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크선장 의자에 앉았을 때 두려움 느껴”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쫓겨난 커크 선장이 얼음 구덩이에서 기어나오고 있다.
8일 개봉되는 공상과학 액션 모험영화 ‘스타 트렉’(Star Trek)에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젊은 선장 제임스 T. 커크로 나오는 크리스 파인(28)과의 인터뷰가 지난 26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잔 수염을 기른 채 흰 셔츠에 줄무늬 회색 정장을 한 파인은 젊은이로선 매우 진중하고 차분하게 질문에 답했는데 겸손해 호감이 갔다. 그는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지만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새트너의 커크와 달리 나의 커크는 더 거칠어
액션연기 앞서 2개월간 매일 3시간 무술 훈련
부모와 할머니 모두 배우… 일찍 연기수업 받은 셈
오디션에서 잘 하지 못해 탈락될 줄 알았는데 행운
▲TV 시리즈와 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의 젊은 커크 선장 역을 하면서 압력을 느끼지 않았는가. 과거 커크 선장 역을 한 윌리엄 섀트너를 만났는가.
〓나는 영화를 찍기 전에 그에게 편지를 썼더니 그가 ‘행운을 빈다’는 답장을 보내 왔다. 그리고 그를 잠깐 만났는데 매우 따스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여름용 블럭버스터 영화의 팬이 아니어서 압력을 느끼긴 했지만 섀트너를 만나고 나서 그것이 해소됐다. 그리고 그가 ‘스타 트렉’을 훌륭한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이 역에 부여했던 비전과 정신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신의 가족들은 모두 배우들인데 당신이 배우가 된 데는 이런 환경이 영향을 미쳤는가.
〓나의 어머니(그윈 길포드▲영화 ‘유니버스의 주인들’)와 아버지(로버트 파인▲TV 시리즈 ‘칩스’)와 할머니(앤 그윈▲왕년의 유명한 여주연)가 모두 배우여서 자연 밥상에 앉으면 그들은 어제 TV로 방영된 자기 모습에 대해서 얘기를 하거나 아니면 그 날 찍은 영화에 관해서 얘기를 하곤 했다. 그래서 난 6세 때부터 속성으로 연기수업을 받은 셈이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커크 선장의 의자에 앉았을 때 기분은 어땠는가.
〓두려웠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연기가 내게 지적으로나 창조적으로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았고 또 그것을 꽤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선장 의자에 앉았을 때는 일말의 자신감도 갖지 못했었다.
▲당신은 커크 역에 선정됐을 때 다른 영화에서 조지 클루니의 상대역으로도 고려됐었다고 하는데.
〓그 주는 내 생애 가장 좋았던 때이자 또 가장 나빴던 때이다. 젊은 배우들은 그것이 광고 영화이든지 또는 TV 시리즈이든지 간에 역을 얻는 것에 대해서만 온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두 중요한 선택을 놓고 1주일간 고민했다. 내가 이 역을 선택한 것은 감독 J.J. 에이브람스 때문이다. 나는 클루니의 영화를 감독할 조 캐나핸과는 이미 일한 경험이 있다. 나는 새 사람과 일하는 것을 좋아해 이 영화를 선택했다.
▲역을 수락했을 때에 무엇을 기대했으며 또 이제 영화를 만들고 나서는 무엇을 기대하게 되었는가.
〓나는 현재와 순간에 가능한 한 많이 머무를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수업하고 있다. 대규모의 팬들을 갖고 있고 또 미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 영화의 엄청난 위력에 너무 신경을 쓰면 그것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할까 봐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난 그저 가능한 한 현재의 이 순간에 머무르려고 애쓰고 있다.
▲당신 역은 ‘스타워즈’의 한 솔로를 연상케 하는데 역을 맡고 나서 여성 팬들의 관심이 부쩍 는 것을 느끼겠는가.
〓그런 일 없다. 난 싱글이며 데이트하는 여자도 없다.
▲첫 번째 오디션은 잘 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렇다. 두 번째 오디션에서도 탈락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두 번째 오디션에 참가했을 때 단지 J.J.를 만나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나 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오디션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어느 나라에서 영화를 찍고 싶은가.
〓너무 많다. 파리, 런던, 아직 가보지 못한 호주의 시드니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남아공과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에 가 보고 싶다.
