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현무암 절벽, 굴곡진 계곡
아슬아슬하게 손잡고 매달리고
“아찔하기도 했지만 왠지 신바람”
‘라바 타워’(Lava Tower)를 기점으로 바랑코 캠프(Barranco Camp)로 가는 하산길이 이어진다. 가파른 굴곡진 바위 사이를 조심스레 내려가다 보니 앞으로 툭 트여진 절경이 마치 거대한 볼디(Baldy)와 자이언 캐년(Zion Canyon) 계곡을 섞어놓은 듯 했다.
어떻게 가는 곳마다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이곳이 2번째로 아름다운 시닉 코스(scenic course)라더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는 이곳에서만 자생하는 ‘Senecio Kilimanjaro’라는 나무가 있다. 아래는 소철의 밑 부분처럼 생기고 위에는 작은 바나나 잎 모양을 한 여린 잎이 달려 있는데 멀리서 보면 팜 트리(palm tree)처럼 보이며 가끔씩 유카(yucca)도 보인다. 내려 오기도 바쁘고, 사진 찍기도 바쁘고, 수다 떨며 웃기도 바쁜 우리 모두는 지친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하산 길은 생각보다 쉬워 3시쯤 바랑코 캠프에 도착하였다.
저녁에는 각자 가지고 온 라면을 모아 함께 끓여 먹기로 하였다. 주방장인 샘에게 부탁해 큰 냄비에 물 끓여주기를 부탁하고 나, K2와 왕언니가 라면을 끓였다. 이곳에서 준비해 주는 식사는 메뉴도 다양하고 맛도 좋다. 그러나 매콤하고 간이 많은 우리 음식에 익숙한 나의 입맛에는 가끔 김치도 먹어주어야 하고, 매콤한 국물도 먹어주어야 속이 개운한 걸 어쩌랴! 나뿐만 아니라 모두들 너무 좋아하시며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라면으로 속을 달랜 나는 그동안의 느끼함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행복감을 만끽하였다.
이번 산행 일정 중 제일 어려운 코스 바랑코 월(Barranco Wall)의 가파른 트레일을 오르고 있다.
▲11월 26일
오늘은 브랑코 캠프에서 카랑가 트레일(Karanga Trail)을 거쳐 마지막 캠프사이트인 바라푸 헛(Barafu Hut)까지 가는 날이다.
드디어 오늘 포함 하루 남았다. 고도는 1만2,700피트(3,860m)에서 1만5,100피트(4,600m)까지 가야한다. 거리는 8.1마일(13km)로 예정시간은 8시간이다. 이곳의 생태계는 알파인 사막(Alpine Desert)이다.
오늘은 바랑코 월(Barranco Wall)이라는 가파른(steep) 길을 지나야 하는, 산행 일정 중 제일 어려운 코스라고 가이드가 전해준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전원 출발하였다. 30여분 지나 도착한 곳은 거의 절벽이었다. 검은색의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위산의 굴곡진 계곡을 아슬아슬하게 손으로 잡고 매달리며 기어 올라가야 했다.
물론 아찔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스릴 넘치는 이 모험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신바람이 났다. 모두가 긴장한 탓인지 조용했다. 그러기를 1시간반 전 대원은 바랑코 월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올라가고 나서야 긴장한 얼굴들을 풀며 미소를 짓는다. 정말 쉽지 않은 산행이었다.
거기부터 바라푸 캠프까지 길은 멀었지만 특별히 힘들지는 않은 코스였다.
오후 4시30분쯤 바라푸 캠프에 도착하니 우리의 가이드, 쿡, 포터들이 어우러져 그들의 노래와 춤으로 우리를 환영해 주고 있었다. 일정한 리듬의 노래에 똑같은 춤사위를 보이는 그들의 군무에 저절로 흥이 났다.
춤사위는 주로 동물의 몸짓 등을 표현하는 것 같았고, 노래 중에 간간이 ‘Kilimanjaro, Hakuna Matata’(No problem)라는 단어가 들리는 걸 보니 이곳까지 온 것을 축하해 주는 장단인 것 같았다.
우리를 불러 같이 어울리기를 권하여 몇몇은 같이 춤을 추며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역시 고도가 높아지니 속도가 나질 않고 힘에 부친다. 한 대장을 따라 전원 쉬지 않고 산행하였는데도 4시가 넘어서야 도착했으니 말이다. 힘든 하루였다. 오늘은 일찍 와서 쉬어야 했는데…
벌써 몸이 파김치가 되어버렸다. 오늘 자정 정상을 향한 서밋이 있다. 이 몸으로 벌써 걱정이 된다.
바랑코 캠프(Barranco Camp)에서 정상을 향해 오르기 전에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대원들.
문의:재미한인산악회 www.kaacla.com www.kaac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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