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2’→‘3대2’→‘3대4’→ 치열한 난타전 끝 4-4로 비겨
합계 7-5승… 3연속 4강 진출
바르셀로나와 결승티켓 놓고 격돌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첼시가 손에 진땀이 배게 하는 살얼음판 명승부 끝에 프리미어리그 라이벌 리버풀을 따돌리고 3년 연속이자 6년만에 5번째로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에 뛰어올랐다.
14일 홈구장인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2008-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첼시는 숙적 리버풀과 90분동안 무려 8골을 주고받는 기록적인 난타전 끝에 4-4로 비겼다. 지난 8일 리버풀 원정으로 벌어진 1차전에서 3-1로 역전승을 거뒀던 첼시는 이로써 두 게임 합계 7-5로 리버풀을 누르고 4강에 올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호 바르셀로나와 결승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바르셀로나는 같은 시간 펼쳐진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원정 2차전에서 1-1로 비겨 두 게임 누적스코어 5-1로 여유있게 승리, 4강티켓을 거머쥐었다.
적지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예상을 깨고 3-1로 완승을 거둔 첼시는 이날 3골 이상을 내주고 2골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한 4강에 오를 수 있는 여유있는 입장이었으나 이 때문에 방심한 탓인지 초반부터 리버풀의 파상공세에 시달렸다. 전반 19분 첼시 문전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의 키커로 나선 리버풀의 브라질선수 파비우 아울레이오는 첼시 골키퍼 페테르 체흐가 반대쪽으로 크로스가 올 것을 예상, 골문 왼쪽으로 치우치며 수비하는 것을 보고 골문 오른쪽을 직접 겨냥한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을 날렸고 볼은 정확하게 골포스트를 스치듯 네트로 빨려 들어갔다. 체흐는 반대쪽으로 한 스탭을 짚은 뒤 뒤늦게 허겁지겁 돌아섰으나 이미 볼은 네트에 꽂힌 뒤였다. 기세가 오른 리버풀은 9분 뒤 1차전에서 2골을 뽑아냈던 첼시 수비수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사비 알론소가 성공시켜 리드를 2골차로 벌렸다. 이로써 두 게임 합계 스코어는 3-3이 됐고 첼시는 아직은 타이브레이커인 ‘원정골’에서 3-2로 앞서있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리버풀 쪽으로 기울어 한치의 여유도 없는 절대 위기상황으로 몰렸다.
상황이 급하게 되자 히딩크 감독은 36분 살로몬 칼루를 빼고 니콜라스 아넬카를 투입, 전략적 변화를 꽤했고 후반 시작과 함께 그것이 적중했다. 후반 6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아넬카가 낮게 깔아준 크로스를 골라인 근처까지 파고든 디디에 드로그바가 살짝 발을 갖다대 방향을 틀은 볼이 리버풀 골키퍼 호세 레이나의 몸에 맞고 골 안으로 들어간 것. 기세가 오른 첼시는 6분 뒤인 후반 12분 리버풀 문전 정면에서 얻은 25야드 프리킥을 브라질 출신 알렉스가 그야말로 대포알같은 오른발 캐넌슛으로 때려 넣어 2-2 균형을 맞췄고 후반 31분에는 드로그바의 오른쪽 돌파에 이은 절묘한 패스를 받은 프랭크 램파드의 골로 3-2로 경기를 뒤집으며 완전히 승부의 쐐기를 박은 듯 했다.
하지만 다 끝난 줄 알았던 승부는 막판에 리버풀이 단 2분 간격을 두고 2골을 뽑아내면서 또 다시 숨막히는 긴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후반 36분 루카스의 오른발슛이 첼시 마이클 에시엥에 맞고 굴절돼 다시 3-3 동점을 만든 리버풀은 38분 더르크 카윗의 헤딩슛으로 4-3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남은 시간 한 골만 보태면 기적같은 역전드라마를 만들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끝내 기적은 없었다. 첼시는 후반 44분 아넬카의 패스를 받은 램파드의 오른발 슛이 리버풀의 왼쪽과 오른쪽 골포스트를 차례로 맞고 골 안으로 들어가면서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간 뮌헨에서 벌어진 경기에선 홈 1차전에서 4-0으로 압승을 거뒀던 바르셀로나가 후반 7분 뮌헨의 프랑크 리베리에 선제골을 내줬으나 28분 세이두 케이타의 동점골로 1-1로 비기며 합계 5-1로 여유있게 4강에 골인했다.
후반 종료직전 4-4를 만드는 마지막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프랭크 램파드.
첼시 스트라이커 디디에 드로그바가 반격의 신호탄이 된 첫 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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