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주택 매매가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가 최근 반등세를 나타내면서 주택시장이 이제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희망 섞인 평가가 대두되고 있다. 이와 같은 평가는 그동안 계속된 주택가격의 폭락세와 더불어 연방은행의 모기지 채권 매입조치에 따라 모기지이자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택감당 여력(Affordability)이 크게 향상되어짐에 따라 그만큼 주택 구매 수요는 늘어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평가는 최근 나타나는 매매 증가 현상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다. 기존 주택 매매의 경우 지난 2월중 472만채(연수치)로써 5.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3년 7월 주택매매가 5.6%가 급등한 이래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규 주택의 경우에도 전월대비 4.7%가 늘어나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또한 2월 중 주택신축의 경우 58만3,000채(연수치)로 무려 22.2%가 급등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주택가격, 모기지이자율, 주택 매매 등에 대한 여러 가지 긍정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이 이제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최근 주택매매의 증가세가 헐값 세일(Distressed Sales)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에서 근거한다. 최근 주택 매매 중 숏세일이나 압류 주택 관련 매매가 40-45%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택매매 증가에 관련된 희망 섞인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헐값 세일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마치 주택매매가 안정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실제로 헐값 세일을 제외할 경우 정상적인 주택거래는 크게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릇한 신기루가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매매 가격에 있어서 잘 나타나고 있다. 기존주택의 경우 2월 중 중간 매매 가격은 16만5,400달러로 1년 전 19만8,500달러에 비하여 15.5%가 하락하였다. 이는 신규 주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2월중 중간 매매 가격은 20만900달러로써 1년 전에 비하여 18.1%가 하락하였고 평균 매매 가격의 경우 25만1,000달러로써 1년 전 16.7%가 떨어졌다.
이처럼 매매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헐값세일이 주(主)를 이루고 있음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과다한 주택재고 역시 한몫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택재고는 얼마나 심각한 상태일까?
지난 2월말 현재 기존주택 재고는 총 380만채로 전월 대비 5.2%가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주택 재고 소진율(주택재고의 처분기간)은 9.7개월로 나타나고 있다. 신규주택의 경우에도 지난 2월말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재고는 33만채로 주택 재고 소진율은 12.2개월이나 되는 상태이다. 통상적으로 주택재고소진율은 5개월 정도이어야 수요와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과다한 주택재고는 주택시장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주택가격의 폭락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케이스 쉴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1월 중 20개 주요도시의 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하여 19%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피닉스의 경우 35%, 라스베가스 32%, 마이애미는 29%나 주택 가격이 하락하였는데 문제는 이와 같은 가격 하락 현상이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니애폴리스는 20%, 시카고의 경우에도 16%가 떨어졌으며 다른 지역에 비하여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뉴욕 및 뉴저지의 경우에도 지난 1년 동안 10%가 하락하였는데 지난 3개월 동안 주택가격은 4%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전에는 주로 주택 버블이 극심하였던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폭락 현상이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주택시장에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 불안 및 소득 감소 등의 파국 현상은 주택매매를 둔화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매매가 둔화될 경우 주택재고는 증가하고 이는 주택가격의 하락을 유발시키고 주택가격의 하락은 주택수요를 제한시키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연방 은행이 모기지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에
힘입어 모기지 이자율이 크게 하락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주택융자에 관련된 금융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자율이 크게 하락하였다고 하여도 주택시장 회복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는 판단되지 않는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경우 새로운 주택을 구매 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팔고 남은 돈(에퀴티)을 다운페이로 이용하여야 하는데 그동안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함에 따라 에퀴티 자체가 현저하게 줄어들은 상태이다. 이와 더불어 급등하는 실업사태가 주택시장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릴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자율이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주택구매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영업자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소매경기가 극도로 부진함에 따라 향후 소득에 대하여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 시 이자율이 낮다는 이유로 섣불리 주택구매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택시장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경기회복이 이루어지면서 일자리들이 늘어나고 안정되어지기 전까지 소비자들의 주택구매의지가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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