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미술상’ 수상 이재이씨 작품전
독창적·시각적인 미디어 아트 호평
2008년도 카파미술상 수상자 이재이씨의 수상작품전이 13일부터 26일까지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진짜와 가짜(the real and the fake), 진짜 같은 가짜(fake to appear real), 진짜 가짜(the real fake). 그리고 이 혼돈스런 현실(illusion as reality)에서 가짜를 진짜처럼 욕망하는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비디오 작가 이재이는 이번 전시회에서 카파상 수상작인 ‘목욕탕’ 프로젝트와 함께 다채널 비디오 설치작업인 ‘풍경’(Landscape)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목욕탕’은 변두리 대중목욕탕의 타일 벽에 그려진 싸구려 키치적 그림들인 ‘백조’ ‘북극곰’ ‘나이애가라 폭포’를 3개 연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목욕탕 벽에 그려진 백조나 흰곰 혹은 폭포 따위는 그것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기억과 욕망에나 존재할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풍경임을, 이미지라는 건 믿는 만큼 또는 보고자하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표현한 작품이다.
‘풍경’ 프로젝트는 그보다 조금 더 어렵다. 그것은 “특정 풍경이 아니라 우리의 집단적 기억 안에 남아있는 어떤 장면들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는 이재이는 “‘바다는 파랗다’와 같은 집단적이고 추상적인 기억을 영상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씻어내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2005년에 마친 ‘풍경’ 프로젝트에는 ‘시소’(Seasaw), ‘벚꽃놀이’(Cherry Blossom), ‘선 정원’(Zen Garden)이 포함돼있는데 이것들은 말하자면 어떤 놀이들의 상투성, 즉 어릴 때 하던 바캉스 놀이, 봄마다 벌어지는 벚꽃놀이, 뮤지엄 기프트샵에서 파는 장난감 젠가든과 같은 집단적인 기억을 반복적이고 비관습적인 방법으로 재현함으로써 그 상투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이다.
이재이는 ‘시소’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것은 크게 두가지 재현, 어떤 이벤트(놀이)의 재현과 보여지는것/보이는것/본것(풍경)의 재현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작업이다.
어릴 적 침대옆 벽에다 하루 종일 파란 크레용칠을 하고나서 내내 침대에서 뛰면서 바캉스 놀이를 한 이벤트의 재현임과 동시에 바다라는 집합적 기억 속에 존재하는 풍경의 재현인 것이다”
‘벚꽃’은 분홍색 풍선껌을 한나절 계속 씹어 뱉으면서 ‘벚꽃 잎이 날린다’고 우기는 작업이다. 작가는 “이것 또한 위에서 말한 두가지의 재현(시각적 이미지로 존재하는 벚꽃과 이벤트로 존재하는 벚꽃/벚꽃놀이)이기도 하지만, 벚꽃놀이를 모르는 문화를 가진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또는 벚꽃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즐기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진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젠 가든’은 장식품 젠 가든을 축소, 차용하여 만든 것으로 두개의 젠가든(장난감 또는 장식용 젠가든과 일본정원으로서의 젠가든)을 다시 해체, 복원하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는 또한 오선지 같은 줄 위에서 고무줄놀이 하는 소녀들의 동작을 비디오, 사운드, 사진으로 함께 보여준 ‘음표’(2007)도 소개된다.
지난해 이재이가 카파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인터뷰 기사에서 이런 말을 쓴 적이 있다. ‘불행히도 그녀의 작품은 직접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니, 직접 보아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비디오 작가로 불리지만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재이의 작품은 비디오, 오디오, 퍼포먼스, 설치, 사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보는 사람에게 새로운 경험을 창조해낸다’
작가 자신의 설명을 들어도 난해한 작품들이니, 직접 가서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재이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퍼포먼스와 비디오가 혼합된 독창적인 작업으로 주류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작가이며, 현재 뉴욕에 거주하면서 국제적으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시카고와 서울, 파리에서 4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7년 열린 ‘제1회 고베 비엔날레’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초청됐다.
그녀는 2008년도 제11회 카파미술상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KAFA 수상자가 된 작가로, 하워드 폭스 LACMA 큐레이터는 그의 작품을 ‘매혹적이고, 탁월하다’, 데이빗 페이글 클레어몬트 대학교수는 ‘독창적이며 창의적 비전을 추구한다’, 피터 프랭크 리버사이드 뮤지엄 수석 큐레이터는 ‘시각적이고 매우 지적이다’라고 극찬했다.
전시회 오프닝은 13일 오후 6시. LA한국문화원 주소와 전화번호는 55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936-7141 (Ext.112) 전시담당 최희선
다채널 비디오 설치작업 ‘시소’
지난해 카파상 수상작 ‘목욕탕’ 프로젝트 중 하나인 ‘백조’.
2007년도 작품 ‘음표’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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