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통일>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면서 이제는 이 말이 하나의 사치스런 이야기로 들리고 아득한 먼곳에나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반도엔 시꺼먼 전생의 먹구름이 당장 무슨 일이라도 낼 것만 같은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남쪽에선 사상 유래없는 규모로 한미연합군의 모의 전쟁연습이 벌어졌고, 북쪽에선 위성발사가 임박한 가운데 남북간에 쌓이고 쌓인 불신은 드디어 일촉즉발의 위기에 다달았다.
지금 경제는 쑥밭이 돼고, 못살겠다는 한숨소리가 하늘높이 울려퍼지는 마다에 도대체 누구를 위해 총부리를 겨누고 극한대치를 하는 것일까? 생활고를 비관해 부모가 자식들을 껴안고 동반자살한다는 소식이 꼬리를 물고 들리는데 이 절박하고 기막힌 현실을 외면한체 상대방만 때려잡겠다는 결의만 다지고 있으니 한탄이나 하고 있기엔 민족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전쟁은 민족공멸의 길이기에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남북의 평화번영을 모색해야 한다. 차디차게 얼어붙은 동토 위에 통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딸기를 제배해 민족의 비극을 그여코 끝장내겠다는 <통일딸기촌>이 문을 열었다고 ‘통일뉴스’ 3/28일자가 전했다.
북쪽에서 키운 딸기 모종을 남쪽으로 가져와 키워 수확하는 방식의 [통일딸기] 사업이 지금 한창 <통일딸기촌>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남북간에 이익을 위한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남북간의 불신과 긴장을 녹이는데도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단법인 ‘경남통일농업협력회’ (경통협)가 경상남도와 함께 지난 3월 28일 경남, 밀양시에서 [통일딸기촌] 개소식을 가지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통일딸기촌]은 딸기 수확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통일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통일홍보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니 서울의 ‘통일부’도 감히 못하는 통일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경통협’의 한 관계자는 “통일 딸기촌은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생활주변의 통일운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홍보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딸기 하나를 제배하더라도, 농사를 짓더라도 민족화해와 통일의 일념으로 살아가려는 갸륵하고 아름다운 민족애의 징표라고 극잔들을 한다.
민간차원의 경제협력은 셀수 없이 많아 열거하기도 어렵다. 특히 농업분야만도 통일벼를 비롯 씨앗이나 돼지종자개선, 등 실질적으로 북쪽의 농업을 위한 남쪽의 지원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선 가까운 우리 주변에도 북쪽의 농업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동분서주하며 한평생을 불사르는 통일여전도사가 있다. 종자개발로 세계적 명성을 날리는 김필주 박사 (VA 거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벌써 10여년에 걸쳐 북한의 농사현장에서 농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농업향상에 온몸을 바치고 있다. 농사에 부적격한 황해도의 자갈밭 1개 군을 골라 목화를 비롯한 특수작물을 제배해 ‘자급자족’하는데 성공함으로서 김 박사에게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이를 더 타지역으로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일 뿐 아니라 민족의 화해와 평화에 소리없이 기여하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면서 부시의 눈총을 받으며 <속도조절>이라는 암초를 해치고 남북화해협력의 초석을 다졌고 평화번영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음은 참으로 민족의 자랑이요 역사적인 전진이었다. 남북밀착에 제동을 걸던 부시는 가버리고 <핵없는 세계평화>와 <집단안보>의 틀을 통해 동북아에 평화를 정착시케겠다는 오바마시대가 열려 우리민족에겐 남북평화번영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찾아들었다. 그러나 이처럼 유래없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 하기는 고사하고 외세를 끌어들여 반목과 대결을 고취하기에 여념이 없으니 당국에 민족의 운명을 걸고만 있어선 안된다는 자각이 도처에서 일고 있다.
민족의 고통과 불행이 바로 <분단>에서 출발됐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그 장벽을 허무는 일 이상으로 고귀한 애국은 없다고 봐야한다. 말없이 묵묵히 땀방울을 적시며 정성으로 가꿔 수확한 <통일딸기>가 바로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일이다. 이것이 남북의 불신을 제거하고 화해를 위한 첫걸음이다. 이처럼 민간차원의 작은 남북교류협력이 불어나고 확대되면 그것이 정녕 평화번영 나아가 통일이 되는 것이다.
<통일>이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민족이 서로 신뢰하고 상부 상조하는 단순한 것이다. 하나의 체제와 제도를 만드는 문제야 다음 세대가 해결할 수도 있으니 우리는 그저 평화를 유지하고 번영을 즐기는 작은 통일에 만족하면 된다. 이것을 후세에 넘겨주면 그들은 분명히 선조들로 부터 위대한 업접을 물려받았다고 가슴 뿌듯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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