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잘 울지 않는다. 적어도 나에게는 남자의 상징은 강인함이고, 연약한 여자와 같이 감정에 예민하여 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남자들이 전혀 울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흔히 사나이의 눈물이라는 것은 강인한 남성의 눈물을 연상하게 한다.
1970년 초 여름, 월남 전선으로 떠나기 위해 부산 항구에서 2만5,000톤급 배를 탔다. 부두에는 태극기를 흔들며 “꼭 살아 돌아오라”, 무운을 비는 수많은 가족 친지들의 함성이 온 부두를 진동하였다. 생과 삶이 걸려있는 전쟁터에 파병되어 배 위에 있는 병사들은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멀어져가는 부두의 가족들에게 묵묵히 손만 흔들 뿐이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숙연하였던 배 안의 분위기가 활기를 찾은 듯하다. 다낭까지 4박5일의 여정이다. 배에는 백마부대원이 1,500명, 청룡부대원이 580명 승선하고 있었으며, 백마부대는 상갑판, 청룡부대는 후갑판에 따로 자리를 잡았지만 자주 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다낭에 도착해 청룡부대가 먼저 내려 교대 병력과 교대를 마친 다음 전선으로 떠날 때, 배에 있던 백마, 아니 대한민국 국군이 “청룡! 꼭 살아서 내년에 다시 보자!”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 “꼭 만나자!” 대답하며 전선을 향해 전진할 때 나는 병사들의 눈물을 보았다.
내가 81밀리 박격포 반장으로 있을 때, 밤, 포진에 적군의 포가 떨어져 귀국 2개월을 앞둔 대원을 잃었다. 박노길 상병, 그는 포가 떨어지는 그날 사수로 그 포진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부사수와 탄약수는 폭음에 30피트 가량 날아가고 그 얼굴 전체에는 모래가 수없이 박혀있었으며, 화염에 타 정말 눈으로 볼 수 없는 흉상이었다. 관망대 관측병은 포열이 찢어지면서 그 파편이 등을 쳐 큰 부상을 입었다. 시신을 수습하여 헬리콥터로 병원에 후송할 때 부대 상공을 두 번 순회하는 헬리콥터를 보면서 잘 가라고 손 흔드는 병사들은 눈물이 아닌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찼다,
일주일 후, 박 상병의 유품을 정리하여 조국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박 상병 어머니로부터 편지가 왔다. 마침 벙커에 대원들이 있어 편지를 개봉하여 읽었다. “노길아, 어미는 너의 귀국 날짜만 기다린다. 얼마 전 꿈이 하도 뒤숭숭하여 편지를 보내니 조심하라”고 쓰인 편지를 읽으며 모든 대원들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들의 귀국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머니가 이제 아들의 전사 통지를 받을 생각에 우리 모두 울었다. 사나이의 눈물을.
그리고 제대 후 인생의 삶은 또 다른 전쟁터이었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소위 생존경쟁이라는 전쟁이었다. 약 40년 동안 사나이의 눈물은 없었다. ‘워싱턴 베트남 참전 유공 전우회’ 회장을 맡아 일하면서 서로가 전우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였다.
명예도 아니요 권위도 아닌 전우들의 순수한 권익과 명예를 되찾자는 뜻으로 우리는 모임을 가졌으며 전우회 발전을 위해 서로 노력하는 전우님들의 행위가 나에게 회장으로서 전우들을 위해 이 일을 꼭 해야 한다는 결심을 심어주었다. 지역적으로 국한되어 있는 모임을 전국적인 모임을 위해 시작한 ‘미주 베트남 참전 유공 전우 총 연합회’를 결성하기로 준비한지 일 년 만에 지난 주, 3월 20일, 21일 양일간 미국의 수도요 정치의 요람지인 워싱턴에서 대표자들이 참석하여 ‘미주 베트남 참전 유공 전우 총 연합회’가 창립되었다.
이 과정에서 있었던 어려운 일들을 ‘워싱턴 베트남 참전 유공 전우회’ 주최로 시작한 주최 측 다운 모습으로 질서 있고, 노련하고, 침착함으로 타주에서 오신 전우들이 떠날 때까지 깊은 마음의 배려를 해주었다. 마지막 한 분 까지 배웅하고 난 다음, 공항에서 임원들 한 분 한 분에게 전화하여 무사히 다 떠나심을 전하고 수고해주신 임원들에게 그동안의 고마움에 진심으로 감사를 하였다.
미주에 있는 전우들을 위해 희생을 각오하는 ‘워싱턴 베트남 참전 유공 전우회’가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귀중한 발견이라 생각하며 공항을 빠져 나와 길게 뻗어 있는 차도를 달리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전우님들이 나에게 베푼 그 뜨거운 사랑을 알았으며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멋있는 우리 전우님들을 생각하면서 사나이의 눈물을 흘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