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인생은 어느 면에서는 같은 장면들을 연출한다. 그러나 드라마와 인생은 철저하게 다르다. 드라마는 소설 혹은 희곡에 나온 내용들을 배우들이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인생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드라마는 생방송이 아니다. 녹음방송을 하여 세상에 내놓기 때문에 배우가 실수를 하여도 다시 하면 된다.
인생은 그렇지가 못하다. 한 번 실수하면 그 실수는 생의 한 점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드라마처럼 다시 찍을 수가 없다. 한 번 지나가면 그 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는 배우가 죽는 장면을 찍었다 해도 그는 드라마 밖에서는 다시 살아간다. 하지만 인생은 한 번 죽으면 다시는 산 사람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를 꼽는다면 ‘아내의 유혹’일 것이다. 그 드라마는 참으로 허황된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그렇지만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것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많이들 본다. 시청자들의 열광에 그 드라마는 연장까지 한다고 하니 드라마에 있어서의 시청률은 높아야만 되는 것 같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내용이 뻔히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알면서도 드라마에 빠져 들어간다. 물론 배우들이 실재의 인물처럼 연기를 잘하는 것도 한 몫을 한다. 시청자들에게는 그런 배우들의 연기 장면만 보여 지게 된다. 배우들을 향해 있는 촬영기나 배우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 하는 감독이나 연출자들의 모습은 보여 지지가 않는다. 이것이 드라마와 인생이 다른 점이다. 인생은 자신이 배우가 되고 감독이 되어 자신의 생을 살아나가야만 한다. 자신의 삶을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감독도 없다. 연출자도 없다. 오로지 자신의 생은 자신이 알아서 살아나가야 한다. 조언자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자신이 내려야만 하고 그대로 행동해야만 한다.
한 사람의 생이 성공적 이었나 아니면 실패작 이었나 하는 것은 그 사람의 황혼기인 노인 때에나 알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죽은 다음에 평가되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바로 평가가 나온다. 시청률이 높으면 성공작이고 시청률이 낮으면 실패작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도 시청률이 높으면 배우의 인기도 따라 올라가 성공한 배우들이 된다.
드라마 중에서도 실재의 인물이나 사실을 내용으로 하여 만들어지는 것도 있다. 특히 다큐멘터리나 역사극 같은 것은 사실과 역사를 중요시하기에 드라마로 재연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안에도 배우들의 모습들은 시청자들의 눈을 속여야만 하는 장면들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역사극 같은 경우에는 ‘사실과 다른 점도 있다’란 문구를 드라마에 실어 내보내기도 한다. 드라마는 뜨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드라마의 내용이 유치해도 재미만 있으면 드라마는 성공한다. ‘아내의 유혹’같은 드라마의 경우 내용 자체는 아주 유치하다. 아내의 자리를 친구에게 빼앗긴 아내가 다시 남편을 유혹한다는 복수극이 그 드라마의 내용이다. 그렇지만 배우들이 너무나 재미있게 연기를 하기에 그 드라마는 뜨는 것이다.
현실성이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여, 시청자들의 눈을 속여 재미있게 만드는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속으면서도 속는 줄 모른다. 드라마 속에 끌려 들어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다. 이것이 대리만족이다. 드라마 중에서도 재벌의 가족이나 왕족들의 이야기는 특히 서민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대리만족을 강도 높이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두 드라마와 같은 생을 살아간다. 지난날을 돌이켜보아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 인간들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어 졌나 알려지지 않았나 하는 것이 관건이다. 즉 극적인 생을 살았는지 혹은 그렇지 못했나가 다를 뿐이다. 모두가 다 자신이 만들어가는 드
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사는 것이다.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려면 수십억 혹은 수백억을 들여야 한다. 배우도 수십 명에서 엑스트라까지 합하면 수백 명 수천 명까지도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성공하는 드라마도 있고 실패하는 드라마도 있다. 작품성은 없지만 유치해도 재미있는 드라마는 성공한다. 시청률이 드라마의 성공과 실패의 측정기가 된다. 하지만 인생은 철저하게 내용을 충실히 하여야만 성공작이 된다. 드라마의 배우들은 실수하면 다시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은 다시 찍을 수 없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눈을 속이면 된다. 인생은 그렇지가 못하다. 드라마와 인생은 이런 점에서 틀리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