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감사와 택스 시즌도 끝나고 조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절이 왔습니다. 그래서 한인사회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는 CPA(공인회계사) 여러분들께 오늘은 좀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로욜라 대학의 총장으로 필자가 존경하던 샐린저 신부가 생전에 한 말씀이 있습니다. 자기가 처음 대학 총장직을 맡아 시작하려할 때 노터데임 대학의 전설적 총장 헤스버그 신부(민주당 대통령후보 물망에도 오른 적 있는 유명한 지식인입니다)에게 마음에 담아둘 좋은 얘기가 있으면 들려달라 하자 그가 이랬다는 것입니다.
좋은 얘기는 내가 하지 않아도 들을 데가 많은데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면서 대학 행정업무 보기 전에 CPA 외부감사 계약부터 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훌륭한 인격의 대학 지도자들도 인간의 해이해 지기 쉬운 마음,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경고를 들을 수 있는 제도를 장치하고 싶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불의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미워하고 그를 퇴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젊은이들은 절대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기에게도 나쁘고, 사회에도 커다란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CPA들은 그나마 법관이 가지고 있는 제도적 보호도 없습니다. 법관들은 공기관에서 봉급을 받는데, CPA들은 자기가 감사 의견을 내주는 고객들에게서 수임료를 받는 묘한 구조 속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필자는 CPA들에게 필요한 기본적 소양 가운데 양심과 용기를 가장 으뜸가는 CPA들의 덕목으로 칩니다. 그동안은 제자들을 통해 한인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접했지만 지난 몇 해는 CPA들이 만들어놓은 재무제표를 보는 수요자의 한 사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왔고 또 그러고 있습니다. 나의 제자들을 비롯, 자랑스러운 분들도 많으나 또 한인사회에는 부끄러운 CPA들도 꽤 있습니다.
Net worth reconciliation(자본계정 조정)이 안 되는 compiled statements(단순 재무제표 작성)를 만들어놓은 분들도 있고, 우선 보아도 의심이 가는 reviewed statements(제한적 부분 감사)를 자기 이름까지 떳떳이 붙여 작성해 놓은 것을 보는 나의 마음은 황당하고 부끄럽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들에게 필자가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도 그런 생각이 나는 것은 아마 오랜 시간 회계와 금융 쪽의 졸업생들을 배출해 낸 이력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한인사회의 CPA들은 한인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전문인들입니다. 우리 소수 민족사회는 소규모 비즈니스에 의존하는 비율이 월등히 주류사회보다 높기 때문이고 CPA들은 그들이 주류 관계기관으로 연결되는 고리이기 때문입니다. 한인 고객들이 자기들의 사회적 본분을 모르고 엉터리 재무제표를 요구하거나 탈세가 연결된 세금보고를 원한다면, CPA들은 그들을 조용히 가르칠 의무가 있습니다. 또 많은 필자가 아는 CPA들이 그렇게 해오고 있습니다.
만일 골치 아픈 고객이 옳은 얘기를 듣지 않는다면 그런 고객은 떨쳐버려야 합니다. 내가 안 하면 다른데 가서 어차피 할 것인데 고객이나 간수하자는 마음은 배운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닙니다. 벌써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의 한인 은행가에서는 어떤 CPA들이 믿을 만하고 어떤 이들이 해괴한 서류들을 해 보내는지 소문이 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조그만 한인 공동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미 전국을 친다고 해도 한 시간이면 거의 모든 정보가 오고가도록 우리 지식인 사회는 좁습니다. CPA 여러분들의 인격을 믿고 전문인들로서의 자존심을 믿습니다.
그리고 콧대가 세고 존경스런 CPA들이 두고 보면 행복한 생활을 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 고객들은 두 번 생각 마시고 문밖으로 발로 차 내보내십시오. 그러면 그 날은 좋은 날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는 이 미주 한인사회에서 오랫동안 더불어 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양식 있는 비즈니스들이 주류를 형성하며 활동하는 그런 좋은 한인사회를 만드는데 CPA 여러분들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걸 항상 마음에 두시고 일하셨으면 합니다. 오늘 주제넘은 말씀을 드린 것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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