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란 말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만든 말로서 ‘어리신 분’이라는 존대어이다. 세계에서 이런 좋은 말을 가진 것은 한국뿐일 것이다.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른과 똑같은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사람은 외모나 능력으로 볼 것이 아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는 눈은 더 깊은 곳에 두어야 한다. 그들의 엄청난 가능성을 볼 수 있을 때 “어린 아이 한 명을 영접하는 것이 곧 나를 영접하는 것이다.”고 말한 예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린이의 눈동자를 보면 숙연해진다.
어른이 닮아야 할 것들, 창조된 본래의 거룩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인교회들이 미국교회 건물을 빌려 쓰는 곳이 있다. 처음 몇년간 미국인들은 코리언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말하고 아이들이 교회에 와서 조용하도록 가르치라고 충고한다. 다음 몇 해 동안 그들은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라고 이해하는 말을 하며 교회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또 몇 해가 지나면 아이들이 많은 한인교회는 희망이 있다고 부러워한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미래요, 우리가 땀 흘려 만드는 법과 제도, 문화를 이어갈 주인공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귀찮거나 시끄럽다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그것은 그대의 착각이 아니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더 평화스런 소리가 어디에 있겠는가! 어른의 웃음소리보다 아이들의 우는 소리가 훨씬 아름답다. 그대의 아이가 떠들면 안심하고 기뻐하라. 그 아이는 매우 정상인 것이다. 그대의 아이가 너무 조용하면 그 때부터 그대는 걱정해야 한다. 그대의 아이가 너무 많은 것을 묻는다고 귀찮아하지 말라. 부모가 대답할 수 있을 만큼의 질문을 하는 아이는 비정상적이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기관총처럼 물어올 때 그대는 기뻐해야 한다. 그대의 아이는 아주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은 우화 한 편을 소개한다. 건축가가 성전을 지었다. 좋은 나무와 대리석을 쓰고 기둥에는 조각도 하였다. 사람들은 찬사를 보내며 “이 성전은 영구히 보존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아빠도 엄마도 성전을 지었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코를 닦아주고 울며 매질도 하였다. 인내의 기둥을 세우고, 기도의 대들보와 사랑의 서까래를 올렸다. 흙 한 줌 한 줌은 눈물로 이겨졌고 돌 하나하나는 제 살을 깎듯이 다듬어졌다. 이웃의 찬사도 위로도 없이 아빠와 엄마의 성전은 건축되었다. 세월이 흘러 건축가의 성전은 먼지가 되었다. 그러나 아빠와 엄마의 성전은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 세월을 따라 또 살고 되살아나 역사라는 것을 이룩하였다.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 제1조에 “어린이는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어린이라는 꿈나무의 토양은 ‘따뜻한 가정’이다. 싸우는 가정, 억압적 분위기의 가정, 싸늘한 가정에서 내일의 꿈나무가 밝고 아름답게 자랄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사랑이라는 햇볕에 듬뿍 쬐이며 자란 아이와 사랑 결핍 속에 시들시들 자란 아이와는 큰 차이가 있다.예수가 남긴 인상 중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아이를 안고 기도하는 모습이다. 예수 곁에는 늘 아이들이 있었다. 제자들은 성인의 접근은 환영하였으나 아이들이 몰려오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예수는 어리다고 차별하는 제자들의 태도를 꾸짖으며 “천국이 이런 자의 것이다.”고 가르쳤다. 예수는 어린이에게서 천국 시민의 자격을 보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일일이 안고 축복하는 기도를 드리셨다. 어린이는 부모의 생리과정을 통하여 오지만 그들의 출발지는 하나님이다. 투자 중에 가장 값진 투자는 어린이를 위한 투자이다. 내 집 아이건 남의 집 아이건 어린이를 사랑하고 귀히 여겨야 한다. 어린이는 우리가 시작한 것을 성취할 사람들이다. 우리가 지금 앉아있는 곳에 그들이 앉게 되고, 우리가 걸어가는 저 건너편에 그들이 서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무슨 정책과 법을 만들지라도 그것을 수행할 사람은 오늘의 어린이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그들에 의해 심판 찬양 저주가 내려질 것이다.
그대의 명성과 장래는 어린이들의 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한다는 것은 결국 그들을 위한 것이며 나라와 인류의 운명도 그들의 손에 있다. 어린이는 희망의 씨앗, 내일의 등불, 인생의 계승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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