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오래가면서 직장을 잃게 된 이들도 많아지고, 또 새로 직장을 구하려는 대학 졸업생들이나 구직시장에 나와 있는 이들 간의 경쟁이 점점 그 도를 더하는 것 같다. 물론 분야에 따라서 사람 구하기가 아직도 힘든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직장 구하기가 힘든 시기에는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해 보이려 노력을 하게 된다. 서울에서 들리는 얘기처럼 입사 인터뷰에서 잘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까지 한다는 건 좀 심하더라도, 우리 모두 태어난 생김새를 바꿀 수는 없지만 자기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호감을 주도록 복장을 조심할 필요는 있다.
우선 자기가 일하는 직장이나 구하려는 곳이 창조적인 쪽이면 개성 있게 깨끗하게만 입으면 무슨 복장이든 상관이 별로 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디자인을 하는 이브 생 로랑 같은 이들이 일하면서 무슨 복장을 하건 사람들이 상관을 할 게 없다. 일의 성격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의 일이 대인관계에 치중이 되어 있는 서비스업(금융, 공무원, 호텔 등이 그 예이다)에 속해 있다면 복장을 어떻게 하는가가 무척 조심스러워진다. 이것은 자기의 취향과는 별개의 문제로 남에게 깨끗하고 좋은 인상을 줘야 하는 직장의 필요성이 개인의 취향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필자가 남자라서 여성 독자 여러분들의 경우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가는 말씀 드리기가 어렵지만, 여성은 양성 중에서 더 아름다운 성이니 만큼, 우리 남성들보다는 항상 더 아름다운 쪽으로 복장들을 하시는 걸로 알고 넘어가려 한다.
직장 남성들의 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드레스 셔츠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셔츠는 옷의 재단과 단추와 천의 두께, 이 세 가지를 생각해서 사는데, 그 색깔을 고를 때 직장의 성격과 자기의 자리를 생각해서 고르게 된다. 예를 들어 공적인 어려운 자리인 은행 이사회 같은 데에 참가한다면 흰색 셔츠가 가장 적합할 것이고 미국에서는 이사회 미팅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재킷을 벗지 않는 것이 예의다.
젊은 직장인들의 경우엔 은행 이사회 같은 격을 갖출 필요는 없고 푸른 색 셔츠 같은 패기가 보이는 색깔을 고를 수도 있겠지만, 조직 폭력배 그룹이 아닌 보통 직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절대로 검은 색 셔츠는 피해야 한다. 무례해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직장인들이 입는 옷과 양말, 그리고 구두의 색깔을 고르는 것은 조금 안전한 색깔로 조심만 하면 무슨 색깔이든 상관없고 각자의 취향이지만, 옷이 회색이나 검정 등 어두운 색깔이면 양말 색깔도 비슷한 것이 좋고 구두 색깔도 비슷한 것이 좋다. 새로 유행하는 복장을 할 필요는 없으나 옷과 양말 색깔이 다르고 구두 색깔이 맞지 않는 것을 착용하면 좀 모자라는 사람처럼 보이니 주의할 일이다.
항상 복장에 대해서 주의하고, 무슨 복장이 적합할까 의문이 생길 때는 조금 보수적이고 안전한 쪽이 좋다. 젊은 나이에 조금 튀는 색깔이나 스타일을 해도 별 실수는 없겠지만, 복장으로 남에게 튀게 보일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게 좋겠다. 복장이 야단스럽게 보이면 머리가 비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은행 같은 조심스런 직장에서도 금요일에는 캐주얼한 복장을 하는 게 자주 보인다. 이 트렌드에 대해서 필자는 그 시작이 아마 주한 외국은행에서 미국인들이 토요일(그때는 토요일이 항상 근무일이었다)에 캐주얼한 복장을 한 게 그 트렌드를 시작하게 하고 주 5일 근무제로 금요일이 토요일 같이 되면서 금요일 캐주얼 복장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 시작은 주한 외국 뱅커들로서는 본국에서 일하지 않는 토요일에 한국 사정상 일하려니 정식으로 복장하기가 좀 억울해서 그런 걸로 알아야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금융기관 같이 대중의 예금을 받는 엄청난 공신력을 가진 곳에서는 항상 임직원들은 조심스러운 것이 좋고, 고객들을 티셔츠 바람으로 맞는 것은 좋게 보이질 않는다. 공신력 제고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캐주얼을 입는다 해도 엘레간트 캐주얼의 정신을 살려 더 조심스럽게 입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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