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요일 연방 대법원에서 공방전이 벌어진 케이퍼톤 대 AT 매시 석탄회사 상고 사건은 판사가 재판 당사자의 이해충돌 때문에 재판 기피를 해야 하는 상황을 확대시키는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 39개의 주에서는 판사가 선출직이다. 메릴랜드 주의 예를 들자면 하급법원인 지방법원 판사는 10년 임기의 임명직인 반면 순회법원 판사는 공석이 생기면 일단 주지사에 의해 임명되었다가 다음번 연방의회 선거 때에는 10년 임기로 선거에 임해서 당선되어야 70세 정년 때까지 활동할 수 있다. 주 최고법원인 공소법원 판사의 경우도 임명된 후 다음 선거에 임해야 되는데 다른 후보가 없이 가·부만 결정되는 선거다.
웨스트 버지니아 주의 경우는 메릴랜드와 접경인데도 아주 달라서 주 대법원 판사의 선거가 보통선거처럼, 즉 두 사람 이상이 한 자리를 놓고 다투는 모양이다.
조그만 석탄회사를 소유하던 휴 케이퍼톤은 자기회사가 파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매시 석탄회사와 그 회사 사장인 단 블랭큰쉽의 불법적인 행위 때문이라면서 고소한 결과 5,000만 달러의 배심원 평결을 받아낸 바 있다. 블랭큰쉽은 케이퍼톤에게 “우리 회사는 한달에 변호사비로 100만 달러씩 지불하는데 당신 사건 승소를 몇 년이고 묶어두겠다”고 위협하면서 웨스트 버지니아 대법원에 상고했었다. 그러나 상고하기 전인 2004년 선거에서 자기가 싫어하는 현직판사를 떨어뜨리기 위해 상대후보인 브랜트 벤자민을 열심히 밀었다. 얼마나 열심(?)이었는가 하면 개인적 헌금은 상한선인 1,000달러에 그쳤지만 현직 판사를 패배시키기 위한 정치 기금 조직을 만들어 무려 300만 달러를 선거운동에 썼기 때문에 벤자민이 대법원 판사에 선출된 것은 블랭큰쉽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고인 케이퍼톤이 대법원 법정에 들어섰을 때부터 가슴이 철렁 주저 앉는것 같았다는 술회이다.
5명의 판사들 중 벤자민을 포함한 두명은 블랭큰쉽과 가깝다는 평이 있었기 때문이다. 헌법 개정 제 14조에 보장된 적법절차와는 거리가 멀게 변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두표는 지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웨스트 버지니아 대법원은 5,000만 달러의 배심원 평결을 3대 2로 뒤집었는데 3명중 하나는 벤자민 판사였다. 연방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벤자민이 블랭켄쉽 이나 그의 석탄회사와는 아무런 재정적 관계도 없지만 300만 달러의 ‘현직 판사 퇴출 선거운동’ 탓에 판사가 된 사람으로서 이해충돌의 모양새(Appearance of conflict of interest) 때문에 재판 기피를 했어야 마땅한가 라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판사의 재판 기피 기준이 사건 당사자와의 재정적인 이해관계로 국한되어 있다. 예를들면 GM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판사는 GM이 원고나 피고인 사건을 맡을 수 없다. 또 판사는 변호사 시절에 대표했던 개인고객이나 회사가 관련된 사건을 기피해야 한다.
대법원의 보수판사 한명은 판사가 이해충돌의 모양새만으로 재판을 기피하게 된다면 너무 범위가 넓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이 자기를 임명했다면서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와 관련된 사건들을 편견 없이 다룰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진보 판사 한명은 이 웨스트 버지니아 사건이 극단적이라서 적법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즉 벤자민 판사가 자기를 당선시키기 위해 300만 달러를 쓴 회사 사장이 승소하는데 있어서 결정적 표를 던지는 대신 판결 기피를 했어야 마땅했을 것이라는 간접적 지적이 있었다.
이 사건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미국 여러 주에서 대법원 판사 후보자들이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무려 1억6,800만 달러를 모금했다는 사실이다.
판사들도 인간인지라 자기들을 선출하는데 크게 기부한 변호사들이나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속셈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 자신의 이야기를 하자면 상대방 변호사가 판사의 법대 동기생이었는데 내가 승소한 사건에 있어서 변호사 비용 청구심리만 남았던 것을 그런 건에서 깐깐하기로 알려진 판사에게 사건을 보냄으로써 내가 변호사 비용을 못받게 되었지 않았나 하는 씁쓸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그런 판사들은 뇌물을 받고 정의를 파는 못된 자들 보다는나은 편이다.
남선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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