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에바다 정신건강클리닉
예전에 아버지가 아들에 의해서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조사과정에서 아들이 정신분열증을 오랫동안 앓고 있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정신분열증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했다.
정신분열증은 인구의 약 1%를 차지하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존재되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병이다. DSM-IV의 진단 기준으로 살펴보면, 망상, 환각, 비논리적인 언어, 기이한 행동 및 음성증상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1개월 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만약 망상의 내용이 기이하거나 환자의 행동이나 사고에 대해 지시하거나 간섭하는 내용, 혹은 두 명 이상의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환각증상을 보일 때는 한가지만으로도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된다.
증상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병이 본격화되기 전에 전구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이 병의 전구증상들 예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성적이 떨어지면서 점차 말이 없어지고, 친구도 안 만난다.
●머리도 아프고, 몸 이곳저곳이 아프고, 소화가 안되고, 기운이 없다고 호소한다.
●밤에 잠을 안자고 골똘히 무언가 생각에 잠겨있다.
●밤중에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있거나, 밤과 낮이 바뀐다.
●정신집중이 잘 안된다고 한다.
●사람이 예전과 달라지고, 옷차림이나 몸에 대해 신경을 안쓴다.
●신경질을 자주 내고 참을성이 없어졌다.
●자기 몸이 이상해졌다고 호소한다.
●술, 담배가 심해졌다.
●심령술, 종교, 철학 등 추상적인 것에 골몰한다.
●세상이 뭔가 달라졌다며 걱정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신경증이나 적응 장애, 신체질환에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두고 곧 정신분열병의 시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주로 정신분열증은 청소년기에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 흔히 보이는 정상적인 감정적 변화(emotional turmoil)와 전구증상이 혼동이 되어 병의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하는데 장애가 된다. 될 수 있는대로 이러한 전구증상이 보이면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병이 본격화되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사고의 장애를 보인다.
사고의 흐름이 뒤죽박죽이 되어서 환자들의 말을 들을 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에서도 문제가 되어 사회적 고립이 될 수도 있다. 병이 진행되면서 환자의 말은 두서가 없고 뒤죽박죽이 되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기도 하고, 대화의 주제가 갑자기 바뀌고 엉뚱한 얘기로 넘어가기도 하고, 한 가지 주제에 매달려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2) 정동의 장애를 보인다.
감정표현이이 적절하지 않고 상황에 맞지 않아서 말이나 생각, 감정표현이 일치하지 않고 감정 표현의 깊이가 부족하고 단조로울 수가 있다.
기분이 불안정해서 울다가 웃다가 하며,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거리고 웃거나 즐거운 내용의 이야기인데도 울기도합니다. 또는 아무 감정도 없는 듯 멍한 상태(정동의 둔마/위축)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3) 지각의 장애를 보인다.
듣고, 보고, 냄새 맡고, 맛을 보고, 감촉을 느끼는 오감 중 어떤 감각에서도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제일 흔한 것은 환청(幻廳)으로, 이는 주변에 아무도 없고 또한 주위의 사람이 자기에게 말을 한 일이 없는데도 사람의 말소리가 귀에 들리는 현상인데, 그 중 그 말소리가 환자의 행동을 일일이 간섭하거나 행동에 대해 지적하는 경우와 두 사람 이상의 말소리가 환자를 빗대놓고 말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정신분열병의 환청의 특징으로 보고 있다. 밖에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이 눈에 보이는 환시(幻視)도 드물지 않고, 드물지만 맛이나 촉감의 이상 체험, 즉 환미, 환촉이 나타날 때가 있고, 착각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4) 행동의 장애를 보인다.
의욕이 저하되어 아무 일도 하려 들지 않고 대인관계도 하지 않고 혼자서 지내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말을 하지 않는 등의 거부적인 행동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기괴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5) 망상을 보인다.
망상(delusion)이라 하는 것은 논리적인 설득으로는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병적인 믿음을 말한다. ‘누가 나를 감시한다’, ‘내 뒤를 미행하고 도청한다’, ‘작당을 해서 나를 해코지한다’, ‘밥에 독약을 넣었다’, ‘내 생각을 뺏어가서 생각을 할 수 없다’, ‘텔레파시를 보낸다’, ‘나를 조정한다’, ‘생각을 내 머리 속에 집어넣는다’, ‘텔레비전에서 내 이야기를 폭로한다’ 등의 각종 피해망상과 남의 행동이나 주위의 변화가 나와 관계가 있다는 관계망상과, 때로는 ‘나는 특별한 권능을 하늘로부터 받은 사람이다’ 식의 과대망상도 보인다. 환각과 망상은 약물치료로 없앨 수 있으나 설명이나 설득으 없애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신분열병의 치료에는 병의 원인이 뇌의 신경 전달물질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아 주는 약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사용되던 항정신병약물은 몸이 떨리거나 굳고 부자연스러워지는 부작용을 비롯해 입 마름, 어지러움, 잠이 많이 오는 부작용이 많아 지속적인 약물복용을 어렵게 하였으나 최근에는 이런 부작용을 매우 개선한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다.
정신분열병 치료에서 힘든 점 중의 하나는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거나, 정신과 약을 먹으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신경을 마비시켜 바보를 만든다, 위장을 망친다, 한번 시작하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므로 가급적 약보다는 의지로 극복해야 한다는 편견들로 인해 약물 복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족들 역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올바른 치료란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정신분열병 환자도 적절한 약물치료와 심리 재활 치료를 꾸준히 병행할 경우 병의 악화와 재발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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