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고도가 높아지니 속도가 나질 않고 힘에 부친다. 한 대장을 따라 전원 쉬지 않고 산행하였는데도 4시가 넘어서야 도착했으니 말이다. 힘든 하루였다. 오늘은 일찍 와서 쉬어야 했는데… 벌써 몸이 파김치가 되어버렸다. 오늘밤 자정 정상을 향한 출발이 있다. 어두워지기 전에 서밋(Summit)을 향한 패킹(packing)을 시작했다. 재킷, 두꺼운 장갑, 모자, 목 스카프, 손과 발 워머(hand and foot warmer), 헤드 랜턴(head lantern) 등등… 긴장감으로 입맛도 없어 저녁도 드는 둥 마는 둥 하곤 얼른 텐트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고소증세인지 도통 잠이 오질 않고 정신만 또렷하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여기까지 잘 왔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보는 거야 하는 의지가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일어나라는 전갈을 받고는 비장한 마음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텐트 밖으로 나가니 하늘엔 별도 없고, 밤바람이 매우 차갑다.
마지막 서밋을 향해 하이킹을 시작한 등정대원들. 고도가 높아지니 속도가 나질 않고 힘에 부친다.
칠흙 같은 어둠 속 헤드랜턴 의지 발길
▲11월 27일
자정을 조금 넘긴 12시10분 대원들은 가이드를 따라 바라푸 캠프(Barafu Camp)를 출발하였다.
고도 게인은 1만5,100피트(4,600m)에서 우후루 픽이 있는 1만9,300피트(5,895m)까지이고, 거리는 4.4마일(7km)이며 예상 산행시간은 8시간이다.
날씨만 도와준다면 높은 고도(high altitude)를 감안하더라도 거리가 짧아 비교적 무난할 것이라 예상을 하였다. 가이드도 점심시간까지 하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해 우린 도시락 준비도 없이 물만 가지고 10명의 가이드와 함께 출발하였다. 원래는 8명의 가이드가 예정돼 있었으나 만약 하산하는 사람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등반대장이 2명을 더 요청하였다.
구름에 가려 별빛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속을 오직 머리에 매단 헤드 렌턴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기고, 두꺼운 재킷까지 껴입은 둔한 몸은 여전히 추위에 웅크리고 있다.
고산의 밤은 생각보다 추웠다. 아마도 해가 뜨기 전까지는 더욱 추워지겠지… 장갑 속의 손끝이 살살 얼어오는 듯해 두꺼운 장갑 하나를 더 끼었다.
조금 지나 하늘을 보니 구름이 걷혔는지 별들이 총총하다. 서밋할 때까지 날씨가 좋을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일단 별이 보인다니 맑게 갠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얼마나 지났을까 추위가 점점 몸속으로 스며온다. 그러나 이미 옷을 많이 입어 몸이 둔한 상태라 더 껴입기가 불편해 해뜨기를 기다리며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뎌보기로 했다.
이때 후미 쪽에서 고소증세가 나타난 회원들이 있어 산행 속도를 좀 천천히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모든 일행은 잠시 멈춰 섰고, 등반단장과 등반대장이 의논하여 그룹을 나누어 산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시며 단장님은 1조 그룹을, 등반대장은 2조를 맡아 출발하셨다.
1조에는 대부분 게스트로 오신 분들이 많았다. 우수동씨 부부와, 박노익씨, 송은섭씨, 수잔최 그리고 단장님이 속하셨고, 2조는 등반대장, 조단장님, 조영숙씨, Mrs. 한, 나와 스티브, 전미선씨, 희수 언니와 조영만 약사님이 동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올라오시는 약사님 세 분과 남진 언니는 3조가 되었다.
가이드들은 우리 그룹의 앞뒤를 맡아 최선을 다해 우리를 도우려 애썼다. 1조의 가이드는 프레드가 맡았고 우리 조는 늘 같이 산행했던 로먼이 맡았다. 내가 리더로 산행한 덕에 친해진 로먼은 만약 내가 못 올라가게 되면 자기가 업고라도 가겠노라고 손가락 걸며 약속까지 하였다. 그는 오르는 동안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친절히 우리를 돌보아 주었고, 대원들에게 잘 하고 있노라고 항상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고소증상이 나타난 조 단장께 휴식을 권유하며 우리는 먼저 올라갔고, 다른 조의 대원들과는 거리가 멀어져 그들의 근황은 알 수 없었으며 다만 멀리 보이는 헤드 랜턴의 불빛으로 어디쯤 가는지를 가늠할 뿐이었다.
대원들이 바라푸 캠프에서 가이드와 포터들과 함께 서밋을 위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문의:재미한인산악회 www.kaacinc.com> 양은형 총무<재미한인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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