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합니다. 힘 있거나 유명한 사람들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꿈과 열망에서 우리는 종종 감화를 받습니다”
지난 24일 오바마 대통령의 연방의회 연설 중 한 대목이다. 그 주인공으로 지목받은 인물은 마이애미의 은행가 레너드 아베스. 오바마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은행 지분을 판 후 6,000만 달러를 직원 399명과 은퇴한 전 직원 72명에게 나눠준 인물.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지역 신문이 이유를 묻자 “그들 중에는 내가 7살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도 있다. 그 돈을 나 혼자 갖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간단하게 대답한 인물.
탐욕으로 경제가 엉망이 되었지만 이런 예기치 않은 인물들이 있으니 이 사회는 여전히 희망적이라는 의미로 오바마는 그를 소개했던 것 같다.
기업가들이, 고용주들이, 돈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생각이라면 세상은 얼마나 살만 할까. 하나에 둘을 더해 셋을 만들고, 셋에 둘을 더해 다섯을 만드는, 우리에게 본능처럼 박혀있는 소유의 ‘더하기 계산법’을 훌쩍 뛰어넘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 그러니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아베스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시티 내셔널 뱅크의 지분을 스페인계 은행에 판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지분 83%를 팔아 받은 돈 9억2,700만 달러 중 그는 6,000만 달러를 떼어냈다. 그리고는 은행이 합병된다는 사실과 함께 보너스 지급 소식을 직원들에게 알렸다.
며칠 후 보너스 명세서가 배부되자 직원들은 입이 딱 벌어졌다. 근무연한에 비례해 지급된 보너스는 보통 수만 달러 많게는 10만 달러가 넘었다. 여러 해전 직장을 그만 둔 은퇴자들의 ‘충격’은 더 심했다. “회사로 나오라”는 전갈을 받고 무슨 일인가 하고 갔다가 ‘돈 벼락’을 맞은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며칠 밤잠을 설쳤다는 직원들도 있었다.
은행이 줄줄이 문을 닫고 401k 는 뚝뚝 떨어져서 암담하던 시기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희망’이 찾아든 것이었다. 아베스는 “지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함께 일해 준 직원들을 언젠가는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했다.
직원들이 받은 것이 돈뿐일 리가 없다. 6,000만 달러는 471명 직원들에게 분배되면서 기쁨, 희망, 세상에 대한 신뢰 …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들을 가지치기 하면서 엄청나게 가치가 불어났을 것이다. 혼자 움켜쥐는 ‘더하기 계산법’ 대신 남에게 덜어주는 ‘빼기 계산법’, 여럿이 나누는 ‘나누기 계산법’은 종종 기적을 만들어낸다.
‘계산법’이 특이하기로는 펜실베니아의 젤 크라빈스키 박사가 유명하다. 50대 초반의 그는 명문 유 펜의 교수로 재직하다 부동산 투자가가 된 인물이다. 30대 후반부터 대학 주변의 주차장, 창고, 샤핑 센터 등을 하나둘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 불어나 백만장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늘 품었던 꿈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자선사업가였다. 그래서 40대 후반이던 지난 2002년 가족들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돈과 집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 4,500만 달러를 미련 없이 기부했다. 남미에서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기생충 질병퇴치 연구를 위해 연방질병통제 센터, 존스 합킨스, 오하이오 주립대 공중보건 대학 등 보건기구에 기부를 했다.
그의 계산법은 이렇다. 자신이 돈을 움켜쥐고 있으면 ‘별로 흥미도 없는 하이텍 장난감들’이나 사들일 테지만 생명을 구하는 일에 기부하면 돈의 가치가 엄청나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의 ‘기부’는 돈에서 그치지 않았다. 2003년 어느날 그는 신장병 환자들 중 특히 흑인들이 신장 기증을 받지 못해 많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당장 기증을 결심했다. 하지만 재산 기부까지는 동의했던 부인이 이번에는 ‘절대 반대’였다. 해도 너무하다는 것이었다. 만약 잘못 되면 아이들이 아비 없는 자식들이 되고 말테니 계속 고집부리면 이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래도 그는 기어이 ‘저소득층 흑인’을 수혜자로 못 박아 신장을 기증했다.
이런 계산법이다. “신장 기증 후유증으로 사망할 확률은 4,000분의 1. 신장이식 못 받으면 죽을 사람을 앞에 놓고 그게 무서워 기증하지 않는 것은 자기 생명을 그 환자의 것보다 4,000배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그건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희망은 결국 누군가의 빼기, 나누기 계산법의 결과이다. 마음을, 시간을, 소유를 조금씩 내어주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희망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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