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 보인다’
한국이 열네 번째 `코리언 더비’에서 지독한 북한전 `무승 징크스’를 털어내며 월드컵 본선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5차전 홈경기에서 후반 42분에 터진 `왼발 달인’ 김치우의 프리킥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승점 3을 보탠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B조에서 승점을 11점(3승2무)으로 늘려 북한(3승1무2패.승점 10)을 끌어내리고 조 선두로 올라섰다. 한국은 앞으로 세 경기가 남아있지만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또 지난 1993년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0 승리 이후 16년 동안 이어왔던 북한 상대 5경기 연속 무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북한만 만나면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악연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것이다.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허정무 감독은 데뷔전인 칠레와 경기에서 패배 후 20경기 연속 무패(10승10무) 행진을 이어갔다.
안방에서 승점 3점을 얻어 남아공행 굳히기에 들어가려는 태극전사들의 염원은 강렬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달 28일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선발로 기용했던 이근호-박주영 콤비를 투톱으로 세우고 좌우 날개에 ‘캡틴’ 박지성과 이청용을 배치한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중앙 미드필더에는 부상 우려를 낳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조원희가 ‘막내’ 기성용과 호흡을 맞췄고 포백 수비라인에는 이영표-강민수-황재원-오범석이 늘어섰다. 골키퍼 장갑은 `거미손’ 이운재가 꼈다.
김정훈 감독이 지휘하는 북한도 원톱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던 `인민 루니’ 정대세와 돌파력이 좋은 홍영조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3-5-2 전술로 맞불을 놨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44년 만의 월드컵 진출을 위해 총력전에 나선 북한이 종전 극단적인 밀집 수비에 이은 역습 전략 대신 초반부터 공세적으로 나왔다.
북한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한국 아크 정면까지 치고 들어온 뒤 홍영조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골키퍼 이운재가 빨랫줄 같은 궤적의 공을 쳐내 아찔한 순간을 모면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이 기성용과 조원희의 중원 조율 속에 공세의 수위를 높여갔다.
전반 7분 이근호가 오른쪽 미드필드 지역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띄웠으나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박주영의 헤딩이 골문 앞에 힘없이 떨어졌다. 1분 뒤 박지성이 왼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지만 전담 키커인 기성용이 강하게 찬 공은 크로스바를 훨씬 넘어갔다.
한국은 볼 점유율을 높여가며 북한의 문전을 위협했지만 굳게 닫힌 북한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전반 10분 박지성의 왼발 슈팅은 수비벽에 막혔고 13분 기성용의 두 번째 프리킥도 또 한 번 공중으로 떴다. 22분 기성용의 크로스를 황재원이 골문에서 솟구쳐 오른 뒤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이마저 골대 위를 살짝 넘어갔다.
공격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전반 27분에는 이영표의 왼쪽 크로스를 박주영이 헤딩으로 떨어뜨리자 박지성이 골 지역 정면에서 넘어지면서 오른발을 갖다 댔지만 골키퍼 정면이었다.
2분 뒤 박주영의 오른발 터닝슛은 왼쪽 골대를 비켜갔다. 35분 기성용이 왼쪽 측면으로 볼을 빼주자 이영표가 강하게 찼지만 오른쪽 골대 옆으로 날아갔다.
북한은 한국의 파상공세가 이어지자 수비수 5명을 일렬로 세우는 5-4-1 전형으로 수비벽을 더욱 단단하게 쳤다.
전반을 득점 없이 넘긴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 쾌거를 이룬 `피겨퀸’ 김연아가 하프타임에 나와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금빛 메시지를 전했지만 후반 들어서도 답답한 골 결정력은 여전했다.
오히려 후반 시작 1분 만에 북한의 홍영조가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정대세가 헤딩을 했고 엔드라인에 걸치는 공을 골키퍼 이운재가 가까스로 걷어내는 가슴 철렁한 실점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반격에 나섰으나 후반 11분 박주영의 슈팅이 골키퍼를 뚫지 못했고 후반 15분 박주영이 오른발 감아 찬 날카로운 프리킥도 골대 위 그물에 떨어졌다.
19분 북한 박남철의 왼쪽 골지역에서 때린 위협적인 발리슛이 옆 그물을 때려 가슴을 쓸어내린 한국은 간판 공격수 이근호의 마무리 부족이 아쉬웠다.
이근호는 후반 20분 기성용의 발끝에서 시작된 공을 박주영이 왼쪽에서 땅볼로 찔러주자 문전으로 달려들며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에게 막혔고 4분 뒤 박주영의 전진패스로 골지역 정면에서 절호의 찬스를 잡고도 또 한번 골키퍼 정면에 공을 안겼다.
고질적인 문전 처리 미숙에 애를 태우던 허정무 감독의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준 해결사는 후반 33분 이근호 대신 투입된 `왼발 마술사’ 김치우였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왼쪽 활로를 뚫던 김치우는 후반 42분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북한의 파울로 프리킥을 얻어내자 기성용 대신 키커로 나섰다.
김치우는 한 번 숨을 고른 뒤 왼발로 반대쪽 골대 모서리를 보고 힘껏 감아찼고 공은 왼쪽 골대 모서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 리명국은 수비수들에 가려 공의 방향을 예측하고도 손을 쓰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던 김치우의 기분 좋은 두 경기 연속 득점 행진이었다.
한국은 승리를 확신했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몰아 붙여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쌀쌀한 날씨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힘찬 응원을 펼친 4만8천여명의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태극전사들의 승리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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