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주치의로부터 하늘이 무너지는 진단을 받았다.
나이 65세를 넘어 노인이라는 호칭에 가끔 우울하던 차, 고혈압, 전립선염, 관절염, 기관지염까지 각 신체기관에서 위험 적신호를 받았던 것이다. 고혈압은 약 없이는 정상적인 혈압을 유지할 수 없고, 전립선염은 평생 약을 병행해야만 하고, 무릎 관절은 삐꺼덕거리는 소리로 마치 고장 난 장난감이 되어버린 것이다. 진료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은 화창하게 피어나는 봄소식과는 달리 너무 참담하고 어둡기만 했다.
과연 이대로 힘없이 무너져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간 줄기차게 지나온 65년간의 인생을 되돌아보니 바쁜 이민생활에 그간 건강을 얼마나 소홀하게 관리하였는지 후회했다.
앞으로 먹어야 할 약봉지들과 각종 검사 처방전 앞에서 허탈하게 자포자기에 빠져있던 중, 그래도 가벼운 유산소 운동부터 꾸준히 하라는 주치의 조언에 따라 걷기운동부터 시작하게 됐다.
새벽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와 걷는 길은 3마일 걷기에도 숨이 차서 목표량을 채우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새벽 공기는 지금까지 살아보면서 느껴보지 못한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항상 할 수 있다는 굳은 결심으로 걷는 운동량을 점차 늘려가기 시작했다. 뒤척이던 침대속의 유혹은 그 후 2년 동안 한 번도 나를 잡아내지 못하였다.
그 후, 어느 날 한인신문에서 한인마라톤 클럽(KRRC-Korean Road Runners Club-회장 도호은) 기사를 접하고, 이제부터는 체계적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운동까지 해보리라 결심하고 워싱턴 한인 마라톤 클럽에 가입하였다.
매주 일요일 새벽 포토맥 강변 캐더락 파크에서 나보다 10~20년까지 젊은 회원들과 함께 어울려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고, 날씨와 기온에 관계없이 다함께 열심히 달렸다. 운동 후, 흠뻑 젖은 등판과 이마의 땀을 씻어내는 일요일 새벽이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나의 일상생활이 되어버렸다.
클럽에서 회원들과 함께 달리기 운동을 하는 것과 병행하여, 주중에는 개인적으로 Great Seneca Hwy를 20마일씩(3시간 정도 소요) 거뜬히 달릴 수 있는 수준까지 올리는 체력을 갖기 위해 여러 켤레의 운동화를 바꾸어야만 했다. 그 대가로 처음 진단받았던 각종 병 질환을 하나, 둘씩 ‘마라톤’ 이라는 달리기 운동으로 스스로 치유, 완치해나가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게 되었다,
그렇게 마라톤에 자신감을 갖게 돼 처음으로 도전한 작년 2월 메릴랜드 그린벨트에서 열린 조지 워싱턴 대통령 마라톤대회에서는 중도 포기라는 불명예로 가방을 꾸려야 했지만, 다시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집중했다.
그 후 다시 지난해 5월에 열린 프레드릭 마라톤에서 처음으로 완주하여 자신감을 가졌고, 최근에는 그린벨트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KRRC 회원들과 함께 강도 높은 동계훈련을 통해 4시간 12분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완주,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 지난 3월 21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내셔널 마라톤 대회에서는 3 시간 57분으로 골인, 일명 sub-4 라는 명예와 함께 60세 이상 연령별 순위에서는 2위라는 영광스런 수상까지 하게 되었으며, 드디어 마라토너들의 최종 목표인 보스턴 마라톤대회 출전 자격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제 인생을 마라톤이라는 운동으로 다시 시작하는 기쁨을 맞보게 되었다.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종목이며, 나이와 장소에 구애받음 없이 언제든지 자신의 강한 의지로 하는 운동이며, 힘들고 어려운 이민생활에 힘찬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최고의 운동임을 워싱턴 한인사회에 증명하여 보여드리고 싶다.
마라톤을 통해 저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실현시켰다. 이제는 완벽한 건강을 회복하였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마라톤과 함께 열심히 달려보려고 한다.
그동안, 훈련 중 힘들고 지쳐서 힘들어 할 때 “젊은 오빠, 파이팅! 힘내세요” 라는 구호로 용기를 북돋아준 워싱턴 한인마라톤클럽의 모든 회원님들과 “당신 곁에는 우리 가족이 함께 있어요”라는 말속에 따뜻한 사랑으로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 나의 아내와 아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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