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에 개봉된 지구 종말에 관한 액션 스릴러 ‘노잉’(Knowing)의 주연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45)와의 인터뷰가 지난 7일 뉴욕의 리츠 칼튼 호텔에서 있었다. 회색 정장 차림에 소금과 후추색깔이 섞인 턱수염을 한 케이지는 질문에 시종일관 차분하게 답했다. 거의 유머 없이 답하는 그의 태도가 마치 도사의 분위기마저 느끼게 했다.
-당신은 계속해 영화에 나오고 있는데 영화 선택의 조건은 무엇인가.
▲앞으로 개봉될 영화로는 ‘배드 루테넌트’(Bad Lieutenant)와 ‘마녀의 계절’(Season of the Witch) 및 ‘킥 애스’(Kick Ass) 등이 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마법사의 제자’(Sorcerer’s Apprentice)의 제작에 들어간다. 요즘의 나는 총으로 사람을 쏘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가 않다. 영화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녔기 때문에 나는 그것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영화를 보기 때문에 나는 요즘 재미와 함께 생각도 하게 만드는 공상과학 영화를 통해 나를 표현하려고 한다.
-당신은 과학자로 나오는데 당신의 내면에 과학자적인 성질이 있는가.
▲내가 6학년 때 가장 좋아한 선생님이 과학 담당이었다. 그 때 그가 낸 문제를 난 풀긴 풀었는데 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내가 과학적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A를 줬다. 그로 인해 나는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런 이유로 해서 이 번 역도 보다 쉽게 할 수 있었다.
-당신의 신비에 대한 견해는.
▲나는 훌륭한 신비를 좋아한다. 삶은 놀라움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안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지루할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지가 않다.
-당신은 여태껏 여러 형태의 인물을 맡았었지만 시리얼 킬러로는 나오지를 않았는데.
▲현재로선 쾌감을 얻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역은 하고 싶지가 않다.
-벌써 당신의 연기 경력이 30년이 되는데 소감은.
▲직업적으로 연기한 것이 15세 때였다. 내가 배우가 된 것은 제임스 딘 때문이었다. 30년이 되었지만 아직 아무 것에서도 안락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늘 자신을 안락한 지경에서 다소 밀어내야만 새 목소리와 다른 비전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고 결혼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한가.
▲나는 결혼을 믿는다. 내가 세 번이나 결혼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는 않지만 나의 상대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결혼은 신성한 것이다. 그 것은 맹세다.
-파파라치들을 어떻게 피하는가.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내 영화의 팬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문제는 태블로이드와 스캔들성 기사다. 이들은 나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에게도 해를 미치기 때문에 다루기가 힘들다.
-당신은 언제나 옷을 잘 입는데.
▲잭 니콜슨한테서 배웠다. 그는 늘 옷을 잘 입어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처럼 점점 더 단순하게 스타일을 가꾸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계절에 맞춰 옷을 갈아입으려고 한다. 그것은 계절을 찬양하는 것이다.
-다른 지구 종말 영화는 끝에 가서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반면 이 영화는 정말로 세상이 끝나는데.
▲이 영화가 다른 세상 종말 영화와 다른 점은 이 영화에는 강한 정신적 중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 점이 바로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얘기할 부분이다. 그리고 영화의 끝은 긍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최근에 집에서 아내와 함께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괴물’을 재미있게 봤는데 아주 잘 만들었다. 아내(앨리스 김은 한국인으로 둘 사이에는 세 살난 아들 칼-엘 코폴라가 있다)는 그 밖에도 삼각관계 영화를 보는데 난 별로다.
-여러 편의 속편에 나오는 이유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확실성을 원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 사람들은 자기가 쓴 돈에 대한 확실한 대가를 원한다. 그들은 속편에서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어느 한 영화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고 또 가족들이 함께 가서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면 만들기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소피아 코폴라를 비롯해 가족들과는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가. 당신이 소피아와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소문이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너무들 바빠서 자주 만나지를 못한다. 프랜시스 (코폴라-케이지는 프랜시스의 조카)는 그동안 아프리카에 있었고 소피아는 지금 파리에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두 모여 스파게티를 먹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여러분의 상상이다.
-당신은 대단히 공적인 세상에서 묘하게 사적인 삶을 잘 유지하고 있는데 이미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내 사적인 삶을 각광의 밖에 두고 싶다. 나는 각광을 받기 위해 배우가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역을 연기하기 위해 배우가 된 것이지 상을 받거나 또는 비평가와 파파라치를 위해서 배우가 된 것이 아니다. 나는 나와 대중을 위해서 영화를 만든다.
-당신의 영화가 혹평을 받거나 흥행에 실패할 경우 어떻게 느끼는가.
▲흥행 성공은 나와 영화산업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래서 내 영화가 흥행이 안 되면 염려가 된다. 그러나 나는 정말로 비평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나는 상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을 안 쓴다.
-당신은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나는 보다 많은 음표를 지닌 교향곡과도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진실하면서도 수수께끼와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답 대신 사람들이 질문을 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내가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에 대해 보다 조심하려고 한다.
-당신은 무엇에 대해 정열적인가.
▲정열은 많은 잘못을 만들 수 있기에 나는 가급적 덜 정열적이려고 애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아이들과의 내 개인적 삶이요 다음으로는 자연과의 접촉이다.
-영화에 나오는 제7번 베토벤 교향곡은 누가 골랐는가.
▲나는 베토벤 팬이다. 이 교향곡은 가장 감정적이요 시적이며 또 지극히 아름답다. 이 음악이 아직까지 영화에 쓰인 적이 없어 내가 감독 알렉스(프로야스)에게 제안해 쓰게 됐다.
-당신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는가.
▲난 요리는 잘 못하지만 접시 닦는 일은 잘 한다.
-당신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가.
▲‘반지의 제왕’은 정말 훌륭한 영화다. 나는 좋은 극적 연기가 있는 인물과 성격위주의 영화를 좋아한다. 가능하면 다양하게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최근에는 여러 나라에서 일하는 바람에 영화를 많이 못 봤다.
-당신은 7년 전에 ‘소니’(Sonny)라는 영화를 감독했는데 다시 감독할 생각은 없는가.
▲그동안 시간이 없었다. 감독 경험을 즐겼기 때문에 다시 그 일을 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긴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당신은 영화의 역을 집에까지 가지고 가는가.
▲아니다. 난 집에 오면 가족과 함께 지낸다.
-당신은 얼마 전 뉴욕으로 이주를 했는데 캘리포니아와는 아주 인연을 끊었는가.
▲결코 안 돌아간다는 말은 안 하겠다. 그러나 지금 나는 미 북동부와 영국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이곳들은 역사와 계절을 갖고 있다. 자연과 계절은 위대한 교육가라고 생각한다. ‘불만의 겨울’은 겨울이 없었다면 쓰여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LA에 대해서 나쁜 말은 안 하겠지만 난 이제 그 곳에서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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