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세마디 출발인사
노사모·주민등 3백여명
노란 장미꽃 뿌리기도
청와대 제공 방탄버스 이용
이동경로 007작전 방불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출발하기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국민 여러분께 면목없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 잘 다녀오겠다고 세 마디를 말한 뒤 대기하고 있던 청와대 의전버스에 올랐다.
감색 양복에 연회색 넥타이를 맨 노 전 대통령이 사저 현관을 나설 때 계단 양쪽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참여정부 주요 인사 30여 명이 도열해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 앞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 잠시 입을 꽉 다물고 호흡을 가다듬기도 했다.
또 염색을 하지 않은 듯 옆머리가 허옇게 보일 정도로 흰 머리카락이 많았고 얼굴에도 수심이 어려 다소 초췌해 보였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과 주민 등 300여 명은 사저 앞과 마을을 빠져 나가는 길가에 늘어서 노무현, 사랑합니다 등을 연호하며 노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이들은 노란 풍선과 ‘우린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합니다’ 등이 쓰인 플래카드, 피켓을 들고 나왔으며 일부 는 눈물을 흘리며 버스가 지나가는 길 위에 노란색 장미꽃을 뿌리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서울 대검찰청까지 이동하는 길은 수많은 취재진의 취재 경쟁 속에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탄 청와대 의전버스와 경호 차량들의 이동 경로와 시간 등은 출발 바로 직전까지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고 가는 길은 수시로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는 42인승 리무진 버스 16인승으로 특별 개조한 것으로 유리창 등에 철저하게 방탄조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때 경호와 안전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KTX를 타고 이동해 줄 것을 제의했으나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남해고속도로에서 취재 차량 8대가 갓길까지 이용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바람에 잠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은 출발 후 4시간20여분을 달린 낮 12시20분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의 입장휴게소에 들러 10여분간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고, 동승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경수 비서관 등 측근들만 하차해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했다.
문 전 비서실장은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취재진과 만나 (버스타고 오면서 검찰) 조사와 관련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제 다 마무리했으며 마음이 무겁지 않도록 취미라든지 가벼운 살아가는 얘기를 나눴다며 심경을 묻는 질문에 다들 무거운 마음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문 전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버스 안에서 김밥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을 태운 버스는 이날 오후 1시19분 서초동 대검 청사에 도착했으며 노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이 오전 봉하마을을 떠나기 전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심경을 밝힌 이유를 묻자 면목 없는 일이죠라고만 짧게 답했다.
이어진 심경과 100만 달러의 구체적인 용처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으나 다음에 하시죠라는 짧은 답만 남기고 곧바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이 출두한 서초동 대검 청사 주변에는 보수단체와 노사모 회원들이 속속 몰려들어 긴장감을 자아냈다.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은 법을 잘 지켜야하는 대통령이 뇌물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했고 일부는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노사모 회원 150여명은 대검 청사 부근의 도로를 따라 노란 풍선을 매달고 시민들에게 노란 장미를 나눠주기도 했다.
한국시간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출두 과정은 긴장감 속에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김해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버스에 오르기 전 굳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방송 취재차량들이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 옆에 붙어 달리며 아슬아슬한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
봉하마을에서 노사모와 주민들이 몰려나와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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