▲당신이 연기한 커크는 섀트너가 표현한 진지한 모습과는 달리 건방지고 장난기가 있는데 그것은 각본에 따른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자의대로인가.
〓영화 처음에는 커크는 자신감이 넘치고 또 엔터프라이즈의 선장이 되는 것만이 꿈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얘기 구조만 따른다면 별로 흥미 있는 영화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커크는 섀트너의 커크와는 달리 파괴된 가정 출신이고 또 자기 파괴적이며 다소 거칠다. 그는 여러 면으로 불안정한 젊은이요 도전에 응전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가 충동적이요 무모하며 독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그를 섀트너의 커크보다 흥미 있고 또 보다 복잡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액션이 많은데 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며 또 훈련은 얼마나 받았는가.
〓영화를 찍기 전 2개월간 마련된 훈련소에서 매일 3시간씩 권투와 킥복싱과 쿵푸 등을 배웠다. 훌륭한 스턴트팀의 지도를 받았는데 바에서 싸우는 장면을 찍을 때 어쩌다 내가 휘두른 주먹에 한 스턴트맨의 코뼈가 부러졌다. 이어 다시 촬영할 때 거구의 스턴트맨이 내 복부를 가격했는데 난 한 동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연습할 때는 안전할지 몰라도 실제로 연기할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과 스턴트맨을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당신에 관해 얘기해 달라.
〓나는 LA에서 자랐고 우리 가족은 유대가 매우 긴밀하다. 나는 음악과 독서와 영화와 이탈리안 음식을 좋아한다.
▲J.J. 에이브람스는 어떤 감독인가.
〓그는 대단한 재주꾼이다. 이런 특수효과가 큰 역할을 하는 대형 액션모험 영화에 기본적인 인간 드라마를 잘 가미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것이 사이▲화이 팬이 아닌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나는 처음 각본을 읽으면서 영화 처음 15분 안에 묘사되는 감정적으로 깊은 영향을 주는 가족 간의 관계 부분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게 정말 ‘스타 트렉’ 영화인가 하고 의문했다. 그는 민감하게 배우를 지도할 줄 아는 감독이다.
▲당신은 신기술에 얼마나 능하며 또 당신 이름으로 된 웹페이지가 있는가.
〓셀폰과 컴퓨터가 있고 E▲메일을 체크하는 정도다. 나는 아주 성능이 뛰어난 카메라가 있는데 그것을 조작하는 방법을 몰라 못 쓰고 있다. 지침서를 보면 잠이 온다. 웹페이지는 없다.
▲영화에 나오고 나서 불패자와도 같은 감정을 느꼈는가.
〓그런 환상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다만 우리가 만든 가상의 얘기를 사람들이 2시간 동안 보면서 그들의 실제 삶을 잠시나마 잊고 즐긴 뒤 극장을 나올 때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훌륭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부모가 당신에게 준 가장 뜻 있는 조언은 무엇이며 또 레너드 니모이(과거 TV 시리즈와 영화에서 스폭 역)는 촬영장에서 당신에게 어떤 조언을 했는가.
〓특별히 따로 기억나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감사하게도 늘 나를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우리는 서로 영화 세트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서 나는 영화를 찍다가 조언이 필요할 때면 그들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면 그들은 나의 긴 설명이 없어도 내가 무엇이 필요한 지를 안다. 미스터 니모이의 경우 난 그저 그의 옆에 앉아 그가 인물과 사물을 관찰하는 것을 옆 눈으로 훔쳐봤다. 그는 조용하고 사려 깊고 남을 생각할 줄 알며 또 성격이 복잡한 사람이다. 그런 에너지 주위에 있는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었다.
▲당신은 ‘스타 트렉’ 팬이었나.
〓아니다. 스폭이나 커크를 알기 위해서 반드시 팬이 될 필요는 없다. 나는 윌리엄 섀트너의 열렬한 팬인 나의 할머니가 부모가 없을 때 날 돌봐주면서 ‘스타 트렉’을 봐 불가피하게 그것에 노출이 됐다. 나는 ‘스타워즈’를 보면서 자랐다. 그러나 이제 뒤늦게 옛날 ‘스타 트렉’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얼마나 당시로서는 급진적이요 또 뛰어난 아이디어를 지닌 작품인지를 알게 됐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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