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서 사막까지의 식물대
하산 길 한꺼번에 좋은 경험
가이드, 포터들과 아쉬운 이별
우리는 끝없는 웃음으로 어제 이룬 보람을 마음으로 나누며 행복했다.
지나는 대원들께 아침인사를 하니 모두들 하이톤의 목소리와 환한 얼굴로 답례를 한다.
다들 마음이 들떠 있는 것이 눈이 비치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식사시간에도 무슨 이야깃거리가 그렇게 많은지 하하 호호 끝이 없는 웃음바다였다.
8시가 조금 지나 우리는 밀레니엄 캠프(Millennium Camp)를 떠나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 길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가끔은 가파른(steep) 언덕도 있었으며, 특히 우리가 올라가며 볼 수 있었던 정글에서 사막까지의 많은 종류의 식물대를 하산하는 동안 한꺼번에 경험하며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내려다보니 작은 수목이 고루 산등성이를 가득 메워 마치 초록의 융단이 깔려있는 듯 보였고, 정글에 이르러서는 몇 시간을 햇볕 없는 정글 속의 오솔길도 걸을 수 있었으며,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특이한 꽃과 나무도 만날 수 있었다.
앞에 서 있던 나는 페이스를 맞추기 위해 가끔 뒤를 돌아다보는데, 따라오시는 대원들을 보니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하고 앞뒤 사람들과 수다 떠는 들뜬 목소리도 들렸다. 모두들 행복한 모양이다. 19명 대원 중 16명이 정상인 ‘Uhuru Peak’에 1명이 거의 정상(legit peak)인 ‘Stella Point’에 올랐으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을까?
난생 처음 오른 고산, 세계 7대 정상(seven summit) 중 하나인 이곳, 왕초보인 많은 대원이 거의 성공을 하였다니 우리 재미한인산악회의 큰 경사이며 그 위상이 하늘을 찌르는 기분이다.
2시쯤 게이트(Gate)에 도착해 그동안 우리를 위해 수고해 준 가이드, 포터, 조리사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드디어 문명으로의 귀환을 꿈꾸고 있다. 모처럼 보는 산 아래 건물들이 왜 그리 반가운지… 산도 좋지만 도시에 내려오니 그 또한 기쁨이었다. 역시 나는 도시 체질인가 보다.
공원 오피스에 가서 인증서(certificate)를 위한 정보를 다 적은 후 드디어 버스에 올랐다.
며칠 동안 산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먼지와 뒹굴었지만 그런 것들이 나에게 전혀 불편치 않았던 걸 보면 이젠 나도 반은 산사람이 되었나보다. 그러나 호텔로 돌아간다 생각하니 제일 먼저 샤워가 하고 싶어졌다.
갑자기 모자 속의 빗지 않은 머리가 가렵고 온몸도 스멀스멀 간지러워 온다.
샤워! 생각만 해도 온몸에 시원함이 전해진다.
모두들 최선을 다한 이번 원정이었다. 많은 분들의 격려와 애쓰심이 우리를 이끌었음은 물론이고, 특히 아콩카구아(Aconcagua) 원정을 다녀오신 세 분의 경험은 이번 산행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우리를 가이드해 주었던 프레드, 이지즈, 로먼 등 많은 사람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제 내 몸과 마음엔 스트레스(stress)의 작은 티끌도 남아 있지 않고 오직 자유로움뿐이다.
아름다운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자락에 모든 내 삶에 짐들을 묻어버리고 왔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은 나에게 기존에 가졌던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아프리카의 참모습을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문명에 부서지지 않은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니 아직도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시야로 스쳐 지나는 꾸밈없고 순박한 이 사람들이 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져 생활하는 모습과 온갖 편안한 문명의 이기와 꾸며진 아름다움으로 치장되어 지내왔던 나의 삶이 부끄러운 모습으로 대비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커피나무, 바나나 나무, 길가의 가로수,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나오는 어린 학생들, 머리에 짐을 이고 가는 아프리카의 여인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어느 것 하나 눈에 낯설지가 않다.
벌써 내가 이곳에 동화되어 버린 탓일까? 그들의 맑고 순한 눈동자에 반해 버린 나!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은 없지만 나의 마음 한 구석에 영원히 자리 잡을 추억의 조각들이 될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부지런히 눈동자를 움직여 본다.
이번 킬리만자로 원정여행을 기획해 주신 재미한인산악회 회장단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전하고 싶고, 내 인생의 한 전환기가 된 이 원정을, 이 아프리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다.
양은형 총무
<재미한인산악회>
어려웠던 킬리만자로 등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하산 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원정대.
그동안 우리를 위해 수고해준 가이드, 포터, 조리사들과 아쉬운 이별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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