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보다 단계별 실력 강화
교사 및 교재 신중히 선택
지난 달 치른 미국대표 선발전인 AMC 수학 경시대회 1차전 결과가 발표되었다.
22만여명이 시험을 치러, 상위 5%에 오른 학생들만이 2차전에 진출한다. 95%의 학생과 그 가족은 실망이 매우 클 것이다. 자녀가 2차전인 AIME에 초대되었다면 대단히 축하할 일이다. AIME에 초대되었다는 것은, 학생이 수학에 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도있는 문제도 풀 수 있을 만큼 준비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에 참가한 다수의 학생들은 학교 수학에서 A를 받는 학생들이다. 본인이나 부모 역시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처구니 없는 실패를 맛보았으니 실망이 매우 크겠다. ‘우리 아이가 수학에 별 재능이 없는 건 아닌가?’하고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다.
이번 시험에서 실패하였다고 해도 수학에 재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AMC 경시대회는 학교 교과서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의 대회가 아니다. 전국에서 수학에 재능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치르는 대회인 만큼, AMC 문제에는 옥석을 구별하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학교 수준만큼 쉽다면, SAT처럼 적지 않은 학생이 만점을 받거나, 한 두 문제만 틀릴 것이다.
아이가 학교 수학을 줄곧 잘해 왔기 때문에 수학에 관련된 전공을 염두에 두고 있던 부모에게는 그 좌절감이 더욱 심할 수 있다. 늘 거의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아오긴 하였지만, 그래도 다른 학생들보다 1, 2년 앞선 수학 레벨을 택하고 있는 아이가 수학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생각해 왔었으니 말이다.
“수학 관련 전공을 포기해야 하나”라고 마음을 고쳐먹으려 해도, 영어를 특별히 잘하는 것이 아니니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더욱이 전교에서 우리 아이가 공부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온 부모에게는 이번 실패가 결코 한 번의 실패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이 있다.
이번에 매우 높은 성적을 올린 학생들도 처음 나간 대회부터 높은 점수를 올려 상을 받아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5%에 속하기까지 여러 번의 좌절을 딛고 매일같이 수학 문제를 풀어왔다는 점을 잘 안다.
수학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그저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하며, 좋은 교재를 가지고 매일 꾸준히 문제를 풀어보아야 한다’고 한다.
‘좋은 선생님’이란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수학 문제 풀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해 주는 분일 수 있겠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좋겠지만, 해마다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며, 만난다 해도 경시대회 수준의 수학을 가르쳐 줄 수 있는 분은 흔하지 않다.
‘좋은 교재’는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좋은 교재’란 학생 수준에 비해 조금 더 도전적인 교재를 말한다. 선행학습도 학생들의 수학 실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난이도가 낮은 교재를 몇 달 만에 끝냈다고 해도, 경시대회 수준의 어려운 문제를 풀기에는 부족하다.
사고력과 문제풀이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경시대회 수준의 전문 교재를 이용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게 되고, 더욱 수학에 정진하는 계기가 지속적으로 주어질 수 있다.
적어도 지난 2000년 이래 중국은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국가 대항전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말하기를 ‘중국 수학은 중고등 학교 교재의 수준부터 다르다’고 한다.
난이도도 높지만, 논리와 문제 풀이를 강조하는 데 그 특징이 있다고 한다. 아울러 심도있는 교재로 수학을 공부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경시대회에 대비하여 더욱 실력을 갈고 닦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13억 인구 가운데 6명의 학생이 대표로 선발된다. 중국이 대회마다 우승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지금은 우리 아이에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대부분의 한인 부모들은 단지 중고등 학교 수준의 수학을 보고 있다. 남들보다 선행학습을 수행하여 우수한 아카데믹 레주메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인 학생들은 여느 인종에 비해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잘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 가면 현실은 매우 다르다.
UCLA 공대에는 한인 학생들이 많지 않다.
그나마 공학을 전공하려는 한인 학생들도 3, 4 학년 무렵 어려운 단계의 수학 과목에 이르면, 공학 전공을 포기하고 다른 전공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한인 학생들은 객관식 수준의 학교 수학 정도에 익숙해 있으니, 단계와 깊이가 더해지면 잘 풀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어느 공학박사는 “한인 학부모들은 수학 진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자녀가 남들보다 먼저단계가 높은 과목을 들어야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선행 학습을 마쳐 정작 좋은 대학에 입학한다 해도,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정작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지 못한다면 인정받는 전공 학생이 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전국 단위의 경시대회는 4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고안되어 있다. 즉 전문가들은 3, 4학년부터 경시대회 수준의 문제를 준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벌써 아이가 9학년이라 해도 늦은 것만은 아니다. 수준을 점차 높여 계획을 세워 꾸준히 학습한다면 분명히 수학 실력은 향상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13)500-9067 알렉스 정 <윌셔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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