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군사적 보복을 위협하는가 하면 미사일 발사시험을 준비하는 등 한반도에 긴장의 먹구름이 감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2008년도 국방백서에는 최근 2년간 북한의 군사력이 크게 증강한 반면 남한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더 커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백서에는 지난 2년간 북한의 병력이 2만명이 늘어 총102만명이 되었고 남한의 병력은 오히려 1만9000명이 줄어 52만2000명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병기와 화력의 증강에서 더욱 두드러져 몇 가지 예를 보면 전차 200대, 방사포 300문, 잠수함 10척, 전투기 200대 등이 늘었다. 이에 비해 남한은 장갑차 100대, 전투기 10대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밖에도 북한은 지난 1990년대부터 개발에 착수한 중거리 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했고 알래스카와 미국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의 결함을 보완하여 현재 2차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북한의 군사력은 18만명에 달하는 특수전 병력이다. 지난 2년간 이 병력이 6만명이 늘어 추가사단이 창설되었다는 점이다. 이 특수전 병력은 극한 훈련을 받은 최정예 부대로 유사시 남한의 후방에 투입되어 유격전을 수행하는 임무를 띤 부대이다.
남한이 남북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도모하겠다고 햇볕정책을 펴는 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고 이처럼 재래식 군사력을 증강했다. 또 특수전 병력을 증강하고 전 병력의 70%이상을 평양과 원산 이남의 남부에 배치했다. 이것이 북한이 추구한 신군 정치와 강성대국의 성과이다. 미증유의 경제파탄 속에서 국민들이 굶어 죽어 가는 상황에서 북한은 왜 이렇게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을까.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경제를 성장시켜 국력을 강화하고 사회복지를 확대하여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은 이와 반대로 피폐한 경제력과 곤궁한 국민생활을 더 희생시켜 가면서 군비확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아주 자명하다. 무력으로 남한을 점령하여 통일을 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전략에 관해서는 북한이 남한보다 더 일관성이 있다. 북한은 분단이후 지금까지 무력통일을 지향해 왔다.
지금도 노동당규약에 무력통일을 규정하고 있고 또 실제로 이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군비증강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비하면 남한에서 말하는 3단계 통일안이나 북한붕괴론 등은 구체적인 노력의 뒷받침이 없는 탁상공론이나 막연한 기대사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평화통일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무력 적화통일이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 하겠지만 사실 분단국가가 통일을 이룩하는 지름길은 무력통일이다. 역사상 거의 모든 통일은 무력으로 이루어졌다. 중국 역대왕조의 통일과 현대의 공산통일, 유럽민족국가의 통일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상의 2차례 통일도 무력통일이었다. 불과 30년 전의 월남통일이 또한 그러했다. 무력밖에는 다른 수단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군사력에 운명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의 군사력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하는 것은 긴장을 조성하여 경제적, 외교적으로 실리를 취하려는 수법이라고 본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그런 부수적인 이익을 위해 국가적 운명을 걸고 군사력을 증강 하겠는가.
지금과 같은 국제관계 속에서 북한이 남한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국제정세가 어떤 혼란에 빠질 경우 남북 간의 전쟁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전쟁이 난다면 한국이 지금까지 이룩한 민주정치나 경제발전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북한의 군사력이 있는 한 이렇게 가공할 사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한의 군비를 축소해야 한다.
지금도 남북한이 경제협력과 교류를 하면 신뢰를 쌓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한반도에서 군사력을 제거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교류협력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이기영 /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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