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판에는 ‘초보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라는 게 있다. 게임을 처음 배워 시작한 사람이 오랫동안 도박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보다 돈을 잘 따는 경우를 말한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지만 그 중 유력한 것의 하나는 프레셔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어차피 도박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초보자는 거의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긴장의 중압감으로 인한 실수도, 소위 ‘장고 끝의 악수’도 없다.
주식 시장에는 거래를 전문으로 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페셔널 트레이더들이다. 특이한 것은 장기간 성공적으로 사고파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해병 출신이라는 점이다. 시시각각 거액의 돈이 오가는 거래를 자기 돈을 걸고 하는 사람들이 받는 프레셔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넘는다. 가혹한 해병 훈련을 통해 자기를 이겨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주위의 압력을 견뎌내고 소신 있는 투자를 할 수 있고 그것이 성공의 첫째 조건이라는 것이다.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 가운데 처음에는 진짜 돈이 아니라 가상으로 주식을 샀다 팔아보는 경우가 있다. A라는 주식을 10달러 산 뒤 얼마 후 15달러가 되면 팔고 B라는 주식을 다시 20달러에 샀다 25달러에 팔고 하는 식이다. 신기하게 예측대로 맞아 떨어져 이번에는 진짜 돈을 걸고 하면 이상하게 빗나가기 시작한다. 조금 올라가는 듯 하다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한두 번 이익이 남는 것 같다 계속 손해를 보고 나중에 가서는 결국 포기하고 만다.
2007년 말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기 전 미국 주식은 지난 70년간 평균 연 10% 정도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평균 주식 투자가들의 수익은 2~3%에 불과하다. 보통 사람이 주식을 해 가지고는 평균보다 형편없는 이익밖에는 남기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왜 그럴까. 대다수 사람들은 증시나 경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나 판단이 아니라 군중 심리에 휩쓸려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옆집과 앞집 사람이 주식을 사 큰돈을 벌었고 미디어에서 주식 시장이 좋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면 보통 사람은 안심하고 주식을 사기 마련이다.
반대로 세계 경제가 공황 상태고 경기 회복이 언제 될 지 기약할 수 없다는 기사만 연일 쏟아져 나오며 주위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자신도 팔아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런 식으로 주식 투자를 하면 1년에 2~3% 수익 남기는 것도 감사히 생각해야 한다.
이 달 초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6,500대로 떨어지며 12년래 최저를 기록했을 때 전 세계는 온통 암울한 뉴스로 뒤덮이고 향후 증시를 낙관하는 투자가는 3%에 불과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후 2주가 넘게 상승에 상승을 거듭한 다우는 7,900을 돌파하며 19%나 폭등했다.
지난 100년간 불 마켓(호황 장세)이 시작된 첫 두 주간 다우는 평균 8.4% 올랐다. 이 달의 폭등이 증시 호황 평균치보다 훨씬 강력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첫 끗발이 좋았다고 꼭 끝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난 100년간 34번에 걸친 증시 호황 중 이번보다 더 강력하게 출발한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1929년 11월이다. 바로 전달 주식 대폭락 이후 바로 시작된 반등은 5개월간 진행됐으며 이 기간 다우는 48%가 올랐다. 그러나 그 후 2년간 폭락에 폭락을 거듭, 다우는 최고치에서 90%를 잃었다.
지난 수 주 간의 주가 상승이 호황의 시작인지 베어 마켓 랠리(하락 장세 중 반짝 상승)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월가에는 ‘주식은 걱정의 벽(wall of worry)을 타고 오른다’는 격언이 있다. 불 마켓이 시작되면 나쁜 뉴스가 쏟아져 나와도 주식은 오른다. 주가는 뉴스를 선행한다. 뉴스를 가지고 주가 동향을 점칠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오히려 주가가 뉴스를 결정한다. 앞으로 수주, 혹은 수개월 동안 주식이 계속 오르면 다시 장밋빛 전망이 지면을 수놓기 시작할 것이다. 그 때가 위험한 때다. 주식과 경제에 대한 지식도 지식이지만 해병을 능가하는 극기력이 없는 사람은 주식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 같은 때는 더 그렇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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