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남북관계 경색은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는 민족 최대의 위기를 초래하여 ‘10년 공든 탑’ 개성공단은 이제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부시의 ‘속도조절’이라는 장애물도 뛰어넘었고 ‘퍼주기’라는 혹평도 물리치고 이제서야 정상적 가동에 들어간 공단이 타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단을 만든 자신들이 이의 운명을 저울질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민족의 화해협력, 평화번영의 상징으로 불려온 이 민족합작사업은 “개성공단의 운명은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다”며 이 시간에도 민족을 향해 목매어 외치고 있다. 우리에겐 이 함성에 귀를 기울이는 지혜가 한없이 요구되고 있다.
지구촌이 직면한 경제적 몸살에서 남이나 북이나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경제불황의 탈출구가 다행히 우리 민족에겐 있다. 남은 북으로, 북은 남으로 그저 이미 만들어진 남북경제협력의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개성공단은 우리 민족이 세계만방에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남북 유일의 합작품이다. 이 공단은 서울에서 불과 육로로 한 시간 거리에 있고, 2,000만 평의 부지에 800만 평의 공단과 1,200만 평의 배후도시 계획도 만들어져 있다. 입주기업체가 1백 여 개에 달하고, 북한 근로자만도 3만5,000여 명에 남측 근로자도 수천 명에 육박하고 있다. 북한의 최전방 군사요충지대를 50리 이상 북상시켜 남한의 안보에도 결정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안겨준 곳이다. 물론 그래서 미국의 동의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제2, 제3, 제4의 개성공단이 만들어지고 있어야할 이 시간에 어이 개성공단의 존폐를 우리는 염려해야 하는가? 바닥을 치는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면 정녕 경제에 초보적 지식이라도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구촌에 엄습한 경제한파를 슬기롭게 대처한 대만과 중국을 보자. 이들은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극복하고 재빠르게 ‘3통합의’로 경제적 통일을 이룩하지 않았는가.
이번 북한의 개성공단 특혜조치 재검토 통보를 놓고 여러 견해가 있으나 그 배경은 서울 정권의 대북 적대정책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한국이 PSI에 참여하면 자동적으로 북한의 화물선을 검색해야 하므로 남북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며 이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시시비비도 할 시간이 없다. 누구이던 먼저 웃음을 띄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두차례 정상 선언의 존중을 선언하고, 민족이 당면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키 위한 대북특사 파견 같은 파격적인 제안이 고려돼야 한다. ‘개성공단’이라는 공든 탑이 무너진다면 민족경제에 치명타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민족화합은 요원해진다. 대화가 없을 때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대화가 있는 곳엔 언제나 평화적 건설이 있게 마련이다.
최근에 와서 국가안보를 부쩍 염려하는 경향이 보인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안보 불안을 걱정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평화번영을 위해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걱정했던 시기다. 지금은 안보를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화에서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첨단무기 구입에서 찾으려고 한다. 진정한 국가안보는 평화가 보장 하는 것이기에 더욱 민족화합이 요청된다.
지난달 23일 한일 국방장관은 ‘한-일 공동 군사훈련 정례화’에 합의를 봤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지난달 27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이 군사무기 수입량은 세계 3위라고 한다. 북의 위성발사 직후 김종배 합참 작전처장은 “미사일 전력을 증강 발전시키겠다”고 해서 최신예 무기 구입을 예언하고 나섰다. 과거의 적이 오늘의 우호국이 되는 현실을 놓고 무슨 철천지 원수지간이기에 대화마저 단절되고 전쟁으로 치닫는지 통탄할 노릇이다. 무기장사나 신나게 해주고, 양의 얼굴을 뒤집어쓰고 멀쩡한 독도까지 찬탈하려는 일본의 흉계에 놀아난다면 우리 민족의 행복은 점점 한없이 멀어져만 간다. 남들을 믿어야 소용없고, 오로지 자기 민족을 믿는 길밖에 없다. 자자손손 후회하지 말고 지체 없이 남북대화를 열어야 한다.
대화 속에 반드시 길이 있다. ‘개성공단’은 어떤 경우에도 폐쇄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남북이 갖고 있는 마지막 ‘씨앗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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