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의 대책 쏟아져도 시장은 `날개없는 추락’
각국 성장전망 계속 낮춰..여전히 바닥 안보여
세계 경제가 좀처럼 희망의 실마리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경제학 교과서를 무색케 하는 특단의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선 `날개없는 추락’으로 반응하고 세계 경제의 앞날에 대한 비관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물론 몇 가지 전제조건을 덧붙이면서 조만간 최악의 시점은 지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런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이들조차 경제가 회복되려면 적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빼놓지 않고 있다.
◇’약발 안 먹히는’ 대책들 =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5일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9천500억위안(약 220조원) 규모의 적자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금융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미 발표된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나 기대했던 추가 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 완화’로 불리는 비상 통화정책을 검토하는 등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시중에서 자금을 회전시키려 애썼지만 이 또한 긍정적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ECB와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이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당국이 과연 어느 선까지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그렇게 금리를 내린다 해도 신용경색으로 인해 잔뜩 움츠러든 금융시장이 숨통을 틀 수 있을지가 확실하지 않다는게 시장의 반응이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 3월 이후 지금까지 FRB가 시중에 방출한 돈은 1조달러를 넘어서고 있지만 AIG를 비롯한 미국 금융업계는 추가 구제 자금을 요청하고 있고 금융시장의 경색 상태가 해소되려 한다는 의미있는 신호 역시 감지되지 않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주요 국가나 경제권에서 내놓는 부양 대책보다 중남미 지역 경제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전망에 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분위기는 각종 시장지표로 뒷받침됐다.
이날 미국 주식시장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09% 낮은 6,594.44로 12년간 최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고 앞서 장을 마감한 런던과 파리, 프랑크푸르트 증시도 3∼5%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ECB도 유로화 통용지역(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달 전의 -0.5%보다 크게 낮춘 -2.2∼-3.2%로 조정했다.
미국의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여전히 60만명을 웃돌고 있고, 6일 발표될 미국의 2월 실업률은 한달 전보다 오히려 더 높아진 7.9%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됐다.
국제 금값과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국제유가는 하락하는 전형적인 약세장에서의 모습 또한 연출됐다.
◇낙관론 설 자리 점점 줄어든다 = 세계 각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이번 상황을 1930년대 미국의 경제 대공황과 같거나 그때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여기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좀처럼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으려는 증시 전문가들조차도 이제 ‘불황’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대(大)침체’(Great Recession) 같은 새로운 말이 자꾸 만들어지는 현상은 그만큼 낙관론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음을 반증한다.
미국 시장분석기관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리만 베라베시 연구원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쁜 소식과 나쁜 소식이 이어지는 고전적인 상황이라며 불행하게도 많은 기업들이 계속 고용 인원과 시간을 줄여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극도의 부정적 시각만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야말로 반등의 신호라는 점을 들며 이제 곧 최악의 상황이 지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5일자 기사에서 새로 지급 불능 상황에 빠지는 회사채가 줄어들고, 순자산 같은 은행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지 여부를 이용해 경제의 회복 시점을 점쳐볼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 조지브 메이슨 교수는 이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지금부터 지표가 개선된다 해도 은행업계가 완전히 활력을 되찾으려면 평균적으로 봤을 때 6년 정도가 걸린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가간 교역 자체가 얼어붙는 경제 부문의 탈세계화 현상이 고착될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슬로언 경영대학원의 사이먼 존슨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노동과 자본, 정치적 의지의 이동성이 위축되는 ‘잃어버린 수십년’을 맞게 될 것이며 결국 탈세계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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