에 재주가 있는지, 운동에 재능이 있는지 등등 냉정하게 자녀의 강점을 찾아본다. 나아가 하루 일과를 정리해 본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뒤 어디에서 몇 시간씩 무엇을 하며, 주말에는 또 무엇을 얼마나 배우고 있는지를 표로 만들어 정리해 본다.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시간 참여하거나 연습하는 영역은 발달되기 어렵다. 한 가지라도 똑 부러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아이가 5학년이라면, 중학교 각 학년에는 무엇을 하고, 고등학교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이 필요하다. 계획도 없이 특별한 아이를 길러내기는 쉽지 않다. 이번 주말이라도 자녀의 미래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보기 바란다.
알렉스 정 <윌셔 아카데미 원장> (213)38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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