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산수를 배울 때 분수를 배운다. 분수에서 중요한 것은 분모이다. 분수끼리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려면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 공통분모를 만들지 않으면 분자계산은 나오지 않는다. 이 공통분모를 만들려면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한다. 바로 이 최대공약수가 바로 공통분모의 수가 된다.
미국 이민자로 살아가면서 점점 더 미국인들과 한국인들 사이에 서로 다른 점들이 많이 있음을 알아가게 된다. 피부 색깔이 다르고, 음식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등 등 다른 것들을 말하자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말해야 할지 모른다. 서로 다른 것을 통해서 남을 배운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렇지만 다르기 때문에 그 다른 것으로 인해 가까이 할 수 없다면 다르다는 사실은 선을 이루기보다는 악이 되고 만다. 우리에게는 같은 것들도 있고, 다른 것들도 있다. 서로 다른 것을 찾으려고 하면 같은 것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또한 같은 것을 찾으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자부하지만 미국 사람도 얼마나 예의를 존중히 여기는지 모른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무례하다고 느낄 정도로 대화나 삶에 예의가 많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 줄 알고, 상대방에게 지나친 간섭이나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들은 우리가 또한 배울 일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결혼하여 산다는 것 자체는 사실 어려운 일이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결혼은 시작 자체가 많은 숙제를 짊어지는 것이다. 같은 것이 많기보다는 다른 것이 더 많기 때문에 만일 결혼이 이미 완성된 어떤 것을 기대하고 출발하면 많은 실망과 좌절을 가져오게 된다. 서로 다른 것들을 통해서 서로 같은 것으로 이루어 나간다면 기나긴 인생을 조화 속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서로 다른 것들이 많다. 그렇게 서로 다르기에 전통적으로 대화가 잘 통하지 않고, 약간의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어쩔 수 없는 관계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요즈음은 시대가 달라서 둘 사이가 퍽이나 좋은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런 관계는 많지 않다. 만일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같은 여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대화를 한다면 얼마나 좋은 대화들이 많이 나올까?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서로 같은 것을 찾기에는 쉽지가 않다. 일하는 일터에서 사장과 종업원,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 학교에서 스승과 제자, 가게에서 물건을 파는 주인과 사는 손님 등 여러 관계가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것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의 관계는 인간적이기보다는 계약적이 되고, 화평하기보다는 불화하게 된다.
예수님이 사마리아 수가성의 우물가에서 한 여인을 만났다. 그 여인은 남편 다섯이 있었고, 또 지금 있는 남편은 자기 남편이 아니었다. 예수님은 그 여인을 우물가에서 처음 만나자 이렇게 말을 여셨다. “물을 좀 달라!” 아주 평범하게 보이는 말이지만 그 여인에게 접근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서 가장 보편적이고, 상식적이고, 그리고 공통분모를 찾은 멋진 대화였다. 우물가에서 물이 가장 둘에게는 공통의 분모였던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생각 없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고 하고, 그리고 같은 공통의 관심사보다는 어떻게 해서라도 끈질기게 다른 것들을 파헤치려는 경향이 있다. 그가 어느 지방 사람이냐, 어느 학교 출신이냐, 그가 어느 교단 사람이냐, 그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냐 등 등 얼마나 공격적이고 수사반장식의 삶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좀 심하면 그가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하는 이분법 식의 나눔의 방법에 익숙해 있다.
공통점, 즉 공통분모를 찾게 되면, 분자계산이 쉬워진다. 그러나 공통분모를 찾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성경은 말씀한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133:1) ‘동거’는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함께 섞여 사는 것을 말한다.
오늘 나와 닮은 사람을 찾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바로 지금까지 내가 나와 다르다고 한 그 사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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