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안 기본스란 이름을 기억하는가. 평범한 영국인 초등학교 교사다. 1년여 전 이 여교사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유명인사가 됐다. 이슬람을 모욕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면서다.
그녀가 재직하던 학교는 수단의 한 사립학교로 맡고 있던 반은 일곱 살짜리 클래스였다. 그 클래스 꼬마들이 하루는 곰 인형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무하마드’라는.
이것이 문제가 됐다. 이 여교사는 이슬람 모욕죄로 체포됐다. 우선 15일간 구류형에 처해졌다. 그리고 회교율령을 모법으로 한 수단의 헌법에 따라 최소 6개월의 실형에, 40대 이상의 태장(笞杖)을 맞는 상황을 맞게 됐던 것이다.
사건은 국제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결국 수단 정부는 사면령을 내렸고 그녀는 추방됐다. 그리고 기독교도와 회교도 어린이를 차별 않고 교육을 베풀던 그 사립학교는 폐쇄됐다.
‘곰 인형에게 무하마드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 일로 연일 거리시위가 발생했었다. 확성기를 든 수천, 수만의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에워쌌다. 시위대들은 심지어 칼을 휘두르며 ‘피의 처형’을 요구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혀 고의가 없는 그 같은 사소한 일로 전 사회가 날탕 치듯 뒤끓다니. 이슬람이스트 신정(神政)체제에서는 그러나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상 가능한 일이다.
증오의 문화라고 할까. 피해망상의 편집광적 문화라고 할까. 그런 문화의 소산이 바로 이슬람이스트 신정체제다. 그 체제는 한 마디로 폭력을 조장하는 체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스토리는 수단에 국한된 게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든, 이란이든, 이슬람이스트 신정체제하에서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다.
“이슬람이스트 신정체제는 보통 인간의 행동 대부분을 범죄로 단정한다. 평범한 시민활동, 정치적 행위도 그들의 잣대로 재면 모두 범죄행위다.” 이슬람 전문가 폴 마셜의 지적이다.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사법제도, 여성의 역할, 교육시스템, 언론, 그리고 종교적 자유에 이르기 까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강요되는 게 7세기 아라비아의 모델이다. 이 중세 회교율령인 ‘샤리아’의 극단적 적용을 강제화하는 체제, 이것이 이슬람이스트 체제다.
이 곰 인형 사건은 그 샤리아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사회의 마인드 셋이 어떤 것인지를 극명히 알려주고 있다. 현대화를, 세계화를 거부한다. 그리고 극도로 배타적이다. 그 극단의 병리현상이 인종청소다. 종교의 이름으로 인류 학살이란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다. 서방의 가치관은 철저히 배격된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말할 것도 없다. 비(非) 회교도는 모두 모두 적이다. 오직 박멸 대상일 뿐이다. 이 같은 이슬람이스트 마인드 셋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는 테러리스트 배양의 최적 토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샤리아를 법으로 삼고 있는 이 이슬람이스트 신정체제는 오늘날 시대가 맞고 있는 가장 심각한 이데올로기적 도전이다. 그러나 서방세계는 이 극단적 샤리아 국가체제의 출현에 대해 지극히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어지는 마셜의 경고다.
‘샤리아에 의한 전 세계적 회교 공동체 건설’- 그 이상 구현의 최선봉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알카에다 테러조직이다. 이 알카에다의 모토는 ‘현대의 십자군 미국과 그 동맹국 박멸’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무자헤딘(이슬람 전사)결집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자살 폭탄테러를 불사하며 무차별적인 지하드를 전개하고 있다.
이 알카에다를 그러면 아랍·이슬람권 세계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방법론에서는 다소간의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알카에다가 내건 대의(大義), ‘샤리아가 지배하는 세계적인 회교 공동체 구현’에는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슬람이스트 신정체제에 아랍권 전체가 상당히 호의적이라는 것이 최근 국제여론조사의 결과다.
한국인이 잇달아 알카에다의 테러 공격을 받았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뒤집어지다시피 했던 것이 얼마 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 관광객이 예멘에서 자살 폭탄테러에 4명이나 숨졌다. 황급히 현장으로 달려간 유가족도 공격을 당했다.
무엇을 말하나. 이슬람권의 자살 폭탄테러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극단주의 테러세력에 대해 이제는 정면대응을 해야 할 때가 됐다는 점이다.
아프간피랍사태 때 보여준 유화정책으로는 안 된다. 단호히 맞서야 한다. 반(反)문명집단인 이슬람이스트 극단주의 집단에 대해 한국정부는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對)테러 전선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옥세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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