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무게감·떫은 정도로 맛 나타내
정확히 표현해야 효과적인 와인 선택
당신이 비즈니스 차 외국인과 함께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있다고 치자.
와인을 한 모금 맛본 외국인이 “이것으로 오늘의 철분 섭취는 끝났소”라고 말했다. 당신은 거기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 말의 의미를 몰라 고개만 갸웃거릴 것인가. 이건 실화이다. 실제로 이렇게 말한 현대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 박사의 말 한 마디로 소니 회장 이데이 노부유키는 그가 상당한 위트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아챈다. 드러커 박사는 그 와인의 풀 바디하며 드라이한 맛을 위트 있게 표현한 것이었다. 이처럼 어떤 뚱뚱한 사람이 와인 한 병을 시키며, “저는 풀 바디해서요. 바롤로를 좋아하죠”라고 무심코 던지는 듯한 농담 한 마디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그 사람은 와인을 이해하고 있고, 또 자신이 뚱뚱한 몸매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위트에 무디지는 않다는 것을 와인에 빗대 말하는 것이다.
흔히들 국제 비즈니스에서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고 언어라고 한다. 심지어 외국인들은 와인을 얼마나 아는가 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와인을 좀 아는 외국인들의 경우에도 대체로 와인 맛의 표현은 훌륭하다(great), 매우 좋다(good), 괜찮다(fair), 그저 그렇다(poor) 등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그 와인의 특성을 제대로 얘기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와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훌륭하다”와 같은 전체적인 평가 뒤에 왜 훌륭한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표현을 붙인다. 이런 표현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용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정확한 표현을 해야만 효과적인 와인을 선택하는 건 물론이다. 대표적인 와인 맛 표현은 당도, 떫은 정도, 무게감이라는 3차원으로 생각하면 된다. 먼저 가장 쉬운 당도 표현은 드라이(dry)와 스위트(sweet)로 나누어진다. 즉, 와인에서 드라이는 ‘말랐다, 건조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달지 않다’는 의미이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샤블리 와인이나 상세르 와인이 드라이한 와인의 대표 선수이다. 이런 와인들은 스위트한 와인을 마셨을 때 입안에 남는 끈적임 같은 것이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반면 달콤한 맛이 나는 와인을 스위트하다고 하는데, 보르도의 소테른 와인이나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가 스위트 와인의 대표주자다. 이 와인들은 꿀물처럼 달콤한 맛으로 특히 여성들의 미각을 유혹한다.
흔히 우리가 쓰는 바다(body)라는 용어는 와인의 무게감을 표현하는 용어로 알콜과 태닌, 당분 등이 그 느낌에 관여한다. 이것은 마치 물과 우유를 마실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다른 것과 같다. 물은 입안에서 가볍게 느껴지는 반면, 우유는 묵직한 느낌을 준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맛이 가볍고 경쾌한 와인이 있는가 하면, 묵직하고 입안에 꽉 찬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이렇듯 바디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와인의 몸무게로 흔히 라이트 바디드(light-bodied), 미디엄 바디드(medium-bodied), 풀 바디드(full-bodied)라고 표현한다. 라이트하다는 건 보졸레 누보처럼 가벼운 맛을 말하며, 대체로 초심자들이 좋아한다. 반면 매독이나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와 같은 와인을 마실 때는 “아 이거 풀 바디하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말은 입안에 꽉 차는 듯한 풍만한 맛과 느낌을 뜻한다.
떫은맛은 태닌 때문인데, 이 태닌은 땡감을 먹을 때나 홍차를 마셨을 때 입 안쪽을 조이며 건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태닌은 포도송이나 포도줄기, 씨나 껍질, 그리고 와인을 숙성시키기 위해 넣는 오크통에서 기인한다.
이 태닌은 화이트 와인에서 신맛의 역할인 레드 와인의 골격을 형성하며 오랜 숙성을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방부제 역할도 한다. 태닌이 많은 품종으로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카버네 소비뇽, 쉬라 등이다. 그러나 거친 태닌은, 숙성을 통해 거친 맛이 삭아들면서 부드러워지는데 이때 떫은 정도에 의한 맛의 표현은, 긍정적인 의미로써 “녹았다, 부드럽다, 유연하다, 조화롭다”로 표현하며 만약 아직도 거칠고 텁텁하면 부정적인 의미로써 ‘조인다, 거칠다, 쓰다, 시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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